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와해 1심, 법리오해로 유죄 판결... 전부 無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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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조와해 1심, 법리오해로 유죄 판결... 전부 無罪"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6.04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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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조와해 의혹 항소심 7차 공판 분석
"근로자파견법 위반 인정 판결, 채증법칙 위반"
"검찰 압수수색 자체가 위법... 파생증거도 증거능력 부정해야"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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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 항소심 공판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변호인단이 이 사건 원심 법원의 ‘근로자파견법’ 위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전부 무죄' 항변에 나섰다. 특히 변호인단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들이 영세한 '동네 전파사'에서 별도의 인사·총무·영업조직을 갖춘 독립 법인으로 성장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원심은 이런 사실을 전혀 살피지 않고 협력사 전체를 삼성의 하부조직으로 봤다"고 비판했다. 

변호인단은 서울중앙지검 등 국가기관이 건물 관리 외주 하청기업들과 체결한 위탁계약 내용을 소개하면서,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사 간 계약 내용이 위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배준현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전·현직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임원 등 32명에 대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 7차 공판기일에서 변호인단은 쟁점변론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 

변호인단은 다음달 15일 최종변론을 앞두고 항소심 1차 공판부터 현재까지 나온 증인 진술과 추가 증거 및 의견 등을 종합해 주요 쟁점사항을 정리했다.

이 사건 핵심 쟁점은 근로자파견법 위반 여부다. 삼성전자서비스가 각 협력사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해 폐업 등의 수단으로 노조와해를 획책했는지가 관건이다. 근로자파견법 관련 쟁점은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사 관계 ▲근로자파견법 위반 혐의 성립 여부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근로자파견법 위반 사유의 존재 여부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앞서 원심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사를 사실상 하부조직처럼 운영했고, 수리기사들에게 파견관계가 성립할 정도의 구체적 지시를 했다”고 판시했다. 원심 재판부는 협력사 폐업에 대해서도 “삼성전자서비스가 우월한 지위에서 각 협력사의 존속 및 폐지를 결정했다”고 봤다. 

원심 판단에 대해 이 사건 변호인단은 법리오해 및 채증법칙 위반 사실이 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원심은 협력사를 삼성전자서비스 하부조직으로 인식했지만, 각 협력사는 하부조직이 아닌 법인으로서의 실체를 갖고 독자적으로 운영됐다”며 “근로자파견관계는 성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서비스와 각 협력사의 위탁관계가 형성된 과정을 살펴보면, 80~90년대 삼성전자는 서비스사업부를 통해 개인사업자인 각 지역 영세 전파사들과 거래관계를 유지했다. 1998년 삼성전자서비스가 독립 법인으로 분사하고, 수리 제품의 종류와 물량 규모가 커짐에 따라 영세 전파사들도 법인 형태를 갖춘 협력사로 변모했다.  

변호인단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화되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협력사들도 변화를 겪었다”며 “하부조직이라는 원심 판단과 달리, 영세 사업자에서 법인 형태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인사·노무조직을 갖추는 등 독립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변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원심은 협력사가 정상적으로 체결한 모든 근로계약이 허울뿐인 것으로 보고, 100여개가 넘는 협력사의 실체를 부정하는 판단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원심이 각 협력사를 삼성전자서비스의 ‘하부조직’으로 판단한 주요 근거 중 하나는 수리물량의 98%를 위탁하는 구조에 있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전 직원들은 협력사 및 수리기사의 업무를 관리하는데 투입됐고, 각 협력사는 수리물량의 대부분을 처리하므로 사실상 협력사가 삼성전자서비스에 편입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  

반면 변호인단은 “법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하도급법에 규정된 수리위탁 부분 항목에 따르면, 물량 전부를 위탁해도 하등의 문제가 없다”고 했다. 나아가 “삼성전자서비스 직원 중 일부인 약 20%가 협력사 관리 업무에 투입됐지만, 이는 소비자 대면 업무 대부분이 협력사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가 SV(슈퍼바이저)업무 담당 직원을 통해 각 지역 협력사를 직접 관리했으며 노조와해 전략도 실행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SV 역할은 협력사의 원활한 운영을 돕고 소비자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데 있다. 개별 수리기사에 대한 업무지시는 원칙적으로 협력사 사장과 팀장이 하고, SV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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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辯, 서울중앙지검-하청기업 위탁계약 내용 소개 '역공'... 검찰과 신경전  

변호인단은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사가 맺은 수리위탁계약이 정상적이고 적법한 범주에서 체결됐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변호인단이 비교대상으로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이 하청기업과 체결한 시설관리 위탁계약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국가기관-하청기업 위탁계약 내용과 비교할 때,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사와 맺은 위탁계약은 독립성을 인정하는 측면이 더 많다는 것이 변호인단 주장이다.

