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의도?... 하나증권發 '롯데건설 위기설' 따져보니 [시경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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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 의도?... 하나증권發 '롯데건설 위기설' 따져보니 [시경pick]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4.01.1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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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증권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 리포트 발간 후 삭제
"지방 미착공 PF 2.5조 전액, 1분기 갚아야 할 채무"
"보유 현금 2.3조, 1분기 만기 도래 채무 2.1조... 위험"
회사 현재는 물론 중장기 미래 전망도 부정적 묘사
보고서 데이터 일부 오류... 우발채무 전체 규모 확대 해석
(왼쪽)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 하나증권 강성묵 대표. 사진=각 사 제공
(왼쪽)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 하나증권 강성묵 대표. 사진=각 사 제공

중견건설업체 태영건설 워크아웃 선언에 이어 연초부터 ‘롯데건설 위기설’이 등장했다. 위기설의 진앙은 하나증권이다. 하나증권은 이달 4일, ‘1월: 끝난 것이 아닌 PF문제’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발간했다. 건설업계의 통상적인 ‘부동산 PF 리스크’를 다룬 보고서 같지만 내용은 딴판이다. 해당 보고서는 롯데건설의 현금 유동성 실태를 매우 부정적으로 분석했다. 

‘롯데건설의 1분기 만기 도래 PF 우발채무 규모를 고려했을 때 현재 유동성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하나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올해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롯데건설의 '미착공 부동산 PF' 부채 규모를 3.2조원(서울 0.7조원, 지방 2.5조원)으로 집계했다. 하나증권 보고서는 서울 지역을 제외한 지방의 미착공 PF 2.5조원 전액을 올해 1분기 갚아야 할 채무로 산입했다. '지방 부동산 경기가 불황이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특히 하나증권은 롯데건설의 현금보유고를 2.3조원, 만기 1년 이내 단기차입금 규모를 2.1조원으로 각각 추산했다. 그러면서 "미착공 PF의 만기가 연장돼도 '본 PF'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결국 리스크는 돌아오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 개선 없이는 롯데건설의 위기설은 반복된다"며  현재는 물론이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도 상당히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부동산 PF 사업은 통상적으로 '착공 전 브릿지 PF', '착공 후 본 PF'로 구분된다.

롯데건설은 하나증권 보고서가 공개되자 즉각 반박에 나섰다. 회사는 "올해 1분기 만기 도래하는 미착공 PF 3.2조원 중 2.4조원은, 1월 내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 펀드 조성 등을 통해 본 PF 전환 시점까지 장기 조달구조로 연장하고, (나머지) 8천억원은 1분기 내 본 PF 전환 등으로 우발채무를 해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하나증권이 위기설의 근거로 제시한 '미착공 PF'에 대해서도 다른 해석을 내놨다. 하나증권은 총 3.2조원 규모의 미착공 PF를 서울 0.7조원, 지방 2.5조원으로 구분했지만, 회사는 서울·수도권 1.6조원, 그 외 지역 1.6조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는 “서울 외 사업장의 경우에도 해운대 센텀 등 도심지에 위치해 분양성이 우수한 사업장은 분양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삭제된 하나증권 리포트의 데이터 오류도 문제로 지적된다. 보고서는 미착공 지방 사업지를 모두 1분기 만기 도래 채무로 판단했으나, 7100억원 규모의 ‘전남 광주 중앙공원’은 본 PF로 이미 전환됐다. 

롯데건설의 미착공 PF를 '지역별'로 나눠보면 서울 6681억원, 경기 1조3735억원, 광역시 4000억원, 광역도 2040억원 등이다. 'PF 최대 위험 지역'으로 꼽히는 경북, 대구, 울산, 인천, 충북의 미착공 PF 규모는 8670억원에 불과하다. 

증권가에선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도 언론처럼 팩트체크와 데스크(부서장)의 정무적 판단을 거쳐 리포트를 공개하는데, 이 정도의 표현 수위(롯데건설 위기설)는 결정권자의 특정 의도가 들어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증권사들이 상황에 따라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순 없지만 롯데건설 입장에선 섭섭해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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