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행 "태영, 방송사 지키기 급급... 용납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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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은행 "태영, 방송사 지키기 급급... 용납 안 돼"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4.01.0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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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워크아웃 무산' 위기감 높아져
8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 회의 개최, 정보 공유
"납득할 만한 추가 자구안 요구 뒤 지켜볼 것"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 과다로 도산 위기에 내몰린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단 내부에서 "태영 측의 방송사(SBS) 경영권 유지 실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는 5일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을 대상으로 416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윤 회장은 태영인더스트리 지분을 매각해 확보한 416억원을 출연, 태영건설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태영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기존 사재 출연 계획을 대체한 것이란 입장이나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단은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채권단이 즉시 기본 전제조건을 지키라고 강조했는데도, 전혀 맞지 않는 행동을 한 것"이라며 "이 출연 금액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태영 측 행보는 태영건설로 사재출연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워크아웃 무산을 염두에 두고 대주주 살리기 및 SBS 지키기에 나선 것은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채권단의 다른 관계자는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오너 일가 이익만 챙기기에 급급한 사업주가 언론사를 갖고 있는 것 자체가 용납이 안 되는 일"이라며 "이렇게 시장 신뢰를 저버려 태영건설이 부도가 나면 SBS 대주주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오너 일가가 사재를 출연하고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 담보 등 추가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며 "추가 자구안을 보고 결정할 예정이지만, 주채권은행의 의견에 따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이번 주말까지 동의 가능한 자구계획 제출을 요구한 뒤 태영건설 측 행보를 지켜볼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금융지주 PF 담당 임원들과 은행연합회 관계자들을 불러 '부동산 PF 현황 및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8일 PF 점검 회의에는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다루고 있는 산업은행 관계자들도 참석, 자구안 이행 관련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다. 산업은행과 주요 은행은 이달 5일에도 모여 태영건설이 자구안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며 기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워크아웃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나타냈다.  

금융당국은 태영발 위기가 건설업 전반의 신용 경색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불안감 확산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 규모가 50%를 넘은 주요 기업은 롯데건설(212.7%), 현대건설(121.9%), HDC현대산업개발(77.9%), GS건설(60.7%), KCC건설(56.4%), 신세계건설(50.0%) 등이다. 

주요 건설사의 회사채 상환 만기 시점이 조만간 돌아온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주요 건설사 발행 회사채 규모는 약 2조3700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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