변호인단이 이날 공개한 2017년 서울검찰청-하청업체 간 시설관리 용역계약 내용을 보면 하청기업 인력과 업무수행 항목은 물론 노조활동에 이르기까지 그 관여도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운영 항목만 보더라도 위탁자인 서울검찰청이 하청기업 직원 교체권한을 갖고 있고, 업무수행을 지시 감독할 수 있다는 항목도 있다. 하청기업 직원이 결혼 시 취해야할 조치들과 이에 따른 인건비 감액 내용도 포함돼 있다. 

주목되는 부분은 서울검찰청 역시 하청기업의 ‘노조문제’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당 계약 내용을 보면, ‘하청업체는 종업원의 파업, 태업 등 노사분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노동쟁의 우려나 발생 신고가 있을 시 즉시 위탁자에 통보하고 시설관리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돼 있다. 

변호인단은 “서울검찰청과 하청업체 간 계약 내용이 근로자파견법 위반요소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전제하면서 “도급 계약의 일반적 내용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삼성전자서비스의 계약 내용이 협력사의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말씀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사가 맺은 위탁계약 내용을 보면 협력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관계임을 알 수 있다”며 “협력사가 하부조직처럼 운영됐다는 원심 판단은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근로자파견법 위반 관련 증거를 시기별로 구분해야 한다는 항변도 곁들였다. 검찰은 2013~2018년까지 수리업무위탁 기간 중 일어난 행위만을 기소 대상으로 삼았는데, 위 기간 이전에 작성된 문건들을 범죄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했고, 원심 재판부도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위법 증거수집' 논란... 辯 "법절차 무시 상당... 영장주의 지켜져야"

이 사건 1심 공판에서 변호인단이 제기한 '위법 수집 증거 배제 원칙'도 이날 다시 등장했다.

이 사건 발단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이다. 2018년 2월 8일 ‘검찰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수사팀’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및 수원사업장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과 관계가 없는 다수의 문서 및 자료를 일괄 압수했다.

압색 현장에서 확보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들의 노조 관련 문건을 발견한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이 회사 소속 임직원들을 노동조합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원심 재판부는 검찰이 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과실만 인정했을 뿐, “압색 과정에 증거 효력을 부인할만한 위법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직원에게 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과실은 있으나 증거능력을 배제할 만한 사유로는 부족하다”며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와 이를 토대로 작성한 공소사실 대부분을 그대로 받아들여 주요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원심 판단에도 불구하고 ‘위법증거수집’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검찰이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 범위를 벗어나 ‘포괄적 압색’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 재판부는 이런 사실을 외면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2007년 11월 대법원 판례가 인정한 ‘독수독과(毒樹毒果)’ 이론을 기준으로 하면 검찰이 확보한 노조 관련 문건과 이를 통해 확보된 2차, 3차 증거는 효력을 잃는다. ‘독수독과’ 이론은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毒樹)에 터잡아 2차 증거(파생증거)를 얻었다면, 그 파생증거 역시 독과(毒果)이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법리다.

법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다스 의혹 관련 검찰 수사팀에 영장을 내주면서 ‘압류 대상 물건’을 ‘2008년 1월1일부터 2011년 12월31일까지 생산된 문서‘로 제한했다. 그러나 실제 검찰이 압수한 ‘물건’에는 위 기간을 벗어나 생산된 문서 및 자료가 다수 포함됐다.

변호인단은 “원심은 검찰의 영장 미제시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고 했지만, 대법 판례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면서 “수색장소 위반, 관련 없는 장소에서의 압수, 영장 미제시 등 절차 위반이 상당하다”고 했다. 

이어 “별건영장 집행은 수사기관이 이미 위법하게 확보한 증거를 근거로 하고 있다”며 “위법한 압색과 관련해 타협할 수 없는 최고의 가치인 영장주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이 사건 재판부에서 엄격히 판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검찰은 “삼성 직원이 노조 관련 문건이 담긴 저장매체를 이곳, 저곳으로 옮긴 정황이 있었다”며 “이정도 정황이면 당시 검찰의 의심이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받아쳤다. 다만 영장 미제시 여부 등과 관련해선 직접적 언급 대신 추가 의견서를 제출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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