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옵션 부채'는 정말 은폐됐나... 삼바 檢수사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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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옵션 부채'는 정말 은폐됐나... 삼바 檢수사 팩트체크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10.0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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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검 특수4부 ‘콜옵션 공시 누락’, ‘삼성 합병 이슈’ 재수사 움직임 
콜옵션 상당 부채(평가손), 지분회계 적용 뒤인 15년부터 재무제표 반영
연결 회계 적용된 14년 이전에는 문제 자체가 안 돼 
콜옵션 공시 누락, 합병비율과 무관... 法 “자본시장법 따라 적법하게 산정”
23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삼성물산 플랜트 부문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YTN 뉴스. 사진=화면 캡처.
23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삼성물산 플랜트 부문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YTN 뉴스. 사진=화면 캡처.

검찰 내부 사정에 밝은 전현직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이복현)는 최근 들어 ‘콜옵션 공시 누락’과 ‘삼성 합병 이슈’를 다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12월13일 대규모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삼바 분식회계 의혹 수사에 나섰다. 올해 2월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를 전담 수사팀으로 지정, 한국과 미국 공인회계사 출신을 비롯 전국 지검·지청에서 실력이 검증된 특수통 칼잡이들을 불러들였다.

검사만 18명이 투입된 수사팀은 올해 5월 들어 삼성바이오와 ‘관계사(피투자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전자 소속 임직원 8명을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본죄’인 분식회계 혐의로 방향을 돌리면 사정이 다르다. 수사팀은 지난해 12월 이후에도 여러 차례 압수수색에 나서며 삼성을 압박했으나 분식회계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분식회계 혐의에 적용되는 법은 두 가지다. 분식회계를 목적으로 장부상 매출을 가공하고, 부채 내지 경비를 축소한 당해 기업 임직원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을, 이들의 행위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적극적으로 공모한 회계사들에 대해서는 외부감사법을 각각 적용한다.

검찰 수사팀이 분식회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2012~2015 회계연도 삼바의 재무제표 작성과정에 위와 같은 위법행위가 있었음을 규명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2012년부터 2014년 사이 연결 회계를 적용한 삼바 재무제표는 적정하게 작성됐는지 ▲2015년 회계기준을 변경해 지분회계를 적용한 삼바의 판단은 적정했는지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의 지배력이 현실화된 시기를 2015년으로 본 삼바 판단에는 위법이 없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재무제표 작성 및 그 과정에 위법행위가 있었음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취재 중 만난 대부분의 회계학자들은 “연결 회계 및 지분회계 적용의 적정성, 콜옵션 지배력의 현실화 판단 시기 등은 기본적으로 회계 해석의 문제”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들은 삼바 이슈를 분식회계로 본 금융당국의 판단 자체에 의문을 나타냈다.

수사 개시 만 9개월이 넘었는데도 분식회계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새로 꺼내든 카드가 콜옵션 공시 누락 및 삼성 합병이다. 

[편집자주]

검찰은 삼성바이오의 2012년부터 2015년 사이 재무제표 작성과 관련돼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매출, 비용·부채 고의 누락과 같은 명백한 분식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분식회계는 기업이 없는 매출을 가공해 영업이익을 부풀리고, 부채나 비용은 축소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사기가 대표적 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은 대우조선해양 케이스와 결이 전혀 다르다.

이 사건 분식회계 혐의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삼바의 2012년 재무제표 적정성이고, 다른 하나는 2015년 재무제표 적정성이다.

2012년 재무제표 작성의 적정성은, 삼바가 미국계 글로벌기업 바이오젠과 합작·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자회사·삼성바이오 단독지배)로 볼 것인지, 아니면 설립 당시부터 에피스를 삼바의 ‘관계회사’(삼바-바이오젠 공동지배)로 볼 것인지 문제다.

삼바는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회계 처리했으며, 이 사건을 고발한 증선위는 2012년 에피스 설립 당시부터 당해 기업을 ‘관계회사’로 봤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5년 재무제표 작성의 적정성은,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 지배력이 현실화된 시점’을 언제로 보느냐의 해석 문제로 귀결된다.

삼바는 2015년 하반기, 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2건이 국내시판허가를 얻자 에피스의 지위를 종속회사(삼바 단독지배)에서 관계회사(삼바-에피스 공동지배)로 변경하고, 연결 회계가 아닌 지분회계를 적용했다.

