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삼표 오너 직접 겨눴다... "중대재해법 실제 책임자는 정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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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삼표 오너 직접 겨눴다... "중대재해법 실제 책임자는 정도원"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3.04.1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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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표 정도원 회장 중대재해법 공판 프리뷰]
"실질적·최종적 결정권자 정 회장" 檢 기소
"삼표산업 이종신 대표이사는 '업무수행자'"
정 회장 구체적 지시 여부 입증 여부가 관건
강태훈 변호사 "위헌법률제정 카드 쓸 수도"

[편집자주]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1년 초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 문턱을 넘은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집단은 '처벌사례'에 이름을 올리지 않기 위해 극도로 몸을 사려왔다. 이런 가운데 정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제1호 기소'라는 오명을 남겼다. 

'1호 기소'의 상징성이 워낙 커, 실형 선고 가능성에도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정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는다면 우리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예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그 모법이라 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처벌범위를 기업 최고 경영자로 대폭 확대했다. 중대재해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최고 경영자는 대표이사 등재 여부와 관계없이 안전보건 업무에 있어 실질적·최종적 결정권을 가진 자를 의미한다. 사안에 따라서는 비등기 임원인 '오너'가 동법의 적용대상이 될 수도 있다. 사고 발생과 직접 인과관계가 있는 관리·감독 책임자로 처벌범위를 제한한 산업안전보건법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오너를 비롯한 기업 최고 경영진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열어 놓은 동법은 국회 논의과정부터 위헌성 논란을 초래했다. 무엇보다 법정형이 '징역 1년 이상'으로 강화돼, 최고 경영진이 실형 선고를 받을 경우 기업의 대외신인도와 브랜드 가치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 주요 기업이 중대재해처벌법 기소만으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2년 1월 29일, 삼표그룹 계열사 ㈜삼표산업이 운영하는 경기 양주사업소 채석장에서 근로자 3명이 골재 채취 작업 중 약 25톤의 대규모 토사에 매몰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안전보건 업무'에 관한 실질적·최종적 권한을 행사한 당사자로 정 회장을 지목,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했다.  

이 사건 핵심 쟁점은 정 회장을 채석장 사고 관련 '안전조치 확보 의무의 최종 책임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시장경제>는 법조계 전문가 등의 견해를 종합해 향후 정 회장의 처벌 가능성을 짚어봤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검찰, 실질적·최종적 결정권 행사 여부 따져  

의정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홍용화)는 지난달 31일 정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혐의로, 이종신 대표이사 등 임직원 6명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아울러 현장 실무자 4명에 대해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약식 기소했다. 

검찰이 정 회장을 기소한 근거는 ▲채석산업에 30년간 종사한 전문가인 점 ▲사고현장 위험성을 사전 인식한 점 ▲안전보건 업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고받고 실질적·최종적 결정권을 행사한 점 ▲그룹 핵심사업인 골재채취 관련 주요 사항을 직접 결정해 온 점 등이다. 덧붙여 검찰은 급박한 위험에 대비한 메뉴얼 부존재를 기소 근거 중 하나로 봤다.  

검찰이 밝힌 사고 경위는 다음과 같다. 2019년 5월경 양주 채석장의 가채량 부족 해결을 위해 정 회장 등 최고 경영진인 석분토 316만㎡ 가량이 쌓인 야적장을 채취장으로 변경할 것을 지시했다. 당초 계획은 석분토 상부에서부터 계단식으로 골재를 채취하는 것이었다. 

이 방식을 채택할 경우 기업의 연간 매출액 상당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회사 경영진은 하부의 석분토부터 걷어내 골재를 채취하는 방식으로 작업형태를 바꿨다. 이 경우, 굴착면 기울기는 45°를 유지해야 했지만 2022년 1월, 그 각도가 53°도에 이르면서 붕괴 가능성이 제기됐다.

위험 징후는 사고 발생 전 잇따라 감지됐다. 같은해 1월 19일 야적장 최상단에서부터 석분토가 무너져내려 덤프트럭이 전도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 같은달 25일에도 채석장 상단에서 석분토 약 5585㎡가 흘러내렸다. 그럼에도 작업은 중단되지 않았고, 나흘 후인 29일 근로자 3명이 매몰돼 숨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검찰 기소에 있어 눈여겨 볼 대목은, 삼표산업 대표이사에게는 중대재해법보다 처벌수위가 한결 낮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는 점이다. 수사진은 '실질적 경영 책임자'를 정 회장으로 판단했다. 삼표산업 대표이사는 정 회장을 보좌한 업무 수행자 중 한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검찰이 정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안전보건 업무에 대해 실질적·최종적 결정권을 행사했다'고 적시한 사실은, 혐의 입증에 대한 자신감을 방증한다고 할 수도 있다.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에서 "삼표그룹은 레미콘·생산 판매까지 계열화된 기업집단이고, 삼표산업의 채석장은 그룹의 근간이 되는 핵심사업"이라며 "정 회장이 안전보건 업무를 포함한 경영권을 직접 행사할 필요성이 매우 컸고, 실제로 각종 정기보고와 지시를 통해 주요 사항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2일 경기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매몰사고 현장에서 구조당국이 중장비를 동원해 실종자를 수색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2월 2일 경기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매몰사고 현장에서 구조당국이 중장비를 동원해 실종자를 수색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강태훈 변호사 "오너 기소 처음"... 공판 장기화 전망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업 대표이사가 아닌, 그룹 오너가 기소된 것은 정 회장이 처음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정 회장은 그룹 오너 중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실형 선고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쓸 수도 있다.   

올해 1월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해 말까지 발생한 중대산업재해 건수는 총 229건에 달한다. 고용노동부 조사 후 검찰에 넘겨진 사건은 34건, 이 중 기소에 이른 케이스는 11건에 그쳤다. 이마저도 피고인은 모두 기업 대표이사이다.  

정 회장에 대한 검찰 기소는 이전 사건들과 결을 달리한다. 검찰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한 사람에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이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다 충실하게 보호하려는 중처법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재판에서는 정 회장의 지시 여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간 날선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채석장 안전보건 업무 전반에 걸쳐, 정 회장이 중요 사안을 직접 지시했다는 공소사실 입증은 검찰의 몫이다. 정 회장의 직접 지시 여부가 모호하다면 검찰은 "여론을 의식해 기소권을 오남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정 회장의 직접 지시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면 삼표산업의 오너 리스크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입법 과정에서 불거진 위헌성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변호인단이 변론 전략으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카드를 꺼내들 여지도 있다. 

중대재해처벌벌은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대산업재해로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경우 법정형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이다. 6개월 이상 치료해야 하는 부상자 혹은 유해요인으로 인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법정형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이다. 해당 법률 위반으로 인한 형 확정 후, 5년 이내 같은 혐의로 다시 기소된다면 각 항이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전문가인 강태훈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검찰은 명의상·형식상 대표이사를 경영책임자로 보지 않고, 사업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가진 정 회장을 실질적 경영책임자로 본 것"이라며 "정 회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의무 위반과 채석장 붕괴사건 간 검찰의 인과관계 입증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아직 중대재해처벌법 1심 판결이 한 건도 없는데다가, 오너가 기소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정 회장 측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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