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결심공판만 남았는데... 檢, 아직도 '설(說)·예단·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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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결심공판만 남았는데... 檢, 아직도 '설(說)·예단·추론'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10.2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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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後 바뀐 삼바 증거인멸 기소... 檢, 스탭 꼬이며 무리수
본죄 ’분식회계 의혹‘ 수사 안 끝나... 기소 여부 미확정
검찰, 분식회계 혐의 입증 난항... 확증편향적 태도 보여
’인멸 증거의 특정‘ 없이 결심... 법리적 문제 있어, 논란 불가피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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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계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및 삼성전자 소속 임직원 8명에 대한 증거인멸 등 혐의 공판 심리가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4부(소병석 부장판사) 심리로 종결될 예정이다. 이 사건 수사기록은 피고인 한 명당 많게는 1만 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처럼 삼성바이오의 속살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검찰은 이 사건 공판에서 증거인멸 혐의를 입증할 만한 구체적 증거를 특정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팩트'가 빠진 공소장의 빈 공간은 빈약한 논리와 추론으로 채워졌으며, 공판이 진행될수록 검찰의 수사 부실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 사건 증거인멸죄의 '본죄'는 분식회계 혐의(자본시장법 및 외부감사법 위반)이다. 삼바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는 금융당국 조차도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분식회계 의혹 최대 쟁점인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은 그만큼 난이도가 높은 회계이슈이다.

증거인멸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결국 분식회계 의혹을 법원이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검찰도 이를 의식했는지 공판 후반에 이르러 '삼바 분식회계 의혹' 입증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이 사건 공판을 준비기일부터 지켜본 기자의 시각에서 볼때, 검찰의 공세는 대부분 변호인단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삼바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꿰었다. 검찰은 의혹을 입증할 구체적 물증이나 증언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카더라식 설(說)과 예단, 추론에 기대 수사를 강행한 측면이 있다. 20년 넘게 회계학을 연구한 학자들이 일관되게 '분식회계는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일부 특정시민단체의 주장에 의지하는 확증편향적 모습을 보였다. 구체적 물증이 아닌 심증에 기반한 헐거운 수사는 기초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증거인멸 혐의 입증에 자신만만했던 檢... 증거 '특정'은 실패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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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공판은 처음부터 "선후가 바뀌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본죄인 분식회계 의혹이 여전히 수사 중인 상황에서 증거인멸 혐의부터 먼저 기소해 스탭이 꼬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본죄인) 분식회계 (혐의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자료를 삭제한 행위 자체가 증거인멸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은 삭제된 자료 출처가 회계 혹은 기획 담당 부서라는 점을 들어, 본죄인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이 있다고 ‘짐작’할 수 있으므로, "이미 (인멸 증거는) 특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검찰의 주장은 몇 가지 허점을 안고 있다.

우선 검찰이 인용한 대법 판례는 증거가 완전히 소멸돼 그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는 경우, 예외적으로 '인멸 증거의 특정'이 없어도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증거의 유·불리와 관계없이 모든 증거가 일거에 지워졌다면, 수사에 상당한 방해가 되고 재판에서도 증거를 특정할 수 없게 된다. 대법은 이러한 경우 증거를 특정하지 않더라도 증거인멸죄가 성립한다고 본 것이다.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사건은 위 대법 판례가 인정한 사실관계와 양상이 전혀 다르다. 자료삭제가 이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내용을 식별할 수 있는 ‘백업’ 자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백업 자료를 모두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위 대법 판례를 근거로 한 검찰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증거인멸죄는 원칙적으로 타인의 형사사건 내지 징계사건을 '본죄'로 하며, 훼손 내지 은닉한 증거가 본죄와 관련이 있음이 입증된 경우에만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한다. 따라서 증거인멸사건에서 '인멸 증거의 특정'은 범죄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그럼에도 검찰은 공판 내내 증거 특정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의문을 자아냈다. 검찰은 삭제된 자료가 총 2156건에 이른다고 주장했지만, 공소장에서 특정한 증거는 20여건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2015년 6월 작성된 회사설명회 Q&A 자료, 삼바 재경팀 주간업무 현황 등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의 연관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문건이 다수이다. 

회계 관련 부서가 자료를 삭제했다고 해서 ‘짐작'만으로 증거인멸죄 성립을 긍정할 수 있다면, 처벌범위는 무제한 확장된다. 직원들의 일상적인 이메일 삭제, 문건의 삭제 혹은 수정 작업이 모두 증거인멸죄에 해당하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검찰의 주장은 형법이 정한 범죄성립요건을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이 사건 결심 공판은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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