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등판' 新에너지 전문가,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 [포스코 회장 하마평②]
상태바
'깜짝 등판' 新에너지 전문가,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 [포스코 회장 하마평②]
  • 박진철 기자
  • 승인 2024.02.07 1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탄소 넘어 신에너지 전환 꿈꾸는 글로벌 석유 전문가 '이색' 
철강업 경험 없지만... 위기 빠진 석유공사 구해 낸 경영 능력 '인정'
구리 석유 비축 기지 현장 점검하는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 사진=한국석유공사
구리 석유 비축 기지 현장 점검하는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 사진=한국석유공사

 

'하마평(下馬評)'이란 새롭게 관직에 오를 후보들에 대한 세간의 평을 가리키는 말이다. 예전에는 궁이나 중요한 건물 앞에서는 누구나 말에서 내려야 한다는 글귀를 새긴 하마비(下馬碑)가 있었다.

군주가 머무는 곳이나 신성한 곳이니 말에서 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궁이나 중요 정사를 보는 건물 앞이라면 여기서 말에서 내린 관리들이 궁으로 들어가고 난 뒤, 남은 마부들끼리 쑥덕공론을 펼치는 장소가 된다. 

이번에는 누가 어느 자리에 오른다더라, 누구는 이번에도 미끄러졌다더라 하는 세평들이 바로 하마비 앞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마평'이란 말이 생겼다.
구중궁궐이나 권력의 핵심에서 이루어지는 일(인사)은 우리 범인(凡人)들이 뾰족한 답을 내놓기 어려운 문제지만, 마부들의 쑥덕공론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들은 언제나 넘쳐나기 마련이다.

본지가 포스코그룹 회장 최종 후보에 오른 내·외부 인사들의 하마평을 여섯 차례에 걸쳐 싣는 이유다.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석유공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한 성공한 CEO로 주목받는다. 더불어, 석유공사 사장으로서 탄소중립 흐름에 발맞춘 신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 등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공을 들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포스코그룹 회장 최종 후보군에 오른 이유로는 에너지 전문가로서 탄소중립 등 신사업에 관심이 높은 인물인 점이 꼽힌다. 철강 기업을 벗어나려는 포스코와 한국석유공사라는 탄소 기반 대표 기업의 경영자라는 어울리지 않는 만남 같지만, 에너지 학자이자 산업 전문가로서, 한국석유공사의 신에너지 대전환을 이끄는 수장이라는 점에서 이차전지와 리튬 등의 미래 소재와 배터리 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 '다크호스'로서 주목받을 만한 강점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약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1957년 1월 3일 경북 포항에서 태어났다. 

경북사대부고와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조선공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산업공학용접공학 박사 과정을 거친 뒤 영남대학교 기계공학과 조교수와 오하이오주립대학 조교수, 전임강사 등 학자로서 활동했다.

기업 경험으로는 1990년 다국적 석유 기업 쉘의 연구소를 거쳐 아시아태평양지역 엔지니어링부문 책임을 역임했다. 2009년에는 SK이노베이션에서 기술원장과 최고기술책임자(CTO), 기술총괄사장을 지냈다.

이후 다시 학계로 돌아온 김 사장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울산과학기술원에서 산업공학과 교수와 정보바이오융합대학 학장, AI혁신파크 사업단장으로 재직했다. 

2021년 6월 석유공사 14대 사장에 임명됐다.

 

세평

김동섭 사장은 석유·에너지 부문 산업과 학계에 오랜 기간 몸담은 베테랑으로 한국의 대표적 석유산업 전문가로 손꼽힌다.

학계와 산업계에서 균형을 맞춘 경력을 지닌 만큼, 소통과 섬김의 리더십을 중시하면서도 유연하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에너지 전문가라는 장점이 포스코그룹의 미래 목표와 부합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사장이 포스코그룹이 새 먹거리로 집중하고 있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과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등 친환경 미래 소재와 에너지 사업 분야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지닌 인물이라는 점이 최종 회장 후보에 오르게 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석유 에너지 부문에 오랜 기간 몸담으면서 탄소중립과 관련한 활동과 경영을 이어온 점도 최근의 ESG 흐름에 신경 쓰고 있는 포스코그룹의 입장과 맞아떨어졌다. 

김동섭 사장은 한국석유공사에 부임한 뒤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2022년부터 국내 기업의 해외자원 개발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해외자원개발협회 회장을 맡으면서는, 전통 자원 외에 반도체와 배터리 기업도 신규 회원사로 영입하기로 하는 등 ESG 흐름과 미래 사업에 눈이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영 성과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에 후보로 지목받은 데는 경영 성과도 한몫했다. 

