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건설업 키워드 'P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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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년 건설업 키워드 'PCS'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4.01.0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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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리스크 1순위 ‘부동산PF’
공사비(Cost) 폭등에 1군 건설사도 공사 중단 선언
안전(Safety) 뚫리면 징역... 중대재해법 재판서 CEO 모두 유죄
부동산 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푸른 용의 해’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건설업은 올해도 위기 속에서 한해를 시작한다.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한파는 여전하고, 우리나라 경제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부동산PF’는 총선 이후로 꾸역꾸역 막아놓은 상태다. 널뛰는 시공비로 공사 중단을 선언한 현장이 1군 건설사에서 나오기 시작했고, 근로자 사망에 따른 중대재해법 재판서 모든 CEO가 유죄를 받으면서 건설사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P: 부동사PF(project financing)

2년전 위기 예고했지만 태영건설 워크아웃

‘부동산PF’는 올해 건설 산업의 최대 이슈다. 현재 PF 사업장은 3천여곳, 대출 잔액은 134조3000억원(2023년 3분기)으로 집계되고 있다. 가난한 지방 소형 건설사 위주로 부동산PF발 폐업이 나오긴 했지만 왔지만 2023년 12월 28일 도급순위 16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하면서 건설업계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뀐 상태다.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4조6000억원 규모다.

건설업 특성상 일부 업체에서 발생한 유동성 리스크는 업계 전체에 악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고금리-미분양-재무건정성 악화-저가시공-폐업’이 대표적인 악순환 고리다. ‘분양이 잘 될 것’이라는 장밋빛 사업성을 먹고 사는 부동산PF의 태생적 한계다.

정부는 부동산PF 연착률을 유도하고 있다. 금융권을 앞세워 부실 PF 사업장은 질서있게 정리하고, 정상 사업장은 재정을 공급한다는 것이 대원칙이다. 하지만 이는 사후약방에 불과하다. 

사업성을 보고 돈을 투자하는 것이 ‘부동산PF’의 본질이기 때문에 궁극적인 해법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다. 당장 주담대 고금리를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주담대 금리 변화의 시발점이 되는 미국 기준 금리의 경우 5.50%에서 더 이상 인상하지 않는다는 시그널이 나왔지만 이미 우리나라(3.50%)와 금리차는 역대 최대치(2.00%)로 벌어진 지 오래다. 우리나라의 경제 체력을 감안할 때 미국이 올해 금리를 인하한다 해도 이미 최대치로 유지해온 시간이 상당하기 때문에 올해 안에 주담대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집값이 고점 대비 30% 하락하고, 부동산 경기 위축이 3년 이상 지속될 경우 차주의 자기자본 비율은 크게 하락하는데, 이는 대출 금융기관을 압박하는 기준이 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르피에르 청담’를 꼽을 수 있다. '르피에르 청담'은 서울 청담동 프리마호텔 자리에 최고 49층짜리 고급 주거단지를 짓는 프로젝트다. 시행사는 464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 연장을 신청했지만 선순위 채권자인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규제 등을 이유로 만기를 반대했다. 다행히 정부·지자체의 설득으로 만기는 이후 2025년 5월까지로 연장됐지만 말그대로 시한부 연기에 불과하다. 강남 ‘노른자 땅’도 PF 위험이 크다는 점을 드러낸 사례다.

 

C: 공사비(Cost)

1군 건설사도 공사 중단 선언... “너무 올라”

올해 건설업의 두 번째 이슈는 ‘공사비’다. 비싸진 공사비로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1군 건설사에서도 속출하고 있다. 건설사들도 자재값, 인건비 인상을 전망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오르면서 당초 약속한 시공비로는 사업을 못하겠다고 두 손, 두 발을 다 든 상황이다.

지난해 말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이 발표한 2023년 1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3.37로 잠정 집계됐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노무 임금과 재료, 장비 등 직접 공사비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수치다. 2020년 11월 120.2, 2021년 11월 138.62, 2022년 11월 148.84 등 최근 4년 사이 30% 가량 올랐다. 시멘트 가격은 2021~23년에 걸쳐 t당 7만5000원에서 11만2000원으로 49.3%나 폭등했다.

2일 공사비 미지급으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현장 입구에 공사 중단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공사비 미지급으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현장 입구에 공사 중단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해 말 총 공사비를 기존 7947억원에서 1조4492억원으로 무려 6500억원을 인상하자는 내용의 안건을 임시총회에 상정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3.3㎡(1평)당 공사비 889만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2021년 공사비를 660만원으로 한차례 올렸지만 자재값 등 인상으로 2년여만에 무려 35% 추가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9월에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4지구(메이플자이)에서도 공사비 증액 마찰이 벌어졌다. GS건설은 2022년부터 원자재값, 인건비의 가파른 인상으로 9300억원에서 공사비를 1조4000억원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장위6구역도 2017년 대우건설과 3.3㎡당 426만6900원의 공사비로 계약했지만 그 사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터지며 주요 건설 자재인 레미콘과 철근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사비 증액 문제에 놓여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4월 3.3㎡당 600만원 이상으로 공사비 조정을 요구했고, 현재 조율 중에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으로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의뢰하는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2018년 1건에 불과했지만 2019년 2건,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 2023년 9월 23건으로 늘었다.

건설사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A건설사 관계자는 “당장 수천억원의 손실을 보는데,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소송과 계약 해지를 당해서라도 손실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S: 안전(Safety)

근로자 사망으로 한국제강 대표 징역... 건설업 ‘초긴장’

세 번째로 올해 건설업계가 주목해야 할 이슈는 ‘안전’이다. 지난해 중대재해 재판 12건에서 기업대표가 모두 유죄가 나왔다. 지난해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자나 두 명 이상 중상자가 나오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특히, 첫 징역형 사례도 나왔다. 한국제강은 대표는 징역 1년을 받으며 중대재해법 처벌 중 실형을 기록했다. 한국제강은 중견 철강사로 대표가 1·2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11개 기업은 대표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형량은 징역 6개월~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이다.

건설사에서도 유죄가 나왔다. 중견 건설사 온유파트너스의 대표가 2023년 4월 1심 판결 후 항소를 포기해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국제경보산업 대표는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성무건설 대표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받았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우리나라 산업에서 사망자 수를 가장 많이 기록하는 ‘건설업’이 초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3분기까지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이내 건설사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40명이다. 이중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건설사는 롯데건설(4명)이다. 이어 DL이앤씨·한화 건설부문이 3명,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중흥토건·동양건설산업에서 2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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