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불참, 성수기에 일방통지한 노조 탓... 경총지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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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불참, 성수기에 일방통지한 노조 탓... 경총지시 없었다"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4.1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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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조와해 의혹' 항소심 3차 공판서 前 협력사 사장 증언
檢 "삼성, 경총 앞세워 협력사 대표에 부당노동 간접 지시"
삼성전자서비스 전 대표 "경총 가입, 스스로 결정한 것"
'그린화' 용어 아냐? 질문에 "기사보고 처음 알아... 들은 적도 없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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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들이 노조와의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노조활동을 방해했다는 의혹과 관련돼, 성수기에 교섭을 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진행이 더뎠을 뿐 의도적인 방해나 지연은 없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 같은 내용은 14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3부(배준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전자서비스 전·현직 임원 등 32명에 대한 항소심 3차 공판기일에서 나왔다. 

이날 증인으로는 삼성전자서비스 충남 서산 협력사 전 대표 정 모씨가 출석했다. 정씨는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서산 협력사를 운영했다. 검찰은 정씨가 대표로 재직하던 시기, 노조와의 단체교섭을 의도적으로 해태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검찰은 정씨 등 협력사 대표의 단체교섭 지연이 조직적 계획적으로 이뤄졌으며, 그 배후에 삼성전자서비스가 있다는 심증을 갖고 있다.  

정씨 증언에 따르면, 그는 2013년 9월 충남 서산 교육장에서 노조와 1차 교섭을 가졌다. 교섭인원은 노조측이 6명, 협력사 측 2명이었다. 1차 교섭 문건을 보면, 결과는 ‘전체의견 불일치’였다. 

노조는 일주일에 2~3차례씩 추가 교섭 진행을 요구했지만, 정씨는 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9월은 전자제품 AS에 있어 성수기입니다. AS고객 민원은 6~8월 집중되지만 인력이 달려 9월까지 밀린 AS를 처리하기 때문입니다. 성수기인 9월에 그것도 일주일에 두 세 차례씩 교섭을 진행하자는 노조 주장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노조는 일시와 장소를 일방적으로 정해 추가 교섭을 통지했고, 정씨는 위와 같은 이유로 교섭에 불참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정씨는 “성수기 기간 동안 노조가 요구한 교섭을 강행했다면 수리기사들도 물량 배정 문제로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며 “성수기에는 업무가 너무 많으니 일과시간 이후에 교섭을 진행하려 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교섭 불참 후 노조의 분위기가 험악하게 변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검찰 진술조서를 보면, 노조 측 천안 아산센터지회장 A는 서산협력사까지 찾아와 욕설을 섞어 협박을 했다. A는 당시 “사장XX 나오라”며 협력사 사무실 책상을 발로 차는 등 당장이라도 위해를 가할 것처럼 행동했다. 정씨는 A의 폭력행위 직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통해 폭력행위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공문을 노조에 보냈다. 여기에는 신변안전을 위해 A의 교섭참여를 배제해달라는 내용도 포함했지만 노조는 이를 묵살했다고 한다. 앞서 정씨는 노조와의 단체교섭권한을 경총에 위임했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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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협력사 사장 "경총 혹은 삼성으로부터 교섭지연 지시 받은 적 없다"

검찰은 정씨가 경총에 교섭권한을 위임하게 된 경위를 추궁했다. 협력사들이 단체교섭권한을 경총에 위임하게 된 배경에 삼성전자서비스가 있는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경총을 통해 교섭 지연을 사실상 지시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것이 검찰의 기본 시각이다. 

정씨는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경총을 소개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존재와 역할에 대해서는 "단체교섭을 대행해 주는 회사 정도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경총으로부터 구체적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총 가입 전 협력사 대표를 대상으로 한 교육에 참석한 적은 있지만 부당노동행위를 직간접적으로 지시받은 사실은 없다"고 덧붙였다. 경총 교육프로그램의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노조의 권리와 단체교섭 협상에서 주의할 점 등 노동관계 전반에 대해 배웠다”고 했다.

정씨는 “경총 가입이나 교육은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 의사에 따른 결정이었다”며 관련 의혹을 정면에서 부인했다. 그는 ‘노조와해’를 의미하는 ‘그린화’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 “전혀 없고, 나중에 언론을 통해서야 알았다. 2013년 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용어“라고 답했다. 

정씨가 경총에 교섭권한을 위임함에 따라, 2013년 10월 열린 2차 교섭에는 정씨가 불참하고 경총관계자들이 대신 참석했다.  

변호인단은 “정씨가 노조측으로부터 수차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발을 당했지만,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삼성전자서비스가 각 협력사의 단체교섭을 조직적 계획적으로 지연시켰다는 검찰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이 사건 다음 공판 기일은 이달 21일, 27일, 5월 12일 각각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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