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vs 내실... 엇갈린 건설 CEO 신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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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vs 내실... 엇갈린 건설 CEO 신년사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4.01.0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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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대우건설, 신년사 통해 "국내는 한계... 답은 밖에 해외"
내부 상황에 발목잡힌 GS·롯데건설은 "내실경영" 강조
(왼쪽부터) 현대건설 윤영준 대표, 대우건설 정원주 회장, 롯데건설 박현철 부회장, GS건설 허윤홍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왼쪽부터) 현대건설 윤영준 대표, 대우건설 정원주 회장, 롯데건설 박현철 부회장, GS건설 허윤홍 대표. 사진=시장경제DB

건설사 CEO들의 신년사 주제가 갈렸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그간 국내 주택을 강조했다면 올핸 하나같이 ‘해외’, ‘신사업’을 강조하고 나섰다. 반면, GS건설과 롯데건설은 철근누락 사태, 부동산PF 등의 문제로 내실에 방점을 뒀다. 모든 건설사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국내 시장의 한계를 느꼈지만 처한 상황에 따라 '스텝 바이 스텝 플랜'(단계적 계획)에 따라 움직인다는 분석이다.

 

윤영준‧정원주, “국내 시장은 한계... 해외 나갈 것”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과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이 갑진년 최우선 경영 기조로 ‘해외 사업’을 꼽았다.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은 2일 임직원들에게 신년 서신을 통해 “대형원전·소형모듈원자로(SMR) 등 핵심사업과 수소·탄소 포집·저장·이용(CCUS) 등 미래 기술 개발에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건설시장의 글로벌 흐름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시장 경쟁 우위를 결정짓는 핵심기술과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글로벌 전문 인재도 육성하겠다”고 언급했다.

주택 전문가인 윤 사장이 그간의 기조를 180도 바꿔 ‘국내’ 보다 ‘해외’를 먼저 강조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윤 사장이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해외 사업과 신 사업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2023년까지 5년간 도시정비 수주액 1위를 기록하는 등 국내에선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국내 시장이 크게 위축된 것을 알 수 있다. 현대건설이 2022년 도시정비 1위를 기록할 당시 수주액은 9조3395억원이었고, 2위 GS건설은 7조원, 3위 대우건설 5조원대였다. 하지만 2023년에는 현대건설(1위)은 4조6122억원, 포스코이앤씨(2위) 4조5988억원으로 그 규모가 줄었다. 도시정비 시장 규모도 2022년 40조원대였지만 지난해는 20조원에 불과했다.

윤 사장의 역대 신년사에서도 현대건설의 기조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윤 사장은 2023년 신년사에서 ‘안전 이슈‘를, 2022년에는 ‘품질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해외‧신사업도 언급하긴 했지만 후순위이었다.

대우건설도 ‘해외’ 사업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3일 시무식에서 “단순 시공만으로는 이윤 확보와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답은 해외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시장에서 시행과 시공을 병행하는 디벨로퍼로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건설은 현재 북미지역(뉴저지), 아프리카(나이지리아), 동남아(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정 회장이 해외 사업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한 이유는 국내 시장의 한계 때문이다. 정 회장은 “현재의 건설업은 고금리·고물가, 높은 수준의 원가로 인해 사업 환경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윤홍‧박현철, "내실이 중요... 현안 해결해야 미래로"

GS건설과 롯데건설은 ‘내실’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GS건설의 경우 철근누락 사태에 따른 품질 문제, 롯데건설은 자금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 때문이다.

GS건설 허윤홍 대표는 2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에서 시무식을 가졌다. 이날 허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 방침으로 ▲기반사업 내실 강화 ▲사업 포트폴리오 명확화 ▲조직역량 강화를 내세웠다. 하지만 신년사 대부분은 ‘내실’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는 건설업의 기초와 내실을 강화해 재도약의 기반을 공고해 중장기 사업의 기틀을 마련하겠다”, “엄격한 품질 관리와 수행 역량을 강화해 내실 다지겠다”,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신뢰 회복 주력”, “디지털 툴을 활용한 데이터 기반의 현장관리” 등을 언급했다.

GS건설은 지난해 4월 발생한 철근누락으로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여파로 재무건정성이 악화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GS건설은 매출 3조1080억원, 영업이익 6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2022년 동기 대비 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반토막(52%)났다. 3분기 누적 실적 역시 매출은 10조11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95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철근누락 사태로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됐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GS건설 신용등급은 ‘A+’에서 ‘A’로 강등됐다. 한기평은 “국내 주택 경기 저하, 원자재가 및 인건비 부담, GS이니마 상장 일정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 시 단기간 내 현금흐름 개선 및 자본 확충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건설도 미래 보단 현재의 위기를 강조했다. 롯데건설 박현철 대표는 2일 시무식을 통해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내실경영’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경영 효율화를 바탕으로 한 내실 경영과 함께 포트폴리오 구조 개선으로 새로운 미래 사업을 육성해야 한다"” 밝혔다.

롯데건설 역시 현재 신용등급 하락 위기에 놓여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달 29일 보고서를 통해 GS건설(시공 능력 5위), 롯데건설(8위), HDC현대산업개발(11위), 신세계건설(32위) 등 4곳의 전망을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시공능력평가 16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조정)을 선언하면서 부정적 전망이 굳어지고 있다.

한신평이 이들 건설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PF 부실 우려 때문이다. 건설업은 통상 시행사가 대출을 통해 PF 사업을 진행하지만 높은 이자 부담에 채무가 건설사로 떠넘겨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건설사가 PF 우발채무를 맡아야 하지만 자금 규모가 커 건설사도 감당하기 쉽지 않다.

하나증권 김승준 매니저는 “롯데건설의 보유 현금은 2.3조원이고, 1년 내 도래하는 차입금은 2.1조원이지만 올해 1분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PF 우발 채무를 감안할 때 현재 유동성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고, 롯데건설은 “충분한 현금을 갖고 있고, 충분한 대비책도 세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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