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그린철강'... 높은 가격·막대한 기술 개발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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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그린철강'... 높은 가격·막대한 기술 개발 비용
  • 박진철 기자
  • 승인 2024.03.1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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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국내 최초 생산·소비 기업 인식 조사
뒷짐 진 그린철강 전환, 글로벌 수출 경쟁력 약화 우려
현대제철 인천공항 전기로.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인천공항 전기로. 사진=현대제철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제로)에 다가서기 위한 '그린철강' 활성화 장애 요인으로 소비 기업은 가격 상승을, 생산 기업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기술 확보 문제를 지적했다. 이 밖에 그린철강 생산을 위해 필요한 재생에너지 문제 등 인프라도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하 KoSIF)이 18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한국 철강산업의 그린철강 전환’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내 철강 생산 및 소비 기업의 그린철강 인식을 조사한 보고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에는 철강 소비 기업 150곳과 50개 생산 기업이 참여했다. 

 

그린철강 장애 요인, 소비 기업은 높은 가격·생산 기업은 기술 확보

그린철강 활성화와 관련해 소비기업이 느끼는 가장 큰 장애요인은 높은 가격 부담(61%)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소비기업이 전략적으로 그린철강 도입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정부 타원에서 기존 철강과 그린철강의 생산 단가 차이뿐 아니라 제품별 소비자가격에 미치는 영향과 비용 전가 가능성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기업의 구매 의사 결정을 지원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동국제강 인천공장 에코아크전기로. 사진=동국제강
동국제강 인천공장 에코아크전기로. 사진=동국제강

 

생산기업들은 전반적인 그린철강 수요 부족 못지않게, '그린철강 투자금 조달의 어려움'과 '기술 확보 어려움'을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지목한다.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용이한 대기업도 수소환원제철을 위한 설비 교체와 재생에너지 확보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우리나라 철강 기업의 그린철강 전환에 대한 직접적 지원은 미국이나 유럽(EU)과 비교해서는 현저히 부족하다. 재정 여건상 직접 지원이 어렵다면, 그린철강을 위한 펀드 조성이나 보증 지원 등을 통한 금융 조달 환경 개선으로 간접 지원하는 방법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KoSIF에 따르면 그린철강을 둘러싼 국내와 해외 정책 지원금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그린철강 소비 기업을 위한 지원 예산을 보면 한국은 2087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113조6천억원(850억달러), 유럽(EU)은 1조1500억원(8억유로)로 한국과 비교해 큰 차이가 있다. 

 

그린철강 생산용 재생에너지도 부족

생산기업이 수소환원제철을 완성하려면 생산설비뿐만 아니라 환원제로 사용되는 그린수소와 철을 녹일 때 필요한 재생전기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생산기업 가운데 재생에너지 확보 목표를 수립한 기업은 1개에 불과했고,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기업도 26%에 불과했다. 그린철강 생산 전략과 더불어 그린철강 생산의 핵심인 재생에너지 목표와 세부 전략 수립도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RE100 영향으로 철강 이외에도 제조·서비스·에너지 기업도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이 필수가 되고 있어 재생에너지 생산 확대와 더불어 국가 차원의 산업별 재생에너지 수요 관리가 필요하다.

생산기업은 그린철강 재생에너지 조달에 있어 주된 장애요인으로 관련 시설 투자 및 자금 조달을 꼽았다. 뒤를 이어 높은 가격의 재생에너지 전력, 재생에너지 전력 부족의 응답 순을 보였다. 특히나 생산 기업이 장애 요인으로 꼽은 부분에 대해 정부의 시설투자 지원과 재생에너지 시장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KoSIF는 지적했다.

 

그린철강 인식, 소비 기업이 생산 기업보다 뒤처져

그린철강에 대한 준비와 인식은 생산 기업과 소비 기업 할 것 없이 부족했다. 다만, 소비 기업의 인식이 생산 기업보다 크게 뒤처진 게 특징이다.

"그린철강에 대한 목표도 없고 향후 목표에 대한 계획도 없다"고 답한 비율은 소비 기업과 생산 기업에서 각각 90%와 58%로 집계됐다. "목표를 세우지 않았지만, 향후 목표 수립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은 생산 기업에선 42%, 소비 기업에선 9%에 불과했다.

 

 

철강 소비 기업에서 나타난 이러한 미약한 그린철강 구매 신호는 철강산업의 탄소배출 제로 전환 노력에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판로가 불확실하다면 생산 기업이 선뜻 투자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강산업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이다. 국내에서도 2020년 기준으로 930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14.2%를 철강산업에서 차지하고 있다.  KoSIF는 "그렇기 때문에 넷제로 달성을 위해서는 그린철강 도입이 필수적이며, 이를 외면하는 기업들의 넷제로 목표는 현실적인 변화 없이 목표만 제시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미흡한 그린철강 전환 준비는 한국 철강산업의 수출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진다. EU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 조정제도(CBAM)를 시행해 탄소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CBAM은 탄소배출량 규제가 강한 EU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을 막겠다는 목적으로 만든 무역 장벽이다. 미국도 2022년 6월 발의한 청정경쟁법(The Clean Competition Act)을 통해 철강을 비롯한 수입 제품에 대해 톤당 55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보고서는 이번 조사에서 "향후 그린철강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한 소비 기업 8곳 중 5곳이 수출 경쟁력에 민감한 자동차 업종이라는 점도 글로벌 무역 질서에서 그린철강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남나현 KoSIF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그린철강 수요 촉진의 열쇠”라며, “그린철강 기준 확립과 공공 조달 확대로 수요를 촉진하고, 그린철강 생산시설 투자에 대한 재정 지원과 그린수소 및 재생에너지 확대로 생산 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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