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前직원 "협력사 노조 와해? 되레 수수료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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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前직원 "협력사 노조 와해? 되레 수수료 인상했다"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5.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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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 항소심 6차 공판
前 운영팀장 증인 출석 "노조 비율 높다고 계약 해지된 경우 없어"
"박상범 대표 재직 기간, 협력사 인센티브 오르고 이직률도 낮았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삼성전자서비스가 각 협력사의 독립적 경영을 인정하고, 임금 및 복지 등 처우 개선을 통해 수리기사들의 불만사항을 해소하려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 같은 증언은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사와의 계약해지, 위탁수수료 삭감 등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해 노조를 와해하려 했다는 검찰측 주장과 정면 배치된다.   

위 증언은 12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배준현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전·현직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임원 등 32명에 대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 6차 공판기일에서 나왔다.  

이날 공판 증인으로는 전 삼성전자서비스 운영팀장 A씨가 출석했다. 2012년 초부터 2014년 말까지 삼성전자서비스에서 기술팀장과 운영팀장으로 근무했다.  

검찰은 삼성그룹 옛 미래전략실이 주도해 계열사 노조와해 및 노조 확산 차단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동원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측이 각 지역 협력사 사장들을 통해 직원들의 노조탈퇴를 종용하고, 노조원 차별대우와 표적감사 등 집요한 노조와해 공작을 펴 왔다는 것이 검찰 공소사실의 요지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 설립 협력사를 상대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일방적 ‘계약 해지’ 등의 방법으로 노조를 고사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이날 A씨 증언은 검찰 주장과 전혀 달랐다. 특히 A는 "국내에선 수리업무 인력풀이 제한적인 탓에 현실적으로 협력사와의 계약 해지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의 증언은 검찰 공소사실이 기초적인 사실관계부터 왜곡돼 있었음을 시사한다.  

삼성전자서비스 수리업무 위탁 계약서를 보면, SLA(서비스 수준 협정 / Service Level Agreement)에 따라 실적 미달 협력사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존재한다.  그러나 A는 "실제로 이 조항을 적용해 계약이 해지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박상범 대표이사 재직 시 폐업한 해운대·동래외근·아산·이천 협력사의 경우, 사장들이 건강 문제 및 가정문제,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경영 포기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며 “협력사에 노조 비율이 높다고 해서 계약이 해지된 경우는 없다”고 부연했다. 

오히려 A는 박 전 대표 재직 기간 동안 협력사에 대한 인센티브가 10~20% 가량 상승했고, 이직률도 현저히 낮았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이 제시한 삼성전자서비스 임금인상안 문건에 따르면, 박상범 대표 재직 당시 수수료는 외근 기사 약 20%, 휴대폰 수리 10%, 비대면 업무 15% 수준으로 인상됐다. 

A는 “박상범 대표는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수리기사들의 임금·복지 수준이 향상돼야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수수료 지급 액수 상향을 위해 박 대표가 직접 삼성전자와 협의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SLA 지표가 좋은 협력사에 대해선 동기부여를 위해 성수기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정책을 폈다”며 “당시 노조와 관련한 여러 이슈가 있었는데, 임금 수준이 낮아서 그런 것은 아닌지 검토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 운영그룹장인 한 모씨가 이슈회의에서 박상범 대표의 지시를 받아 적은 메모 내용을 제시하며 노조와해를 의미하는 이른바 ‘그린화’ 전략을 실행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해당 메모에서 ‘대표 지시사항으로 상황실에서 논리 만들 것’, ‘일주일에 두 번 보고할 것’, ‘경쟁체제 만들 것’ 등의 문구가 발견된다는 이유에서다. 

변호인단은 해당 메모가 오히려 각 협력사의 독립 경영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해당 메모에 ‘운영프레임을 바꿀 것’, ‘드라이(Dry)하게 할 것’, ‘원 바디(One-Body)가 아니다’ 등의 내용이 있고, 이는 삼성전자서비스가 각 협력사들의 주체적 경영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A도 증언에서 “박 대표가 하청관계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클리어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었다”고 말해, 변호인단 항변에 힘을 실었다. 

‘경쟁체제를 만들 것’이라는 메모 내용에 대해선 “본사 입장에서도 수리업무 공백 우려 때문에 협력사에 목이 메여 있을 수밖에 없다”며 “계약 해지가 어렵기 때문에 경쟁 체제를 만들어 협력사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서비스 수준을 높이자는 취지 아닐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사건 다음 공판은 이달 19일, 26일 서울고법 312호 법정에서 각각 속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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