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권 562억 횡령의 본질... 그들만의 '부동산 PF'
상태바
[기자수첩] 은행권 562억 횡령의 본질... 그들만의 '부동산 PF'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3.08.08 12: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행권 횡령 대부분 부동산PF서 발생
전문성 필요 PF팀 순환보직 예외
시스템 구멍보다 폐쇄적 조직이 문제
인력 확충 등 효율성 높이는 대안 필요
“경남은행 내부통제시스템은 톱 수준... 맹목적 비판 사태해결 도움 안돼"

“은행은 순환근무가 원칙이지만 부동산PF 부서 만큼은 이 원칙에서 자유롭다. 그들만의 폐쇄적인 인적 네트워크 때문에 타인이 비집고 들어갈 부서의 틈이 없다. 들어가는 순간 왕따 아니면 타 근무지로 이동해야 할 정도다.”

최근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가 BNK경남은행 직원 562억원 횡령 사건의 본질이라며 설명한 말이다.

이번 횡령사태를 놓고 일반인들 사이에선 경남은행 내부통제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시선이 많지만 은행권에선 부동산PF 특유의 폐쇄적인 조직 분위기를 본질로 보고 있다.

엄청난 전문성을 요구하는 ‘PF업무’와 ‘부동산개발’이 더해지면서 그들이 아니면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카르텔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경남은행도 “부동산 PF대출 업무가 굉장히 전문적인데다가 수법이 교묘해 정기검사에서도 적발되지 않았다”며 “보통 한부서에서 5년정도 근무하면 이동하지만 횡령직원은 실적이 좋았고 대출을 직접 다루는 전문성을 인정받아 15년간 투자금융부에서 근무할 수 있었다"고 한부서에 오래뒀던 것 자체가 문제였음을 인정했다.

실제로 횡령사고자는 올 1월 투자금융기획부로 순환이동하긴 했지만 직전까지 15년6개월간 동일업무를 담당했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횡령 대부분이 부동산PF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KB저축은행에서 발생한 100억원대의 횡령도 부동산PF 담당부서에서 일어났다. 부동산개발을 위해 PF 자금을 대출받았던 기업들이 추가 대출을 원하는 것처럼 꾸며 자금을 받은뒤 이를 개인 계좌로 빼돌렸다. 경남은행도 대출서류를 조작해 돈을 빼갔다.

지난해 2월 모아저축은행에서도 부동산PF 대출업무 담당직원이 59억원을 횡령했고 한국투자저축은행에서도 같은해 12월 PF대출 담당이 8억원가량 횡령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밖에 페퍼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 부동산PF에서도 3억원, 2억원 규모의 횡령이 발생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관계자는 “경남은행의 내부통제시스템은 은행권에서도 톱 수준으로 시스템이 매우 잘 작동됐기 때문에 횡령범을 정기검사에서 잡을 수 있었다"며 "사기를 치기 위해 서류조작까지 하는 범죄를 그저 왜 예방하지 못했느냐는 비판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은행인 만큼 부동산PF 인력을 타이트하게 운영했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부동산PF 인력을 넉넉하게 채용해 순환보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의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