'수입 철근' 팔아 이익 챙기는 포스코인터... "상도덕 실종" 업계 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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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철근' 팔아 이익 챙기는 포스코인터... "상도덕 실종" 업계 부글
  • 김호정 기자
  • 승인 2024.01.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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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플랫폼 이스틸포유서 특가 판매 논란
"계열사 판매용"이라더니... '코일 철근'도 취급
"출혈경쟁 심각한데 수입산 판매" 업계 비난
포스코인터내셔널 "수입· 코일 철근 판매는 시범 사례... 확대 없어"
포스코 전자상거래 플랫폼 이스틸포유(eSteel4U) 사진=홈페이지 캡처
포스코 전자상거래 플랫폼 이스틸포유(eSteel4U). 사진=홈페이지 캡처.

포스코가 수입 철강재 판매 논란에 휩싸였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철강업계에서도 대표 기업으로 손꼽히는 포스코가 그룹 온라인 플랫폼에서 수입 철근을 판매하면서, '체급'에 맞지 않게 눈앞의 이익만 좇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외 철강업계가 온라인으로 철강재를 구매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하며 비대면 판매 경쟁에 뛰어든 것은 이미 몇 해 전 일이다.  

글로벌 철강업계는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수요 부진에 허덕이던 국내 철강업계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온라인 판매는 다품종 소량 구매를 원하는 수요자와 판매자를 이어주는 효과적 매개체로 그 효용을 인정받았다. 

한국은 2022년 기준 세계 6위 철강 생산국으로 공급이 국내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전자상거래는 불황을 타개할 대안 중 하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할 때 업계 내부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 1위 포스코, 온라인 플랫폼도 '선점'

글로벌 철강업계에서 굵직한 존재감을 지닌 포스코는 온라인몰 사업에서도 업계를 선도해 왔다.

포스코그룹 계열사 중 한 곳인 '이스틸포유(eSteel4U)'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2019년 9월부터 운영한 철강재 온라인 판매 플랫폼 '스틸트레이드(SteelTrade)'를 모태로 한다. 단순 판매 채널이었던 스틸트레이드는 2022년 3월 모기업으로부터 분사해 온라인 전문 판매 법인이 됐다. 회사의 방향성 역시 철강재 판매 채널에서 '금융·물류 서비스 통합 플랫폼' 운영 기업으로 확장됐다.  

동국제강도 2021년 온라인 플랫폼 ‘스틸샵(steelshop)'을 오픈하면서 철근 소량 운반, 후판 단납기 배송 서비스, 코일 철근 판매 등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대제철은 가장 최근인 지난해 말부터 온라인 철강 상거래 플랫폼 '에이치코어 스토어(HCORE STORE)'를 열고 철근과 형강, 강관 제품군을 판매하고 있다.

한편, 이스틸포유는 설립 당시부터 포스코 제품뿐 아니라 철근, 강관 등 포스코에서 생산하지 않는 제품도 취급하는 '중개 거래' 시스템을 도입·운영 중이다. 파트너사 간 거래를 중개한다는 취지 아래 '다대다 구조'의 개방형, 오픈형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그러나 이스틸포유가 포스코 자사 제품이 아닌 다른 기업의 철강재, 특히 '수입' 철근을 중개 판매하면서 회사를 바라보는 업계 시각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스틸포유에서 판매된 수입(일본) 철근. 사진=이스틸포유.
이스틸포유에서 판매된 수입(일본) 철근. 사진=이스틸포유.

 

포스코, 잇단 수입산 철근 '경매' 도마 위 

이스틸포유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매'나 '스페셜 판매'라는 이벤트를 통해 수입산 철근을 판매해 왔다.

이에 철강업계 1위로서, 업계를 선도하며 품질과 기술력으로 승부를 봐야 할 포스코가 자사 제품이 아닌 수입 철근을 판매하며 유통 이익을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제조업체들의 온라인몰은 대부분 자사 제품을 판매한다. 그에 비해 생산 능력이 부족한 소규모 제강사나 유통업체, 수입 전문 업체들이 수입재를 들여와 판매하기도 한다"면서도 "(그런 점에서) 몇몇 제품에서 독점적 지위를 지닌 큰 기업인 포스코가 중개 방식으로 수입 철강재를 유통하는 데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포스코인터내셔널 측은 "(현재) 수입 제품의 판매 비중은 시범적 수준에 불과하며 수입산 철강재 판매를 늘릴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이스틸포유에서 다루는 상품은) 포스코 생산 제품이 당연히 주력이며 수입재를 대량으로 들여와 판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을 도입하게 된 계기는 고객사들에게 편리한 선진 유통망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라며 "이스틸포유는 플랫폼만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수입 철강재의 경우 회원사들이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계열사 공급용이라던 '코일 철근'도 버젓이 경매로

이스틸포유에 대한 업계 불만은 최근들어 더 커지는 모습이다. 포스코가 지난해 8월부터 생산에 들어간 코일 철근을 판매 리스트에 추가한 것이 계기가 됐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해 8월, 코일 철근 생산에 나서면서 과포화 시장인 국내 철근 시장에 발을 들여 업계 눈총을 샀다. ▲이미 국내 철근 생산 능력만으로 수요를 넘어서는 과당경쟁 시장에 포스코가 뛰어든 점, ▲그동안 판재류 위주의 고급강을 취급하던 포스코가 전기로업계가 주도해 온 철근과 같은 범용 건설재 시장에 뛰어든 점 등이 주된 비판의 이유였다.   

포스코는 코일 철근 생산을 시작하면서 "자사가 생산하는 코일 철근의 주요 수요처는 포스코이앤씨 등 계열사"라며 "시장 교란 행위는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약속은 지난해 11월, 이스틸포유가 코일 철근 판매에 나서면서 불과 3개월만에 깨졌다.

업계에서는 오프라인에서 점유율을 얻지 못하자, 경매를 통해 단가를 더 낮추며 온라인으로 실적을 올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코일 철근 판매는 현재 초기 단계라 온라인에서 유통이 가능한지 모니터링 해 보는 기간"이라며 "시험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철근) 업계 입장에서는 자사 이익 축소가 예상된다든지, 공급 과잉으로 철근 가격이 하락할 것을 우려할 수 있겠다"면서도 "포스코에서 생산한 품질이 인증된 자재가 (추가로) 유통된다는 측면에서, 건설업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이어 "(이스틸포유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 활성화로) 중소업체들로서는 이익이 줄어드는 등 상황이 변하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배달 플랫폼 사례와 같이 새로운 플랫폼이 도입되면 기존 시스템과의 이해 충돌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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