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협력사에 바지사장 세웠다는 檢주장, 사실 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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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협력사에 바지사장 세웠다는 檢주장, 사실 무근"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4.2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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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조와해 항소심 4차 공판서 檢주장 반박 법정 증언
前협력사 A대표 "인력 충원, 휴폐업 등 사장이 자체 판단"
A씨 "삼성 직원, 협력사 감시배치 주장도 사실과 전혀 달라"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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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과 관련돼, 삼성 측의 지시로 전국의 각 협력사에서 부당노동행위가 이뤄졌다는 검찰 공소사실을 반박하는 법정 증언이 공개됐다. 검찰은 삼성전자 본사와 삼성전자서비스, 각 지역 협력사로 이어지는 조직적 노조와해 연결고리가 존재했다고 주장했으나 증인으로 출석한 전 남인천협력사 사장 A씨는 "일선 현장에서 삼성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였다"고 단언했다. 

이같은 증언은 22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3부(배준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전자서비스 전·현직 임원 등 32명에 대한 항소심 4차 공판기일에서 나왔다. A씨는 93년부터 2018년까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를 운영했던 인물이다. 

그는 80년대 전파상을 운영하다가 1993년 삼성제품만 수리하는 수리업무 대행센터를 설립하며 가전수리업에 발을 들였다. 1998년 삼성전자서비스 설립을 기점으로 삼성전자 제품만 수리하는 개인사업체 ‘남동대행센터’를 운영하다가, 2001년 회사 규모가 커짐에 따라 법인체 협력사로 전환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삼성-삼성전자서비스-협력사로 이어지는 조직적 폐업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다. 검찰은 삼성 측의 치밀한 시나리오대로 협력사의 폐업 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이런 검찰의 기본 시각을 부정했다. 그는 증언에서 “삼성이 각 협력사에 대해 일방적으로 폐업을 지시하는 구조가 아니”라고 했다. 그의 증언은 "폐업은 협력사 사장들의 자의적 판단으로 이뤄지는 것이며, 삼성이 일방적으로 폐업을 지시할 수 없다"는 변호인단 항변과 맥을 같이 한다.  

A는 “협력사는 삼성전자서비스와 1년 단위로 수리위탁계약을 체결하는데, 특별한 사유 없이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며 “아무리 실적이 좋지 않은 협력사라 해도 재계약 기회가 주어진다”고 말했다. '협력사 대표들이 삼성전자서비스와의 계약 유지를 위해 본사 측 지시대로 움직였다'는 검찰의 주장과 충돌하는 대목이다.  

증언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가 각 협력사에 요구하는 실적 달성 수준은 전년 실적에 맞게 조정된다. 그래도 실적이 오르지 않으면 삼성전자서비스 측에서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한 지원에 나선다. 협력사 사장이 스스로 사업을 정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A는 증언했다.  

A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협력사와의 계약이 해지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수 개월간 실적을 달성하지 못해도 협력사 측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계약기간이 연장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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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들이 알아서 협력사 운영... 삼성전자서비스의 지시·강요 없었다" 

이 사건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상생협의회’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상생협의회는 삼성전자서비스가 각 지역 협력사 사장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자리다. 검찰은 이 모임이 노조 와해 지시를 전달하는 창구로 기능했다는 심증을 갖고 있다. 

A는 “협력사 사장들은 상생협의회를 통해 삼성전자서비스 측에 의견을 개진할 뿐, 지시를 받지는 않는다”며 “수리위탁계약을 맺을 때 계약서 내용에 불합리한 내용이 있으면 상생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1심 재판부의 판시사항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변호인단이 지목한 '사실 오인' 부분은 ‘삼성전자서비스가 전년도 실적을 평가해 인력 충원계획을 수립, 각 지사에 배분했고 협력사 사장들은 그 지시에 따라 임시직 기사를 채용했다’는 내용이다.

A는 “차후 년도 물량을 예측해 각 지역에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추정할 수 있지만 결국 협력사 사장이 전적으로 판단해 채용한다”며 “할당이라기보다 내년 수리업무 물량이 얼마나 될지 참고해 계획을 수립한다”고 했다. 삼성전자서비스측에선 수리업무 물량 예상치만 제공할 뿐, 인력 충원에 대해선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협력사들이 협력해 인력을 공동채용한 사실에 대해서도 증언이 이어졌다. 검찰은 "삼성이 협력사를 상대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 중 하나로 협력사 공동채용 사실을 언급했다. A는 이 점에 대해서도 검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컨소시엄을 진행하더라도 지원자 서류심사와 채용 여부는 결국 협력사 사장의 권한”이라고 했다. 나아가 “삼성전자서비스는 각 협력사에 공동채용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 참여를 독려한 정도”라며 “컨소시엄을 통해 수리기사를 채용하면 삼성전자서비스측에서 훈련비가 지급되기 때문에 양질의 수리기사를 채용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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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삼성전자서비스, 각 협력사에 '바지사장' 세웠다"... 辯 "사실 무근"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와 각 협력사가 수직적 상하관계에 있었다고 봤다. 협력사 사장은 명목상 직책에 불과하며, 삼성전자서비스가 SV(슈퍼바이저)를 통해 각 협력사를 관리·감독했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도 위 주장을 받아들여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사 관리를 위해 SV를 담당 협력업체에 상주시켰다’고 판단했다.  

A는 검찰 주장을 정면에서 반박했다. 그는 “SV는 협력업체에 상주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서비스 산하 각 지사에 있다”며 “업무 연락이나 애로사항 전달 등의 역할을 했을 뿐 SV가 수리기사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하거나 업무를 지시한 적은 없다”고 했다. 

삼성전자서비스에서 협력사 운영 관련 보고를 요구한 적이 있느냐는 변호인단의 질문에 A는 “수리위탁계약을 체결할 때 사업운영 계약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끝난다”며 “직원들의 급여 체계나 상여금 등도 협력사에서 자체적으로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재나 수리 물량 관리를 위해 삼성전자서비스 전산망을 이용하지만, 개별 수리건을 보고하는 구조는 아니”라고 증언했다. 이어 “자재 등 물량을 수리기사가 빼돌려 실제 전산과 상이한 ‘이상데이터’가 발생할 경우 삼성전자서비스가 소명을 요청하는데, 협력사 자체적으로 부정·부실 여부를 확인해 보고한다”며 “삼성전자서비스 측에서 수리기사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사건 다음 공판기일은 이달 27일, 서울중앙지법 312호 법정에서 속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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