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근거"라며... 삼바설립 2년前 보고서 제시한 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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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 근거"라며... 삼바설립 2년前 보고서 제시한 檢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10.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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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증거인멸 4차 공판... 檢 서증조사 vs 辯 항변, 법리공방
11년 설립된 삼바, 09년 美맥킨지에 '사업 전망 보고서' 의뢰
檢, 이 문건 근거로 "분식회계" 주장.. 辯 "상식밖 황당한 논리"
檢, 변호인단이 요구한 '인멸된 증거의 특정' 이날도 제시 못해
사진=시장경제신문 DB
사진=시장경제신문 DB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혐의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이,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객관적인 기업가치(주식가치) 평가가 가능했는지 여부를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회사 PC 파일 등에서 일부 자료가 삭제된 경위에 대해서도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범행'이라는 검찰 입장과, '삭제된 자료는 증거인멸죄의 본죄라 할 수 있는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이 없다'는 변호인단 항변이 팽팽하게 맞섰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소병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4차 공판에서는 검찰 서증조사 및 이에 대한 변호인단의 의견 개진이 이뤄졌다. 

서증조사에 나선 검찰은 주어진 시간의 대부분을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작성된 사업계획서(맥킨지 전망보고서 포함) 내용을 설명하고, 그 의미를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지난 공판에 이어 다시 한 번 "사업계획서상 에피스 기업가치(주식가치)는 설립 당시 이미 수조원대로 평가를 받았으므로, 설립 시점부터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변호인단이 요구하고 있는 '인멸된 증거의 특정'은 이날도 이뤄지지 않았다.

◆인멸 증거, 본죄인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있나? 검찰, 사실상 '특정' 거부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혹은 징계사건'을 본죄로 한다. 따라서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려면, 삭제 혹은 훼손된 증거는 '본죄'와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해당 증거가 본죄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입증 책임은 검찰이 부담한다. 인멸된 증거가 본죄와 관련이 있음을 '특정'하지 못한다면, 범죄성립 여부 자체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변호인단은 공판 초기부터 '인멸된 증거의 특정'을 요구했고, 재판부도 검찰에 같은 취지의 석명을 지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증거를 인멸한 정황 자체가 범죄의 유력한 증거"라면서 별도의 특정은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의 논리를 폈다. 검찰은 그 근거로 과거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검찰의 태도에 변호인단은 즉각 반발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근거로 제시한 대법원 판례는 '증거가 완전히 인멸돼 그 내용을 전혀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예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케이스"라며 "이 사건은 '백업'이 남아있기 때문에 위 대법원 판례와는 기초된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백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멸 증거의 특정'이 가능하므로, 검찰의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인멸된 증거의 특정'를 둘러싼 법리를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하는냐는 이 사건 선고결과를 가늠케 만드는 결정적 변수라고 할 수 있다.

◆검찰 "사업계획서상 기업가치 수조원... 설립 시점부터 기업가치 평가 가능" 

한편 검찰은 지난 공판부터 삼성바이오 설립 전후 작성된 '사업계획서' 및 '맥킨지 보고서'를 근거로, 에피스 설립 시점부터 주식가치를 평가할 수 있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검찰 수사의 촉매제가 된, 지난해 11월 증선위 의결을 정당화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1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금감원 2차 감리 결과를 반영해, "삼성바이오가 재무제표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의결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를 상대로 2차 감리에 나선 금감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 2차 감리와 증선위의 11월 의결은 공통적으로 '에피스 설립시점인 2012년부터 해당 기업을 관계사로 보고, 지분법 회계를 적용해야 했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에피스를 단독지배기업(종속기업, 자회서)으로 판단하고, 연결회계를 적용했다. 삼바는 이 판단을 2014년까지 유지하다가 2015년 변경했다. 그해 9월과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2종의 판매를 허가했다. 삼바는 에피스 주식가치가 급등할 것으로 보고, 공동투자자인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삼바는 에피스를 단독지배기업이 아닌 '공동지배기업'(삼바-바이오젠 공동지배)으로 보고, 지분법 회계를 적용했다. 지분법 회계를 적용하면서 에피스의 지위는 종속기업에서 관계사로 바뀌었다. 

'2012년부터 에피스를 공동지배기업으로 보고, 지분법 회계를 적용했어야 한다'는 증선위-금감원 판단은, 에피스 설립일부터 당해 기업에 대한 주식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 

역설적으로 이 논리가 설득력을 잃으면 검찰의 삼성바이오 수사는 기초가 무너진다. 

