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 전기로 전환, "늘어날 결심"... '전극봉' 국산화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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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업 전기로 전환, "늘어날 결심"... '전극봉' 국산화 어디까지?
  • 박진철 기자
  • 승인 2024.01.2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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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친환경 강화 속 철강산업 전기로 전환 '가속'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도 전기로 증설 '붐'
전량 해외 의존·전극봉 국산화 기술 개발 '시급'
수소환원제철용 테스트 성공... 일반 제강용은 '아직' 
수소환원제철 공법 개발 정부 지원 반토막
수소환원제철 개발 늦추면 국가 성장 전체 붕괴 우려

철강업계에서 전기로 조업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기후 위기와 탄소중립 이슈, 그리고 각국의 자원 보호무역주의 대두, 친환경 트렌드에 따른 ESG 경영 강화 등 글로벌 변화 속에 고로 조업 방식 대비 탄소 배출이 적은 전기로의 강점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기로 조업에 핵심 연로로 쓰이는 부자재인 전극봉은 아직 제조 기술을 국산화하지 못해, 매년 4만톤 내외를 전량 해외에 들여오고 있다. 

다만, 최근 포스코 기술연구원과 금오공과대학 신소재연구소가 주축으로 협업한 결과 포스코가 미래를 위해 준비 중인 수소환원제철용 전기로에 쓰일 전극봉 시제품의 사용성 테스트를 성공했다는 소식이 있어, 철강업계에 한 줄기 희망을 던져줬다.  
 

전기로 '전환' 철강산업... 전극봉은 "늘어날 결심"

탄소중립 등 친환경 트렌드 속에 철강 제조 방식 중 하나인 전기로 조강 생산이 구조적 성장기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전극봉은 전기로에서 철스크랩(고철)을 녹이는 데 사용하는 소모성 소재(장치)다. 미국과 일본, 중국, 프랑스, 인도, 스페인 등에서 글로벌 과점 시장을 형성 중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현대제철

철강산업의 제조 방식은 고로와 전기로로 나뉜다. 전통적으로 고로가 원가와 품질 측면에서 전기로 생산 방식 대비 우수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일본, 중국을 비롯해 철강 주요 생산 지역인 아시아에서는 당연히 고로 위주의 산업이 발전해 왔다. 반면 미국은 미니 밀(Mini mill)이라고 해서, 중소형 전기로를 일찌감치 늘려 왔다. 미국 철강협회(AISI)에 따르면 미국 내 전기로 생산 비중은 2002년 50.7%에서 2010년 61.3%, 2015년 62.7%에서 2020년 70.9%로 확대됐다.

고로 조강 생산 방식은 용광로에 철광석과 유연탄(석탄 코크스)을 넣어 녹이는 방식으로 철을 만든다. 전기로 조강 생산 방식은 철광석 또는 철스크랩을 흑연 전극봉(석유 코크스)을 통해 전기로 녹여서 철을 만든다.

고로를 활용해 철을 생산할 때는 철광석이나 석회석을 녹이기 위해 1500℃의 고온을 사용한다. 이러한 공정에 필요한 열은 주로 석탄을 활용하기 때문에 탄소를 많이 배출할 수밖에 없다. 보통 1톤의 철강을 생산할 때 1.85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전기로는 고로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25% 수준이고, 에너지 소모량도 40% 수준이다. 전기로의 철 회수율(재활용) 역시 90% 수준이다. 고로 대비 친환경 트렌드에 매우 적합한 생산 방식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최대 조강 생산국인 중국은 2021년 전기로 생산 비중을 10%로 늘렸다. 중국은 2025년까지 전기로 생산 비중을 30% 이상으로 올릴 계획이다. 특히, 미국은 앞서 언급했듯 이미 전기로에 대한 인식이 더 좋으며, 2021년 9월에는 US Steel이 300만톤 전기로 증설을 발표했다. 미국 철강 생산의 25%를 차지하는 철강 기업 뉴코(Nucor)도 2024년까지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지역에 전기로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코트라 시카고무역관은 한 보고서에서 "철강산업이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미국은 2020년 전체 생산 공장에서 전기로 비중을 70%까지 확대했다"며 "전기로 도입이 확대되면서 전기로 생산 공정의 주원료인 철스크랩 수요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고로와 전기로의 철강 제작 품질이 달라서 모든 생산 방식을 전기로로 바꾸기는 어려웠다. 고로 생산 방식은 주로 자동차 강판·선박 후판·열연·냉연 등 판재류와 고급 제품 위주로 생산하고, 전기로 생산 방식은 봉형강류와 철근 등 상대적으로 범용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 사용돼 왔다. 