삼바 측은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의 지배력 현실화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경제적 실질=내가격)을 충족한 이상 에피스를 더 이상 종속회사로 묶어둘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검찰은 ‘삼바는 에피스 설립 당시인 2012년부터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해 고의 분식에 나섰다’는 심증을 갖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매출 가공해 분식(粉飾)... 삼바 이슈는 ‘회계 해석’의 문제

검찰이 심증을 입증하려면, 2012년 삼바 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 분식이 있었음을 규명해야 한다.

삼바의 2012년 재무제표에서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볼 것인지 지분법상 관계회사로 볼 것인지 여부는 회계방식 적용 혹은 해석의 문제일 뿐 분식과는 거리가 멀다. 가공의 매출도 비용이나 부채 축소도 없기 때문이다.

참여연대가 처음 분식 의혹을 제기한 2015년 재무제표 역시, 지분법 회계를 적용한 당연한 결과일 뿐 가공 매출이나 부채 축소와는 관계가 없다.

◆참여연대 시각 그대로 복제한 검찰... 콜옵견 공시 누락 '고의성' 입증 주력

‘콜옵션 고의 공시 누락’에 대한 검찰의 기본 시각은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참여연대의 그것과 매우 닮았다.

참여연대 등은 “제일모직이 합병비율 산정에 있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기관투자자들이 합병에 찬성표를 던질 수 있도록, 자회사인 삼바 재무제표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분식을 했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구체적으로 삼바가 바이오젠과 약정한 콜옵션 사실을 고의로 은폐해, 콜옵션 상당 부채를 감췄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요지이다.

합병 전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 지분 45.7%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자연스럽게 삼바의 실적은 제일모직의 재무제표에 반영됐다.

이들 주장은 두 가지 추론에 기인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 사진=이기륭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 사진=이기륭 기자

하나는 삼바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사실을 제대로 공시했다면 재무제표상 삼바의 부채 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이는 모회사인 제일모직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합병비율이 제일모직 측에 불리하게 산정됐을 것이란 추론이다.

다른 하나는 합병비율이 모직 측에 불리하게 산정됐다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을 것이란 추론이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삼바의 콜옵션 공시 누락은 분식회계 출발점이며, 합병의 근본 목적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지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콜옵션 공시 누락으로 출발한 삼바 이슈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의혹과 만나는 접점이 ‘모직-물산 합병’인 셈이다.

◆참여연대 및 검찰 “기업평가보고서 조작 안 됐으면 합병 어려웠을 것”

두 번째 쟁점은 ‘회계사들의 진술 번복 의혹’이다.

올해 4월 일부 親검찰 매체는 “2015년 삼성 합병 당시 기업가치평가보고서를 작성한 회계사들이 말을 바꿨다”며 회계사들의 진술 번복 사실을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회계사들은 검찰 조사에서 ‘삼성 측 요구에 따라 모직에 후하게, 물산에는 박하게 기업가치평가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조작된 기업가치평가보고서가 아니었으면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을 것”이란 검찰 측 주장을 비중있게 실었다.

이들 매체는 한발 더 나아가 “검찰은 모직-물산의 합병비율 적정성 평가를 위한 보고서도 조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삼바는 부채를 숨기기 위해 콜옵션 공시를 누락했나?

검찰 로고. 사진=이기륭 기자.
검찰 로고. 사진=이기륭 기자.

참여연대와 검찰은 삼바 측이 콜옵션 상당 부채를 감추기 위해 공시를 고의 누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래는 관련 재판을 통해 실체가 밝혀졌거나, 검찰과 삼바 측 모두 다툼이 없는 사실이다(학계의 통설적 견해를 포함한다). 

△삼바는 2012년 바이오젠과 함께 조인트벤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설립 당시 대표이사 및 이사 5명 중 4명에 대한 선임권은 삼바가, 나머지 이사 1명의 선임권은 바이오젠이 각각 보유했다.

△설립 당시 삼바의 보유지분은 85%, 바이오젠은 15%에 불과했다.

△바이오젠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에피스에 대한 지배권은 삼성바이오가 행사한다’는 내용을 매년 공시했다.

△에피스는 2014년까지 두 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며, 바이오젠은 모두 불참했다. 그 결과 삼바 보유지분 비율은 91.2%까지 올랐고, 바이오젠 보유 지분 비율은 8.8%까지 떨어졌다.

△바이오젠은 미래 일정 시점에 에피스 발행 주식을 최대 ‘50%-1주’까지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을 갖기로 삼바와 약정했다. 바이오젠은 지난해 6월 위 약정에 따라 콜옵션을 행사했다.

△에피스는 2015년 9월과 12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2종의 국내 시판허가를 식약처로부터 받았다.

