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스모킹건'은 없었다... 삼성 노조와해 공판 36회로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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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스모킹건'은 없었다... 삼성 노조와해 공판 36회로 종결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11.0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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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적 계획범죄'라는 檢... 공소장, '공모혐의' 특정 없어
검찰 '위법 증거수집' 논란 재점화... 재판부 판단 '변수'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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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진행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 공판이 36회를 끝으로, 모든 변론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검찰은 지난해 2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이른바 ‘노조전략’ 문건을 바탕으로 혐의 입증을 자신했지만, 결심공판에 이르기까지 결정적인 ‘스모킹건’은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결심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서로 대립각을 세우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법리공방을 벌였다. 이날 공판은 검찰의 최종의견 및 구형, 변호인단의 최후변론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검찰은 삼성그룹 옛 미래전략실이 주도해 계열사 노조와해 및 노조 확산 차단을 위한 여러 방안을 수립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강성노조가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를 폐업시키고, 노조원을 해고하는 방법을 썼다"고 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측이 각 지역 협력사 사장들을 통해 직원들의 노조탈퇴를 종용하는 한편 노조원 차별대우와 표적감사 등 집요한 노조와해 공작을 펴, 근로자들(협력사 소속 노조원)에게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 검찰 공소사실의 요지다.  

이어 검찰은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사장),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 등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팀장이었던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과 박용기 삼성전자 부사장,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에게는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에게는 징역 5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조 단체교섭에 개입하고 62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경찰관 김모씨에게는 징역 7년에 벌금 1억5000만원을 구형했다. 위장폐업 및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기소된 각 지역 협력사 사장들에게는 징역 6개월에서 1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구형 이유에 대해 “이 사건은 삼성이라는 글로벌 대기업이자 우리나라 대표 기업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반헌법적이고 조직적인 노조파괴 범죄가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엄중한 사법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최후변론에서 "삼성그룹 차원의 노조와해 전략 수립 및 조직적 지시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검찰은 피고인들이 노조와해 계획수립 및 보고·지시 과정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구체적인 특정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수사 부실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사건의 성격에 대한 판단도 상이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그룹 컨트롤타워가 기획하고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담당 임직원이 조직적으로 공모한 범행'으로 정의하며, 그 몸통으로 삼성그룹 옛 미래전략실을 지목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조원이 숨지는 등 예상 밖의 돌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2014년 초 삼성 본사 인사지원 그룹이, 계열사도 아닌 협력사 노조문제까지 관심을 둘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공판을 통해 드러난 정황을 재구성하면 아래와 같다.

2014년 6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조원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 정치권과 언론이 집중적인 관심을 표했다. 삼성은 상황 대처를 위해 ER파트 직원을 파견했다. 검찰은 ER파트가 협력사 노조대응 전략을 수립한 부서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검찰 시각이 의문을 제기했다. 다음은 이 부분 변호인단의 항변. 

“이 부서(ER파트) 전체 인원이 8명에 불과하다. 검찰의 주장대로 삼성이 집요한 노조와해 공작을 벌였다면, 규모가 작은 부서에서 낮은 직급의 직원이 동원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조직적인 상부의 지시나 보고, 각 피고인의 관여 정도에 대해 밝혀진 것이 없다.” 

변호인단은 대법원 판례(2017년 5월)를 인용해 “피고인이 범행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며 “고의적 범행으로 보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있고, 증거관계 및 경험칙상 '고의 범행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를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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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 직접 고용 및 노조활동 보장... 노사문제 재발 가능성 없어" 

공판 내내 문제로 지적된 검찰의 위법한 증거수집 행위도 다시 한 번 등장했다.

영장이 적시한 범위를 벗어난 검찰의 싹쓸이 압수수색과 이에 터잡은 별건수사의 위법성은 이 사건 공판 최대 이슈 중 하나였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다스 수사 과정에서 삼성으로부터 하드디스크를 압수했고, 이는 영장에 기재된 기간과 범위를 준수하지 않은 것”이라며 “사후영장 없는 압수 처분은 그 자체로 위법”이라고 항변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은 압수된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14만건의 문건 중 노사전략문건 등을 선별해 작성자와 문건의 용도, 성격, 기재된 문구의 구체적 의미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마치, 회사의 의사결정을 담은 공식 문서인 것처럼 취급했다”며 “검찰이 제시한 대부분의 문서는 작성시기와 내용상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위장폐업’으로 보고 있는 협력사 폐업과 관련해서도 변호인단은 “삼성전자서비스에 있어 협력사는 일방적으로 예속된 관계가 아닌, 독립된 경영 주체”라며 "삼성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폐업이 아니다"라고 했다.  

변호인단은 “폐업이 협력사 사장과 노조원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은 명백하다”며 “검찰은 협력사 사장의 임의적 폐업 의사를 부정하고, 노조로부터 계속 무시와 조롱을 받아도 운영을 계속 해야 한다고 하는데 (검찰의 이런 판단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공판에서 공개된 증인 진술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 일부 협력사에서는 특정 노조원이 사장의 의사를 무시한 채, 수리기사들의 근무시간까지 정하는 등 경영간섭이 극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협력사는 일주일에 많게는 3~4번 벌어지는 파업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다른 협력사에서도 노조원들이 사장의 업무지시를 노골적으로 거부하고 비웃는가하면 대놓고 '바지사장'이란 호칭을 쓰며 조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원들이 협력사 사장이 사용하는 캐비넷에 흉기를 넣어두고, '너 죽는다'와 같은 협박 문구가 적힌 쪽지를 보낸 일도 있었다. 심지어 일부 협력사 노조원들은 사장의 자녀가 근무하는 학교 근처에, 해당 사장을 인격적으로 비하하는 현수막을 거는 극단적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한편, 변호인단은 최후변론에서 삼성전자서비스가 수리기사 8700명을 직접 고용하고 합법적인 노조 활동도 보장하고 있다는 점을 소개하며 양형에 있어서 참작할 부분이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향후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이 사건과 같은 노사문제가 재발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합리적인 직급 및 임금체계와 각종 복리후생 제도를 도입하는 등 미래지향적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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