다만, 최근에는 전기로 생산 제품의 품질이 꽤 좋아졌다. 이제는 전기로에서 고급강이나 판재류 제품까지 확대 생산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체 중 전기로 조업을 오랜 기간 운영하다 고로 조업까지 진출한 현대제철 역시 전기로와 고로 기술을 결합해 전기로 기반 고급 판재류 제품을 생산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철강산업의 생산 패러다임은 고로에서 전기로로 조금씩 비중이 넘어가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특히, 탄소중립에 핵심적인 기술로 꼽히는 수소환원제철 조업 방식이 상업화에 성공한다면 전기로 조업 방식은 더욱 보편적인 생산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현대제철 전기로 '확대일로'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를 탄소 배출량 보고 의무 부과 기간(전환 기간)으로 정하고, 2026년부터는 탄소국경 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CBAM은 EU로 수입되는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등의 탄소 배출량에 가격을 부과해 징수하는 제도다. 미국도 이와 유사한 제도를 준비하고 있어 저탄소 철강 생산은 철강업계의 필수 과제가 됐다.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기로.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기로. 사진=현대제철

세계 6위 조강 생산국으로서 대부분 품목의 철강재 생산능력이 국내 수요를 훨씬 넘어서는 만큼, 수출이 중요한 활로인 한국 기업들로서는 미국과 유럽 등의 저탄소 전환에 사활을 걸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국내 철강업계도 탄소중립을 앞당기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국내 철강업계를 이끄는 양대 고로 업체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역시 이 길에서도 앞장을 서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꿈의 기술’로 불리는 수소환원제철을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포스코가 이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아직 먼 길을 가야 한다. 

철강업계는 그 대신 기존 고로 생산 방식 대비 탄소 배출량이 4분의 1 수준인 전기로 도입을 우선 대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선, 포스코는 지난해 광양제철소에 전기로를 신설하기 위해 약 6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기로 설비는 2026년 가동돼 연산 250만톤 규모의 쇳물을 생산하게 된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4월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하고, EU CBAM 등 글로벌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그린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조업 방식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말 새로 취임한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탄소중립은 철강업계에서도 피할 수 없는 과제이자 철강산업 부흥을 견인할 기회"라며 "청사진이 현실로 구현될 수 있도록 저탄소 원료 및 에너지원 확보는 물론,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제철은 특히, 고로와 전기로 설비를 모두 갖추고 있는 사업구조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효율적으로 저탄소 생산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현대제철은 2025년부터 운영 예정인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당진제철소 전기로 설비를 활용해 전기로 기반 저탄소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 1단계에서는 기존 전기로를 활용해 저탄소화된 쇳물을 고로 전로 공정에 혼합 투입하는 생산 방식을 적용한다. 2단계에서는 현대제철 고유의 신(新)전기로를 사용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약 40% 줄인 강재를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의 신전기로에는 독자 기술에 기반한 저탄소 제품 생산 체계인 ‘하이큐브(Hy-Cube)’기술을 적용한다. 하이큐브는 신전기로에 철스크랩과 고로에서 생산한 쇳물인 용선, 수소환원 직접환원철(DRI) 등을 혼합 사용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최고급 판재를 생산하는 핵심 기술이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1.0GPa급 자동차용 전기로 제품을 개발하면서 전기로 기반 '저탄소 고급 판재' 생산에 첫발을 내디뎠다. 미세 성분을 조정할 수 있는 특수강 전기로 정련 기술과 자동차용 초고장력강 압연 기술을 활용해 고로 대비 탄소 배출을 30% 이상 감축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현대제철은 2030년까지 연간 500만톤의 저탄소 철강 제품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저탄소 제품 브랜드 ‘하이에코스틸(HyECOsteel)’을 론칭해 신규 수요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기로 철강 생산이 이처럼 늘어나면서 주요 원료인 철스크랩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철스크랩 자원 유출을 막고자 수출 제한이나 쿼터제, 고액 관세 등 각국의 철스크랩 자원 확보 경쟁도 격화할 전망이다.

