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뚝굳히기·드론측량... 돈되는 '상생 新기술'에 빠진 건설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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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굳히기·드론측량... 돈되는 '상생 新기술'에 빠진 건설사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0.08.1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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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신고화재', 대림 '드론 측량'... 협력사 공동 개발
호반, 스타트업과 손잡고 '차세대 환기시스템' 연구
포스코 'TH-Beam', LH '매입말뚝'... 국보급 신기술
실용성 담보한 '상생 개발'로 패러다임 전환
LH‧포스코건설, 공모전 개최... 신기술 '인큐베이팅'까지

최근 건설사들이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법 개발부터, 재료품질 개선, 정보 공유를 활용한 비용 절감까지 신기술의 범위는 다양지고 있다. 일부 기업은 공모전, 기술전을 개최해 신기술 인큐베이팅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신기술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하나는 협력사와 협업을 통한 ‘신기술 개발’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수익성’을 담보해야 할 정도로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건설사들이 발표한 ‘신기술’을 보면 하나 같이 협력과 상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현대건설이 이달 6일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철강 제조시 발생하는 부산물(중조탈황분진)을 활용한 친환경 건설재료’는 현대제철, ㈜CMD기술단, ㈜대웅과 함께 개발한 신기술이다. ㈜CMD기술단, ㈜대웅은 건설재료 제조업체다. 이 기술은 시멘트보다 저렴한 고화재를 사용해 비용을 절감시켜 주목받고 있다.

건물을 세우기 전 연약한 지반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고화재(기존 토양과 혼합해 토양의 지지력을 강화하는 재료)가 투입되는데, 일반적으로 시멘트를 사용한다. 시멘트는 제조 과정에서 CO2(이산화탄소)가 대량 발생된다. 이산화탄소 총량을 제한하는 국제 규제와 상충된다.

현대건설이 협력사들과 공동 개발한 신고화재는 철강 부산물로 개발됐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비용 역시 시멘트 보다 저렴하다. 현대건설은 “신고화재는 인천신항 배후단지 현장에 시험 적용한 결과 우수성이 검증돼 여러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디자인=이수정
그래픽 디자인=이수정

대림산업은 '공사 정보 공유'로 협력사 생산성을 무려 7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대림에 따르면 토공사 협력사의 경우, '드론 정보 공유'로 생산성이 무려 70% 가량 향상됐다.

건설 현장에서 측량은 가장 기본적인 작업으로 공사 범위와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수시로 실시된다.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측량을 진행하면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대림산업은 드론을 활용해 측량을 실시하고 있다. 드론이 측량한 자료는 대림산업 기술개발원에 의해 3차원 영상 정보로 재탄생한다. 대림은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 자료를 협력사에 제공하고 있다. 협력사는 인력을 별도로 투입하지 않고도 PC화면을 통해 공사구간에 쌓여 있는 흙의 양과 높이, 면적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드론 측량 영상 자료를 제공받은 토공부문 협력사의 생산성이 약 70% 이상 향상됐다고 대림 관계자는 밝혔다. 획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였기 때문에 대림과 협력사는 비용 절감과 공기 단축을 효과를 얻게 됐다.

e편한세상 부평 그랑힐스 현장에서 만난 보우건설 이항범 소장은 “대림산업이 공사 초기부터 드론 교육과 디지털 장비를 지원해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호반건설은 스타트업 ‘에이올코리아’와 차세대 환기시스템 공동개발에 나섰다. 에이올코리아는 제균·제습·냉방기능을 모두 갖춘 다목적 환기시스템을 주택과 상업용 장비에 적용하는 기술력을 보유했다. 호반은 “기존 제품 대비 제습성능은 50% 향상시키고, 전력소모량은 40% 이상 절감하는 기술을 보유한 곳”이라고 소개했다. 에이올코리아는 호반그룹 사업장, 호반건설 아파트 단지 등에 차세대 환기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포스코건설은 구조안정성은 높이고, 공사기간과 비용은 절감하는 ‘TH-Beam공법’을 동부건설㈜, 대우조선해양건설㈜, ㈜쓰리디엔지니어링, ㈜무영씨엠건축사사무소와 공동 개발했다. 강건재로 만든 H-Beam 한쪽 면을 강재튜브로 만들어 콘크리트를 충전한 것으로, 기존 H-Beam보다 1.3~1.5배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 대형지붕, 고하중 바닥, 천장크레인 등에 획기적인 구조안정성을 보장한다. 보가 쳐지는 현상을 방지하기 때문에 보강용 경사재와 작은보 설치를 최소화 할 수 있어 공사기간과 공사비를 줄이는 이점도 있다. 이 기술은 국보급 기술로 분류되는 우리나라 '건설신기술 893호'로 지정됐다.

LH도 비티이엔씨(주), 현대엔지니어링(주), 삼표피엔씨(주)와 ‘매입말뚝 지지력 조기 확인을 위해, 말뚝 중공부에 용수가열 히터를 이용한 시멘트풀 고온양생방법’을 개발했다. 이 공법 역시 건설신기술 891호로 지정받았다. 이 기술은 건축‧토목 기초공사 시 매입말뚝 지지력 확인기간을 7일에서 1일로 단축시킨 기술로 상당한 비용절감, 공기단축이 기대된다.

매입말뚝은 국내 대부분의 건축‧토목공사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공공주택‧교량 등의 기초 구조물이다. 지반에 구멍을 뚫어 말뚝을 삽입한 뒤 말뚝과 구멍 사이를 시멘트풀로 메꾸는 방식으로 설치한다. 매입말뚝이 안전하게 구조물을 지지하기 위해서는 충전재인 시멘트풀의 적절한 양생(굳히기)과 지지력을 확인하는 품질관리가 중요한데, 기존에는 시멘트풀 양생에만 7일이 걸렸다. LH가 공동 개발한 신기술은 빈 공간에 물을 채운 뒤 전기히터로 가열, 말뚝 주변의 시멘트풀을 고온으로 굳히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시멘트풀을 조기에 양생시켜 말뚝 지지력을 기존 7일에서 단 하루만에 확인할 수 있다. 공사기간 단축은 물론, 비용절감과 과다시공도 방지 할 수 있다.

특히, 포스코건설과 LH는 중소건설업계를 위한 각종 공모전 등을 실시하면서 협력사의 신기술 ‘인큐베이팅’ 역할을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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