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금감원 감리 때 주요 자료 제출...증거인멸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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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금감원 감리 때 주요 자료 제출...증거인멸 이유 없다"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10.1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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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공판 주요 내용 정리]
검찰 "에피스 사업계획 보면 설립 당시 기업가치 이미 수조원"
변호인단 "기업가치를 사업계획서로 판단? 납득 할 수 없어"
설립 시점 에피스, 신생 벤처기업 불과... 검찰 설명, 상식에 어긋나
증거인멸죄 성립 여부 놓고, 양측 치열한 법리 공방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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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증거인멸 혐의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이 증거인멸죄 성립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이 대법 판례를 인용해 '본죄인 분식회계 혐의 여부와 상관없이 증거인멸죄가 성립한다'는 기존 주장을 강조한 반면, 변호인단은 "해당 대법 판례와 이번 사건은 사안이 다르다"며 검찰의 법리적 허점을 지적했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3차 공판에서 검찰은 증거인멸 혐의 성립의 법리적 근거를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증거인멸 혐의의 '본죄'라 할 수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유·무죄 여부'는 증거인멸죄 성립과 관계가 없다는 것이 검찰의 기본 입장이다. 

검찰은 “회계기준을 해석함에 있어 최고 권위를 가진 금감원이 장기간의 감리를 통해 형사사건이 된다고 판단, 고발하면서 검찰도 수사에 착수한 것”이라며 “이 사건 피고인들은 금감원 감리 및 검찰 수사 과정에서 증거 일체를 삭제, 은닉했다”고 말했다. 

이어 “분식회계 혐의 유·무죄 여부는 이 사건 선고형량에 영향을 미치는 '양형 고려요소'가 될 수는 있으나, 증거인멸죄 성립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는 아니다. 이는 판례와 통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에 변호인단은 즉각 항변했다. 변호인단은 “이 사건은 본말이 전도된 사건”이라고 강조하면서, “분식회계 사건의 기소 여부를 먼저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검찰이 삭제됐다고 주장하는 자료는 2156건인데 이들 자표가 무엇이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구체적인 제시(특정)도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형사사법절차에 맞는지 의문”이라고 부연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은 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바이오젠과의 합작계약과 콜옵션, 회계처리 방식, 사업계획 운영 등과 관련한 지시 보고 자료들이 있는 NAS 서버를 은닉했다고 하면서도, 공소장에는 별로 상관이 없는 문건들만 나열하고 있다”며 “재판부가 알아서 판단하라는 주장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특히, 변호인단은 검찰에서 인용한 대법원 판례는 이 사건과 경우가 다른 만큼,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대법 판례는 증거가 모두 삭제돼 특정할 수 없는 경우 검찰에 특정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인데, 이 사건은 자료가 백업돼 남아있다는 것이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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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제품 아무 것도 없던 회사... '콜옵션' 행사, 가능하지 않았다"

바이오로직스 이 모 상무 등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휴대전화를 일제히 교체한 것과 관련해서도 검찰과 변호인단은 공방을 벌였다. 변호인단은 사업지원TF 지시에 따라 휴대전화 교체가 이뤄졌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해당 휴대전화에는 보안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어, 내부 자료들이 3일 후 자동으로 삭제되기 때문에 증거인멸 혐의와는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휴대전화 교체는 상부 지시로 인해 교체한 것이지만, 자료를 은닉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었다”며 “검찰은 해당 휴대전화에 합작계약이나 콜옵션 약정, 지분매입 등 사업지원TF와 주고받은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보안프로그램으로 인해 이와 관련한 메시지가 남아 있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방식과 관련한 반박도 이어졌다. 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바이오젠의 투자를 받아 설립한 조인트벤처 바이오에피스를 그 설립시점인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단독지배’(종속회사)로 판단해 연결회계를 적용했으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진 2015년부터 '공동지배'(관계사)로 판단하고 지분법 회계를 적용했다. 

이를 두고 검찰은 바이오로직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회계방식을 변경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검찰은 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변경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 있을 것이라는 심증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금감원이 제보받았다는 삼성바이오 내부문건의 면면을 보면, 2015년 6월 작성된 회사설명회 Q&A 자료와 삼바 재경팀 주간업무 현황 등 10개 문건”이라며 “이들 문건은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적 판단(단독지배 혹은 공동지배) 관련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해당 문건에는 바이오로직스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에피스를 ‘공동지배’로 회계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인식했으나 무리하게 ‘단독지배’로 했다는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며 내부문건의 증명력에 의문을 표했다.  

바이오로직스측은 금감원 1차 감리 과정에서, 요구받은 자료를 전부 제출했다는 입장이다. 이때 제출한 자료에는 미국 바이오젠과의 합작계약서, 지분비율, 이사회 구성, 판매승인과 관련한 자료 등이 포함됐다. 따라서 금감원의 감리 혹은 검찰 수사에 대비해 회사 임직원들이 고의로 회계관련 자료를 은닉 혹은 삭제했다는 검찰 공소사실은, 그 기초부터 잘못됐다는 것이 변호인단 주장의 요지다. 

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작성한 사업계획서도 쟁점 중 하나로 떠올랐다. 검찰은 이 계획서를 근거로 하면, 2012년 이미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았으므로, 애초부터 ‘공동지배’로 봤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변호인단은 “사업계획서를 기초로 주식가치를 산정할 수는 있지만, 이를 객관적인 가치로 볼 수는 없다”면서 “검찰 주장처럼 설립 당시부터 에피스의 주식가치가 수조원에 이르렀다면, 바이오젠은 15%가 아니라, 50%, 80% 투자하겠다고 나섰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당시 아무런 제품도 내놓지 못한 에피스의 회사가치가 수조원에 이른다는 검찰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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