△콜옵션은 지배력이 현실화됐을 때 비로소 경제적 실질을 갖는다. 콜옵션의 지배력이 현실화됐는지 여부는 회계학상 ‘내가격 요건’의 충족 여부로 판단한다. 여기서 말하는 ‘내가격’이란 당해 기업의 주식가격이 콜옵션의 행사가격보다 높은 경우를 말한다.

△2015년 삼바는 ’내가격 요건‘이 충족됐다고 판단, 에피스를 바이오젠과 ‘공동지배’하는 관계사로 보고 연결 회계가 아닌 지분회계를 적용했다.

△지분회계를 적용하는 경우, 자산과 부채 모두 장부가격(취득원가)이 아닌 공정가격(시장가격)으로 산정한다. 이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이 정한 원칙이다.

△지분회계를 적용하면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은 ‘부채’(평가손)로, 삼바가 보유한 에피스 주식은 ‘자산’(평가익)으로 각각 산정해 재무제표에 반영한다. 이때 기준이 되는 가격은 장부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시가)이다.

’콜옵션 부채‘는, 내가격 요건이 충족됐을 때 비로소 문제가 된다.

삼바는 2014년까지 바이오젠 콜옵션의 지배력이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판단, 연결 회계를 적용했으므로 콜옵션을 부채로 계상할 여지가 없었다.

풀어서 설명하면 2015년 이전 삼바가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을 부채로 계상하지 않은 것은 연결 회계를 적용한 결과일 뿐, 공시 누락과는 관계가 없다.

◆콜옵션 약정은 정말 은폐됐는가?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을 보면, 바이오젠은 2012년부터 사업보고서를 통해 ‘에피스에 대한 삼성바이오의 단독지배’ 사실을 공시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가 공개한 ‘바이오젠 공시 2012년 사업보고서’ 중 에피스 관련 내용은 이렇다.

“Samsung will retain the contractual power to direct the activities of the entity which will most significantly and directly impact its economic performance.”

이 교수는 위 문장을 아래와 같이 해석했다.

“삼성은 경제적 성과에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활동을 지시할 수 있는 계약상 권리(힘)를 보유한다.”

올해 4월25일 일부 매체는 검찰발 기사로 “삼정KPMG와 딜로이트안진 소속 회계사들이 바이오젠 사업보고서를 통해 콜옵션 존재 사실을 확인하고, 삼성바이오 측에 합작계약서 제출을 요구했으나 받지 못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위 기사는, 삼바 외부감사를 담당한 회계사들이 적어도 2015년 이전부터 삼바와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약정 사실을 알고 있었음을 반증한다.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콜옵션 약정 사실을 인지했다면, ‘부채를 감추기 위해 콜옵션 공시를 고의 누락했다’는 검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기업의 외부감사인은 ‘중요성 관점’에서 재무제표 작성의 적정성을 판단한다. 삼바 측이 계약서 제출을 거부한 것이 사실이고 그것이 중대한 사안이라면 감사를 거절하거나 한정의견을 내면 된다.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적정 의견’을 냈다면, 다른 경로로 그 내용을 확인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삼바는 2015년 재무제표 작성을 앞두고 에피스를 계속 종속회사(단독지배)로 볼 것인지, 아니면 관계회사(공동지배)로 판단할 것인지를 놓고 국내 3대 회계법인에 자문을 구한 사실이 있다. 이때 회계법인들은 삼바 측에 “이제는 지분회계를 적용할 때가 됐다”는 의견을 냈다. 지분회계를 적용한다는 것은 콜옵션 지배력이 현실화됐으므로 에피스를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사로 변경 처리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회계법인들의 답변은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의 존재는 물론이고 그 약정의 주요 내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콜옵션 존재와 그 행사 조건에 대한 세부 정보를 알지 못했다면 위와 같은 자문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콜옵션 공시 누락은 합병비율 산정에 영향을 줬는가?

삼바가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 존재를 공시하지 않았고, 그 행위가 모직-물산 합병비율 산정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주장은 이 사건 분식회계 의혹 수사와 관련돼 가장 자주 언급되는 단골 소재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콜옵션 공시 누락과 합병비율 산정은 무관하다.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의 산정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 이는 우리 법원이 일관되게 확인한 사안이다.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무효 소송 1심과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메니지먼트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가처분신청사건에서 법원은 각각 ‘청구(신청) 기각’ 판단을 내렸다.

두 재판부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 및 합병가액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적법하게 산정됐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그 기준이 된 주가가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행위나 부정거래행위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닌 이상 합병비율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법원이 명확한 판단을 내렸는데도 ‘콜옵션 공시 누락’을 합병과 연결짓는 검찰의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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