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톤 무너진 철근 시장, 2014년 이후 최저... 올해도 고비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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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만톤 무너진 철근 시장, 2014년 이후 최저... 올해도 고비 고비
  • 박진철 기자
  • 승인 2024.02.2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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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년 만에 성수기 기준 1천만톤 미달
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제강사 "어려운 시기" 토로
부동산PF발 건설 경기 부진·고금리 '발목'
올해 2013년 이후 처음 900만톤 붕괴 전망까지 
동국제강 인천공장에서 철근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동국제강)
동국제강 인천공장에서 철근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동국제강)

 

지난해 철근 시장에서는 3년 만에 성수기 기준인 1천만톤 수요가 무너졌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발 건설 경기 부진과 고금리 속에 결국 성수기 기준에 못 미치는 실적을 손에 쥔 것이다.
 

지난해 철근 총수요, 팬데믹 때보다 더 위축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판매와 수입을 합한 국내 철근 총수요(내수 판매+수입)는 967만2천톤 수준으로, 보통 철근 시장의 성수기를 판단하는 1천만톤에 미달했다. 

국내 철근 수요가 성수기 기준인 1천만톤에 미달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건설산업 부진으로 철근 수요가 985만5천톤 수준에 머물렀던 지난 2020년 이후 3년 만이다. 지난해 철근 총수요는 2022년 철근 총수요였던 1028만4천톤 대비로는 6.0%가 감소했다.

2014년 이후 국내 철근 총수요가 1000만톤을 밑돈 건 코로나19 여파로 줄었던 2020년(985만5천톤)에 이어 두 번째였다. 특히, 지난해 국내 철근 총수요는 지난 2014년(984만4천톤)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로 기록됐다. 

국내 철근 총수요는 지난 2014년 984만4천톤 수준을 기록한 뒤 2015년~2019년까지 매년 성수기 기준인 1천만톤을 넘겨 왔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2020년 한때 1천만톤에 미달한 뒤에도,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1125만2천톤, 1028만4천톤 수준의 국내 철근 총수요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철근 총수요, 지난해보다 더 '암울'

업계에 따르면 2023년 주요 제강사 철근 생산 능력은 현대제철이 340만톤, 동국제강 280만톤, 대한제강 150만톤, 한국철강 120만톤, 한국특강 100만톤, 포스코 100만톤 등에 달한다. 국내 철근 시장은 철근 생산 능력이 총수요를 앞지른 지 오래다. 그래서 결국 부족한 수요를 수출을 통해 벌충하는 상황이다.  

 

 

팬데믹 기저효과로 한때 톤당 150만원에 육박했던 철근 가격도 지난해 내내 약세를 지속했다. 최근 철근 가격은 톤당 80만원까지 무너지면서 건설 경기 부진 속에 가격 약세까지 겹치고 있다. 수요 부진과 가격 약세의 이중고로 제강사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최대 철근 제조업체인 현대제철 한 관계자는 "올해 철근 수요는 900만톤 전후가 되지 않을까 한다"면서 "현재로서는 수요 감소기여서 가격 방어 등의 측면에 신경 쓰고 있다. 시중 가격이 워낙 떨어져서 제강사들도 어려운 상황이다. 건설사나 유통사, 제강사 모두 전체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IR협의회 이원재 연구원도 "국내 철근 수요는 2015년~2022년 연평균 1100만톤을 기록했다"면서 건축착공 면적, 공공주택 분양 실적 급감으로 2023년에는 950만톤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이 연구원은 철근 수요가 "2024년에는 2013년 이후 처음으로 900만톤을 밑돌아 850만~880만톤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건설산업 부진... 철근 업계 '발목'

부동산PF발 건설사 부실과 고금리 속에 건설 경기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철근 업계는 지난해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종합건설기업 폐업 건수는 1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건설 시장에서 원도급에 해당하는 종합건설업체 폐업이 늘면 철근 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하도급 전문건설업체의 일거리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폐업 위기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기업 폐업 공고 건수는 총 581건으로 전년 대비 60%(219건)가 급증했다. 2005년(629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종합건설기업 폐업 건수는 최근 3년간 300건대에서 오르내렸으나 지난해 갑자기 581건으로 많이 늘었다. 매달 50개 가까운 건설사가 폐업한 셈이다.

시기별로 살펴본 지난해 폐업 건수는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248건, 333건으로 하반기에 더 많은 건설사가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12월 폐업 건수는 월별 기준으로 가장 많은 74건에 달했다.

올해 초부터도 건설업계에서는 대형 건설업체의 부도 위기를 맞는 등 연초부터 숨 가쁜 고비를 넘기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을 최대 수요처로 둔 철근 제조업계의 내년 전망도 밝지 못하다.

신용평가사 한국신용평가와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주요 건설사들의 회사채 규모가 약 2조3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시공 능력 상위 50위권 건설사(건설 매출 비중이 50% 미만인 업체는 제외)들의 회사채 만기 구조를 분석한 결과다.

상반기 회사채 만기 도래 물량은 등급별로 A급이 약 1조8800억원으로 약 79%를 차지했다. AA급은 1400억원, BBB급은 3천500억원 수준이었다. 다만, 하반기 회사채 만기 도래 규모는 총 1조2200억원으로 상반기의 절반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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