전기로 신설을 선언한 포스코그룹의 포스코인터네셔널은 2025년까지 약 200억원을 투자해 전국에 철스크랩 수집 기지를 설립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를 통해 연간 50만톤 규모의 철스크랩을 포스코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광양에 들어설 포스코 신설 전기로의 생산량을 충당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이 밖에도 포스코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포항제철소에 20조원을 투자하는 수소환원제철 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 생산 방식은 기존 고로 생산 방식에서 사용하는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이용해 직접환원철을 만들고, 이를 전기로에서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사라지기 때문에 철강업계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최고의 해법으로 꼽힌다.
 

철강산업 전기로 전환, 핵심 부자재는 '전극봉'

고로에서 전기로로 극적인 전환을 시도 중인 글로벌 철강산업 생산공정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극봉 기술 국산화를,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고비로 꼽을 수 있다. 

전기를 열에너지로 변환시켜 철스크랩을 녹이는 핵심 설비가 바로 전극봉인데, 전기로를 한 번 가동할 때마다 교체해야 하는 소모성 장치다.

동국제강 인천공장 에코아크전기로. 사진=동국제강
동국제강 인천공장 에코아크전기로. 사진=동국제강

전기로에서 철스크랩을 용해하는 전극봉의 주성분은 탄소다. 석탄을 가열하여 녹이면 석탄 입자끼리 다시 뭉쳐 높은 강도의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용광로의 원료로도 사용되는 코크스다. 이 코크스를 2500°C 이상에서 재처리하면 인조흑연을 만들 수 있고, 이것으로 전극봉을 만든다.

인조흑연은 고밀도, 고강도 미립자 구조로 전극의 소모가 적고 기계 가공성이 좋은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원재료부터 가공해 흑연화 과정을 거치며, 전극봉 제품을 만들기까지는 12~16주 정도가 걸린다.

특히, 철을 녹이기 위해서는 극에 가까운 전류 밀도가 요구되기 때문에 흑연 소재 외에는 대체재도 없다. 또한, 그만큼 뛰어난 탄소 가공 기술력이 필요하고 대규모 장치산업으로 막대한 초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세계에서도 몇 개 국가가 과점 시장을 형성 중이다. 글로벌 조강 생산 6위에 빛나는 국내 철강산업계 역시 전극봉 자체 생산 기술을 갖추지 못해 매년 4만톤 내외의 전극봉 수요를 전량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전기로는 고로 대비 철강 품질이 낮아서 최대한 품질을 높이려면 크기가 크고 전류 밀도가 높은 전극봉을 사용해야 한다. 전류밀도에 따라 UHP(가장 좋음), HP, RP로 나뉘고, 크기는 450mm에서부터 600~800mm 등까지 있다. 
 
전기로 설비 자체는 고로 설비 대비 증설이 쉬워 공급이 비교적 탄력적이다. 그러나 전극봉은 고로와 비슷하게 시설 장치를 넣는 데만 3~4년이 걸리며, 미래의 이윤 창출, 가치 취득을 위해 지출한 투자 과정에서의 비용을 뜻하는 자본적 지출(CAPEX, Capital Expenditures)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공급은 매우 비탄력적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시장 조건 때문에 국내에서도 전극봉 수입에 의존하면서 기술 개발을 등한시해 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고로에서 전기로로 친환경 전환에 글로벌 철강업계가 명운을 걸게 되면서 전극봉 국산화 역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된 상황이다. 

더불어 글로벌 전기로 증설과 사용 확대 과정에서 벌어졌던 철스크랩 수급 경쟁과 철스크랩 가격 급등, 또한 철스크랩 등 각국의 자원 무기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극봉과 전극봉의 원재료인 흑연을 둘러싸고도 이러한 자원 경쟁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가격 급등에 따른 철강 생산 차질 역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변수가 된 만큼 기술 개발과 공급망 독립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 환경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전극봉' 국산화 어디까지 왔나... 포스코-금오공대 첫발

전극봉 기술 국산화와 관련해서 최근 낭보가 들려왔다. 금오공과대학교 신소재연구소가 포스코 기술연구원, 그리고 탄소 소재 전문 기업인 카보랩, 금성테크와의 협업을 통해 ‘인조흑연 전극봉(이하 전극봉) 시제품의 사용성 테스트’에 성공했다고 최근 밝혀 주목받고 있다.

