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분식회계 엮은 '이재용 파기심 檢전략'이 패착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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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분식회계 엮은 '이재용 파기심 檢전략'이 패착인 이유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12.0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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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합병 사후 정당성 확보 위해 분식”... “콜옵션 부채 은폐 목적” 
콜옵션 약정 2012년 초... 삼성, 바이오사업 구상 시점 2009년  
檢 판단 따르면, 2009년 혹은 2012년부터 분식회계 모의한 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 등 혐의 파기환송심 3차 공판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검찰이 신청한 ‘양형 증거’가 재판부 심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 파기심은 지금까지 두 번 열렸다. 10월 25일 첫 기일에서 재판부(서울고법 형사1부, 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이 사건 공판을 유무죄 및 양형 심리 기일로 각각 구분해 진행키로 결정했다. 지난달 22일 열린 2차 공판에서는 주요 혐의에 대한 법리 공방이 벌어졌다. 박영수 특검과 검찰은 이 사건 1심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부분까지 모두 재심리해야 한다며, 삼성 합병 및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검찰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의 병세 악화로 이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서둘러 승계해야 하는 변수가 발생했으며, 그룹 옛 미래전략실 주도 아래 계획적인 승계 작업을 진행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특히 검찰은 승계 작업(개별 현안) 가운데서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이슈를 가장 중요한 이벤트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의 근본 목적은 삼성 합병의 ‘사후 정당성 확보’에 있으며, 구체적으로 삼성바이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재무제표 조작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 부채를 은폐하고자, 고의로 회계 분식에 나섰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삼성 합병’ 관련 삼성바이오 검찰 수사 기록을 ‘양형 증거’로 삼아, 이 부회장 사건의 본질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청탁성 뇌물 공여’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 ‘적극적 뇌물 공여’는 대법원 양형 기준상 가중요소이다. 검찰의 전략이 받아들여진다면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진다.

검찰이 ‘삼성바이오-삼성합병 이슈’를 핵심 양형 증거로 신청한 데에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집유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 

◆검찰의 양형 전략, 회계적 사실 외면... 자본잠식 가능성 거의 없어

양형 기일에서 검찰이 내세울 전략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문을 안고 있다.

첫 번째 검찰의 기본 인식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을 은폐할 필요성이 인정돼야 한다.

2015년 삼성바이오는 재무제표 작성에 앞서 지분회계를 적용했다. 회계방식 변경 결과 삼성 바이오 보유 ‘에피스’(삼바와 바이오젠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관계회사) 지분은 평가익(자산)으로, 바이오젠 보유 에피스 지분은 평가손(부채)으로 각각 재무제표에 반영됐다. 지분회계는 장부가가 아닌 공정가격(시가)를 기준으로 하므로, 자산과 부채 모두 시가를 기준으로 산출됐다.

삼바가 보유한 에피스 주식가치는 4조5350억원,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 주식가치는 1조8,200억원이므로 평가익이 평가손을 훨씬 상회한다. 회계적 사실을 고려하면, 삼바가 재무제표상 자본잠식에 빠질 위험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따라서 ‘콜옵션 부채 은폐를 위해 고의 분식에 나섰다’는 검찰의 기본 시각은 신뢰하기 어렵다. 

◆檢 ‘합병 사후 정당성 확보 위해 분식’... 분식 위해 에피스 설립했나?

두 번째 검찰 시각에 따라 사건을 재구성하면 ‘삼성 합병의 사후 정당성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삼바 분식회계는 2015년이 아닌 2012년부터 이뤄졌어야 한다. 왜냐하면 에피스를 공동 설립한 삼성바이오와 미국계 글로벌 기업 바이오젠이 콜옵션 약정을 체결한 시점이 2012년 초이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공동 출자로 출범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같은 해 2월 28일 설립등기를 마쳤다. 콜옵션 약정은 설립 전 혹은 설립 직후 체결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경우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검찰은 삼성 합병의 사후 정당성 확보를 목적으로 삼성그룹 옛 미래전략실이 주도해 삼바 분식회계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분식회계의 직접적 목표는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을 은폐하는데 있다.

1조8000억원 수준의 부채 은폐가 그룹의 핵심 사안이었다면 증자(增資)나 주식담보 대출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삼바 분식회계 이슈와 이 부회장 뇌물 등 혐의사건에서 자주 언급되는 ‘시점 불일치’의 모순은 이번에도 나온다.

검찰 판단대로 사건을 재구성하면 삼성은 바이오사업을 구상한 2009년 혹은 에피스 설립 시점인 2012년 초부터 삼성 합병과 삼바 분식회계를 준비했다는 우스꽝스러운 결론에 이르게 된다.

삼성바이오는 2011년, 에피스는 2012년 설립됐으며,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보유한 시점 역시 2012년 초이다. 

이 시기 이건희 회장은 건재했다. 검찰이 말하는 '이 부회장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을 할 이유가 없었다.  

삼성 합병도 삼바 분식도 모두 이 부회장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개별 현안이라는 검찰 시각을 기준으로 하면 삼성은 2009년 혹은 2012년, 이 모든 사건을 미리 예견하고 분식을 준비했다는 상식 이하의 결론에 이른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 A는 삼바 수사 기록을 양형 증거로 제출한 검찰 전략에 회의적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수사 기록이 재판부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기소도 안 된 사건기록을 증거로 제출한다고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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