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발질로 끝난 특검의 '이재용+삼바 분식회계' 엮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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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발질로 끝난 특검의 '이재용+삼바 분식회계' 엮기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1.1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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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파기심 4차 공판... 특검 '삼바 증거채택 카드' 무산
재판부 "檢 제출 삼바 증거자료... 상고심 취지에 어긋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내달 중 전문심리위 구성
전문심리위 실사, 파기심 선고에 결정적 영향 전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등 혐의 사건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서 재판부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운영 실태 검증을 위한 전문심리의원단을 구성, 이들의 법정 의견 및 보고내용을 양형판단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또한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과 관련한 기록들은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17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준법감시제도는 기업범죄 양형 기준의 핵심적 내용으로, 미국 연방법원 양형기준 제8장에도 언급된 양형 사유”라며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공판 과정에서 삼성의 약속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엄격하고 철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이 사건 중대성을 감안해 독립적 3자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심리위원단을 구성, 변호인단이 설명한 준법감시제도가 제대로 실행되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영 부장은 이날 전문심리위원단 구성 계획도 구체적으로 내놨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생각하는 전문위원은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라며 특검과 변호인 측에 각각 1명씩 전문위원 추천을 요구했다.

정 부장판사가 추천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서울출신으로 서울대 법대 4학년 재학중이던 1981년 사법시험 23회에 합격, 1984년 사법연수원(14회)을 수료했다.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심의관 및 법정국장, 대법원장 비서실장 등을 거쳐 2012년 9월 여야 교섭단체 합의로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주심을 맡아 언론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았다.     

재판부는 다음달 14일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검찰 및 변호인단이 추천한 2명의 심리위원을 최종 지정하고, 준법감시위에 대한 평가 절차와 내용 등을 정할 계획이다. 

특검측은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양재식 특검보는 “재벌체제 혁신없는 준법감시 제도는 봐주기를 위한 것”이라며 “준법감시제도가 양형사유 어디에 해당하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공판에 참여한 양재식 특검보와 이복현 중앙지검 반부패수사4부장은 법정에서 노골적인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양 특검보는 재판부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전문심리위원 위촉 절차에도 협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특검 측의 불쾌감 표시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 부장판사는 “예상한 절차와 달라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지만 예정된 절차”라고 설명했다. '재벌체체 혁신 없는 준법감시위는 봐주기를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특검 주장에 대해서는 "준법감시위원회 평가 대상에는 재벌체제 폐해와 관련돼,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점검도 포함된다"고 받아넘겼다. 

재판부는 “이달 말까지 의견을 주고, 심리위원 후보자도 추천해 주길 바란다”고 거듭 요청했다. 

앞서 변호인단은 준법감시위원회 구성 및 운영 방안에 대한 설명을 통해 위원회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감시범위위에 그룹 전반 이사회와 CEO, CFO, 대주주, 경영진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회사와 친소관계가 없는 인사로 위원회를 구성했고 위원 인선에 대한 전권도 위원장에게 있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독립적·실효적 운영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듯 “삼성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학계와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위원으로 내정됐다”고 부연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합병+분식회계 엮기' 특검 전략 무산... 재판부 증거자료 채택 기각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특검이 제출한 증거자료 채택을 기각했다. 이 사건 상고심은 물론이고 1, 2심 법원은 특검과 검찰이 주장하는 삼성바이오 관련 의혹을 판시사항에서 제외했다.

삼바 분식회계 의혹에 관한 법원의 입장은 명확하다. 이 부회장 뇌물 등 혐의 사건과 삼바 분식회계 의혹은 관계가 없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1심 선고가 나온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혐의 사건에서도 법원은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증거인멸 혐의만 심리했다"며 "분식회계 혐의 부분은 판단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 공소사실 중 분식회계 관련 내용의 삭제'를 명했다.  

특검과 검찰은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삼바 분식회계 이슈를 이 부회장 사건과 연계하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았으나, 재판부의 판단을 되돌리지 못했다. 

증거자료 채택을 거부하는 재판부 결정에 특검은 이의신청을 냈다. 특검은 이 점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으나,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그 전제사실이 되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작업의 출발점으로 인식하는 특검 밑그림에는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맹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2015년 7월17일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확정됐다. 두 회사의 합병에서 가장 중요한 '합병비율 산정'은 이보다 2개월 전인 같은 해 5월 자본시장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결정됐다. 이 사실에 대한 이견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검조차 이 점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다만 특검은 삼성물산이 합병의 사후 정당성 확보를 위해 삼바 재무제표를 뒤늦게 조작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합병비율 결정'은 자본시장법이 정한 '주식시장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됐을 뿐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때문에 합병의 사후 정당성 확보를 위해 삼성바이오 재무제표를 조작했다는 특검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2015년 7월 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낸 ‘삼성물산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서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는 원고 주장은 근거가 없다“ 판시했다. 

2017년 10월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도 구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한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무효 청구소송 1심 선고기일에서 “제일모직-삼성물산 두 회사의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을 근거로 적법하게 산정됐고, 그 기준인 주가가 시세조종이나 부정거래로 형성됐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없다”고 했다. 

◆'삼성 준법감시위' 실효성 검증... 전문심리위원단 구성에 관심 집중 

삼바 분식회계 이슈를 이 부회장 뇌물 혐의 혐의 사건과 연계하려던 특검 측 전략이 차질을 빚으면서, 이제 관심은 다음달 모습을 드러낼 전문심리위원단에 모아지고 있다.

재판부는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거나 소송절차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직권 또는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신정에 의해 전문심리위원을 지정할 수 있다. 전문심리위원은 '전문적 지식에 의한 설명 또는 의견을 기재한 서면을 제출'하거나 기일에 출석해 '설명이나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다만, 재판합의에는 참여할 수 없다(형사소송법 279조의2 1·2항).

전문심리위원의 보고서 혹은 의견 진술은 재판부의 심증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 법조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양형 심리를 중심으로 한 이 사건 역시 다르지 않다. 이 사건 파기심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전문심리위원단 실사 결과에 따라 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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