금오공대 신소재연구소는 2022년 1월 카보랩, 금성테크와 업무협약을 맺고, 탄소·흑연 분야 기술 이전과 공동 연구를 통해 인조흑연 제조용 압출 장비(1천톤급)를 국내 최초로 자체 제작하고 전극봉 사업화를 공동 추진해 왔다.
 

포스코 기술연구원 내 전시된 수소환원제철용 전극봉 테스트 시제품. 사진=금오공대
포스코 기술연구원 내 전시된 수소환원제철용 전극봉 테스트 시제품. 사진=금오공대

특히, 포스코 기술연구원은 현재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수소를 이용해 유동환원로에서 환원철을 제조한 후, 전기용융로에서 전극봉을 이용해 전기 아크를 발생시켜 쇳물을 제조하는 방식이다. 전극봉의 안정적인 사용은 이러한 전기용융로 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다. 그러나 전기용융로에 사용하는 전극봉은 앞서 언급했듯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해외 대형 제조사들이 시장을 독과점 한 품목으로, 매년 4만톤 수준이 소요되는 국내 공급과 관련한 이슈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수급이 필요한 소재다.

본격적인 기술 개발은 2022년 11월 포스코 기술연구원에서 지원하는 테크노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통해 시작됐다. 포스코 기술연구원은 카보랩과 금성테크에 수소환원제철용 전극봉 성능 구현을 위한 전극봉 핵심 요구 물성 등에 대한 기술 지원을 담당했다. 이후 신소재연구소를 포함한 4개 기관은 포스코형 수소환원제철용 전극봉의 성능 목표치를 설정한 후 집중적으로 개발에 들어갔다. 이번에 시제품 사용 테스트에 성공한 전극봉 역시 수소환원제철용에 맞춰 개발됐다.

1년여의 개발 기간 동안 신소재연구소는 원천기술 제공을, 카보랩은 다양한 원료의 배합 기술과 탄화/함침(가스 상태나 액체로 된 물질을 물체 안에 침투하게 하여 그 물체의 특성을 사용 목적에 따라 개선하는 일) 열처리 기술을, 금성테크는 전극봉의 형태로 성형하는 압출성형 조건을 놓고 연구를 거듭했다. 결국, 수십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최적의 성형 조건을 확보했다. 기술 마지막 단계인 인조흑연 제조 핵심 기술인 흑연화 열처리(2800℃)와 물성에 대한 평가는 신소재연구소에서 수행해 국내 최초로 전극봉 시제품(Φ100 x 500mm) 제조에 성공한 것이다.

포스코 기술연구원은 제조에 성공한 전극봉을 이용해 지난해 12월 20일 DC전기로를 활용한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 결과, 기존 선진 회사들의 전극봉 제품 대비 안정적인 조업과 우수한 내산화성을 확인했다. 특히, 이번 수소환원철 용해 시험에 사용한 전극봉은 원소재, 생산 설비, 원천 기술과 상업화 기술 등 모든 부분에서 순수 국산 기술로 성공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는 향후 전극봉 국산화와 국가 차원의 시장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이번 성과에서는 포스코 그룹의 협력 또한 기술 개발 가속화에 힘을 실어 주었다. 특히 국내 유일의 침상 코크스 생산 기업인 포스코MC머티리얼즈는 전극봉용 코크스 원료를 선뜻 공급해 주었고,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재료공정연구소(산업소재, 탄소소재연구그룹)에서는 DC전기로 시험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전극봉 시제품의 사용성 테스트에 큰 도움을 주었다. 

금오공대 노재승 신소재연구소장은 이번 사용성 테스트 성공을 통해 “직경 100㎜의 전극봉 개발에 성공한 것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지만, 앞으로 300mm, 600mm를 넘어 800㎜ 개발까지 성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무엇보다 이번 성공은 기업을 비롯해 교육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그리고 경상북도와 구미시 등 지지체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쌓은 연구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관련 기관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사용성 테스트에 성공한 100mm 전극봉은 포스코가 개발 중인 수소환원제철에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국내 전극봉 생산 기술이 현재 제강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600mm, 800mm까지 생산할 수 있도록 고도화하려면 더 많은 투자와 지원, 그리고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인조흑연 전극봉 시제품의 사용성 테스트 성공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전기로용 전극봉을 국산 기술을 통해 시제품 사용성 평가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이번 개발은 기술력을 확보해 첫발을 내디뎠다는 차원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사업화, 상용화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극봉 수입, 팬데믹 시기보다도 적어