검찰은 '기업가치'라는 모호한 용어를 쓰고 있으나, 발언의 문맥상 여기서 말하는 기업가치는 당기 기업의 주식을 시장이 평가한 가치 즉 '주식가치'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 사진=이기륭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 사진=이기륭 기자

◆삼바 설립 2년 전 전망보고서 제시한 검찰 

검찰이 말하는 '맥킨지 보고서'는 삼성바이오 설립 전인 2009년, 삼성이 미국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 '바이오시밀러 사업 전망 분석'을 위해 의뢰한 문건이며, '사업계획서'는 에피스 설립 이전인 2011년 하반기 작성됐다. 

검찰은 이들 문건을 근거로 아래와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문건을 보면 에피스의 기업가치는 수조원대에 이른다. 보고서 등을 기초로 하면 설립 시점부터 기업가치를 평가할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 

법인 설립 이전 작성된 전망보고서를 토대로 당해 기업의 실제 주식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검찰 주장은 상식밖이다.

주식가치는 시장이 당해 기업의 △R&D 성과 △국내외 계약 수주 진행 상황 △분기별 매출 및 영업이익 △자산 및 부채의 변동 추이 △에비타(EBITDA) 등의 지표를 분석 평가함으로써 산출된다. 설립시점부터 이런 평가가 가능한 법인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검찰의 논리는 궤변이나 다름이 없다. 

변호인단은 “맥킨지 보고서와 사업계획사서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전망한 문건에 불과하다”“검찰은 납득하기 어려운 비논리적 주장을 펴고 있다”고 받아쳤다. 

변호인단은 ‘에피스는 모두 7종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착수했지만 이 가운데 2종은 개발에 실패했다“며 ”검찰은 이런 리스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변호인단은 금감원 외부 평가 업무 가이드라인 내용을 소개하면서 “기업 내부평가 자료는 공정가치를 평가하는 자료로 인정될 수 없다. 회사가 제시한 사업계획서를 그대로 가치평가에 적용하는 것은 회계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삼바 측이 금감원에 문제의 사업계획서 원본이 아닌 요약본을 제출한 사실을 문제 삼으며, “이런 행위는 문서 위조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1차 감리 당시 금감원은 삼바 측에 이메일을 보내, 기업가치 평가 관련 자료의 송부를 요청했다. 삼바 임직원들은 약 80페이지에 달하는 사업계획서를 축약해 20페이지 분량의 요약본을 보냈다.

위조 주장에 변호인단은 “회사 입장에서는 보안을 위해 구체적 수치를 요약한 문건을 보낼 수밖에 없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내부에서 삼성바이오와 에피스의 영업비밀이 담긴 방대한 자료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고, 보안이 필요한 부분을 생략한 요약본을 보내게 됐다는 설명이다.

변호인단은 “금감원이 특정 서류를 지정해 제출을 요구했다면 일부 내용을 생략하는 행동은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며 “영업비밀이 외부로 새나가지 않게 하려던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검찰, 변호인단 '어린이날 회의' 두고 신경전 

검찰과 변호인단은, 지난해 5월 금감원이 1차 감리 결과를 통보한 뒤 삼성 임직원들이 어린이날 회사로 출근해 대책회의를 연 사실을 두고도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어린이날 회의에서 조직적인 증거인멸 시도가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상황을 증거인멸의 유력한 정황증거로 보고 있다.

변호인단은 “금감원 1차 감리를 사전 통보 받을 당시만 하더라도, 회사에서는 검찰 수사 가능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검찰 조서를 봐도 직원들이 회계 관련 자료의 삭제 지시를 전달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항변했다. 수사 방해 목적으로 자료를 삭제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이 이어졌다.

변호인단은 “삭제된 자료 대부분은 검찰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만큼, 검찰의 수사가 방해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사진= 시장경제신문 DB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사진= 시장경제신문 DB

검찰은 2014년 하반기, 삼성이 에피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 사실을 예로 들며 “2015년 이전에도 에피스 기업가치를 판단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014년 10월 작성된 문건을 보면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시 기업가치는 2~3조원 규모로 예상된다’는 문구가 있다”고 부연했다.

변호인단은 “2~3조라는 액수는 2016년 상장 기준으로 시가총액을 추정한 수치일 뿐”이라며 “이 자료가 과연 회계적으로 얼마나 신빙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변호인단은 “관련 자료를 보면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은 2015년 들어 본격적으로 검토됐음을 알 수 있다”며 “이런 사실은 ‘15년 들어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삼바 측 주장과 부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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