2017년부터 정부로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 요구를 받아오고, 2021년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만큼 어려웠던 한국석유공사 사장으로 부임해 어두운 터널을 슬기롭게 헤쳐나온 위기 대처 능력이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김동섭 사장은 취임식에서 비핵심 자산의 전략적 매각, 비축유 관리 역량 강화, 트레이딩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신년사에서도 흑자 전환을 주요 목표로 내세웠다. 이와 관련해서 석유공사는 캐나다와 페루, 멕시코만 유전 등 비핵심 해외 자산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김동섭 사장 부임 후인 2022년 매출 3조6403억원, 영업이익 1조7778억원을 달성해 매출은 전년 대비 78%, 영업이익은 368% 늘어, 역대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김동섭 사장은 SK이노베이션에서 글로벌테크놀로지 총괄사장,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지내면서는 신성장 동력 개발을 책임진 바 있다.

SK글로벌테크놀로지는 SK이노베이션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개발하는 연구 개발(R&D) 센터였다. 연구 분야는 석유, 윤활유, 석유·화학 등 기반 사업과 신에너지, 화학 소재 등의 신성장 기술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SK글로벌테크놀로지를 통해 고성능 휘발유인 '솔룩스(Solux)'와 아스팔트의 성능을 높인 '슈퍼팔트' 등을 개발했다.

또 리튬 이차전지의 주요 소재로, 양극과 음극 활물질을 분리해 주는 분리막 LiBS(리튬이온전지 분리막, Lithium-ion Battery Separator)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고, 경유 자동차 배기장치에 장착하는 매연 저감장치,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용 배터리 등도 선보였다. 세계 고급 윤활기유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유베이스(YUBASE)'와 프리미엄 윤활유 '지크(ZIC)'도 개발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세계 최초로 중질유 분해공장에서 나오는 미전환 잔사유(UCO)를 원료로 사용해 고급 윤활기유를 생산했다. 그룹 3의 고급 윤활기유는 황 함량이 낮고 온도에 따른 점도 변화가 현저히 작은 게 특징이다. 

당시 석유가 풍부히 공급돼 세계적으로 자동차 연비 향상에 무관심한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했던 김동섭은 "쓸모가 없어서 버려지는 UCO를 어떻게 고부가가치화할지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고급 윤활기유를 세계 최초로 생산했으며 이후 모든 생산 공정을 자체 기술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군 선정 이유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으로서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의 최종 후보 선정은 의외라는 말이 많았다. 

그동안 세인들의 물망에 오른 적이 없는 데다 철강업 경험자도, 포스코 출신도 아니라는 점에서 김동섭 사장의 막판 최종 후보 지명이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역대 포스코그룹 회장 중에는 비포스코 출신은 김영삼 정부 시절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을 지냈던 고(故) 김만제 회장이 유일했다. 그마저도 포스코 민영화 이후로는 외부 인사가 회장에 오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최종 후보군 발표에는 외부 인사 최종 후보가 내부 인사 최종 후보와 같은 수인 세 명을 차지했다. 그만큼 외부 후보의 회장 선출 가능성도 높아졌을지, 자칫 구색 갖추기에 그치지 않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김동섭 사장 역시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과 같이 포스코그룹의 신성장 동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회장 후보 추천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철강을 벗어나 포스코그룹이 새롭게 힘을 쏟고 있는 이차전지와 리튬, 수소환원제철 등 신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분야의 전문가라는 점이 김동섭 사장을 최종 후보군에 포함한 이유라는 분석이다.

더불어 글로벌 기업과 국내 SK 등 다양한 기업에서의 기술 개발 공헌, 위기에 빠진 한국석유공사를 성공적으로 부활시킨 경영 능력 역시 김동섭 사장의 최종 후보 리스트 낙점에 힘을 실었을 것으로 보인다.  
 

■ 인적사항
○ 성명: 김동섭
○ 소속: 한국석유공사 사장
○ 생년월일: 1957.1.3. (만 67세)
 
■ 학력사항
○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산업공학용접공학 박사 (1989년 졸)
○ 서울대학교 조선공학 석사 (1981년 졸)
○ 서울대학교 조선공학 학사 (1979년 졸)
○ 경북사대부고 (1975년 졸)

■ 주요 경력
○ 한국석유공사 (KNOC) 사장 2021년~현재
○ 울산과학기술원 (UNIST) 석좌교수, 정보 바이오 융합대학장, AI혁신파크 사업단장 2016년~2021년
○ SK 이노베이션 CTO, 기술원장, 기술총괄사장, 고문 2009년~2015년
○ 미국 Royal Dutch Shell 연구소 전문연구위원, 아태지역 본부장 2090년~2009년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