전기로 제강의 주요 수요처인 건설산업이 역대급 침체를 겪은 데다 코로나 팬데믹 기저효과도 줄면서 전기로 부원료로 사용하는 전극봉 수입은 지난해 크게 줄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극봉 총수입은 코로나 여파로 급감했던 지난 2020년의 3만1488톤보다도 적은 양을 기록하면서 3만톤에 겨우 턱걸이했다. 평균 수입단가 역시 지난해 대비 20.2%나 급락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3년 전극봉 수입은 3만427톤으로 3만5907톤이었던 2022년 대비 15.3% 감소했다. 상반기(-29.5%) 대비 감소 폭은 줄어들었지만 결국, 두 자릿수 감소세를 피하지는 못했다.

2023년 월평균 전극봉 수입량은 2536톤으로, 2022년의 2992톤 대비 15.2%가 줄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전극봉 수입량은 꾸준하게 4만톤대를 유지해 왔다. 다만,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3만1488톤으로 떨어지며 2015년(3만8567톤) 이후 5년 만에 3만톤대로 내려앉았다. 전극봉 수입량은 팬데믹 기저효과와 함께 2021년 다시 4만톤대를 회복했지만, 건설 수요 부진 속에 결국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3만톤대 수입에 머물렀다.

반면, 지난해 전극봉 수입 단가는 톤당 4496달러로 2022년의 5635달러 대비 20.2%(1139달러)나 하락했다.

지난해 수입국별로 보면 중국(1만3237톤)과 일본(1만16톤)에서 전통적으로 1만톤 내외의 수입량을 보였고, 뒤를 이어 인도가 4천톤 수준,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1천톤 수준의 수입량을 기록했다. 이 밖에 말레이시아에서도 290톤 수준이 들어왔다.  

작년 전극봉 수입량이 많이 줄어들고 수입 가격 역시 크게 하락했지만, 앞서 상술한 대로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글로벌 철강산업이 고로 중심에서 전기로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향후 전극봉 수입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전극봉의 국산화 기술 개발은 국내 철강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교두보가 될 것이다.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정부 지원 '반토막'

포스코는 현재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포스코형 수소환원제철 공법 '하이렉스(HyREX)'를 개발하고 있다. 오는 2031년에는 포항제철소에 수소환원제철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수소환원제철 공법을 개발하기 위한 각종 국책 과제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창원특수강, 휴스틸 등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 중이다.

포스코는 2020년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수소환원제철 공법 개발을 공식 발표한 뒤 실험실 규모에서 연구와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한 번에 50kg을 생산할 수 있는 시험 유동로를 가동 중이고, 하이렉스 시험로 건설도 추진 중이다. 

다만, 해외에서는 수소환원제철 공법 개발을 위해 정부가 대규모 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있는 데 반해서 국내에서 진행 중인 국책 과제는 기초 데이터 산출 과정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정부에서도 관련 연구와 개발, 설비 도입 등 비용 일부를 제공한다는 방침이지만,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성공시키기에는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와 철강업계가 2030년까지 기술 개발부터 연산 100만톤 규모 수소환원제철 실증 설비를 건설까지 포함한 정부 과제를 제안한 바 있지만, 예비 타당성 조사가 진행되면서 실증 관련 내용이 누락됐고, 지원 예산도 대폭 축소된 상태다.

결국, 기초 랩 수준 실험을 우선 지원하고, 2025년 1차 결과를 평가한 뒤 추가 지원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는 반토막이 났다. 이미 해외는 실증 플랜트로 넘어가기 위한 준비 단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철강업은 '산업의 쌀'이라는 말처럼 건설과 조선, 자동차 등 국내 제조업 인프라를 책임지는 기간산업이다. 유럽과 미국 등 글로벌 선진국들이 탄소 배출량을 규제하는 방안을 속속 도입하고 있는 데다 철강 제품 역시 당장 2025년부터 최대 50%까지 탄소 배출량을 줄여서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이처럼 엄중한 시기에 수소환원제철 개발 관련 정부 지원 예산이 어그러졌다는 데 아쉬움이 크다"면서 "수소환원제철 개발 고삐를 늦춘다면 철강산업의 경쟁력 저하 문제뿐만 아니라, 국가 성장 기반 산업 전체가 붕괴할 수 있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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