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분식회계'와 엮어 쟁점화...이재용 파기심서 드러난 檢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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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분식회계'와 엮어 쟁점화...이재용 파기심서 드러난 檢 전략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10.2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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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삼바 수사과정에서 중요 증거 확보, 재판부에 낼 것"
변호인단 "삼바 의혹, 파기심 범위 밖 주장"
재판부 "이 사건은 파기심, 대법 판결 취지에 따라야"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박성원 기자.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박성원 기자. 

박영수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등 혐의 사건 파기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쟁점화 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특검의 태도에 변호인단은 "대법 파기심의 범위를 넘어서는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열릴 이 부회장 사건 파기심에서 특검과 변호인단은, '삼바 분식회계 의혹'의 관련성 여부를 놓고 날선 법리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뇌물 등 혐의 사건 파기심 1차 공판에서 특검은 “입증계획 핵심은 승계 작업과 부정 청탁에 대한 내용”이라며 “삼성바이오 수사과정에서 적법하게 중요 증거를 확보했고, 향후 공판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수 특검은 2년 전부터, '삼성 분식회계 의혹'을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의 출발점으로 보고 그 접점을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합병비율을 조작했고, 그 사전 작업의 하나로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를 부풀렸다는 것이 특검 주장의 요지다. 

삼바 분식회계 의혹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엮으려는 특검의 시도는 아직까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합병비율 산정이 자본시장법에 따라 적법하게 산정됐음은 우리 법원이 일관되게 확인한 사안이다. 법원은 미국계 해지펀트 엘리엇메니지먼트가 낸 가처분 신청 사건,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 무효 소송 1심에서 각각 청구(신청) 기각 판단을 내렸다. 

모직-물산 합병비율이 삼바의 2015년 재무제표 작성 시점보다 6개월 이상 빠른 2015년 5월 결정됐다는 점도 모순이다. 삼성바이오의 2015년 재무제표 작성시점은 이듬해인 2016년 3월쯤이다. 합병비율 조작을 위해 삼바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한 것이라면, 위와 같은 '시점 불일치'는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삼바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파기심은 대법원 판결을 한계로 한다는 점에서, 특검의 '분식회계 쟁점화'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판은 파기심으로 대법원의 파기 취지를 따라야 한다"며 "검찰과 변호인 모두 그 취지를 정확히 이해해 항소이유서를 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재판부의 당부는, 파기심 범위를 벗어난 '삼바 분식회계 쟁점화'에 대한 우려 표명으로 볼 수도 있다. 

공판에서는 삼성의 승마지원을 놓고 특검과 변호인단 간 법리 공방도 예고됐다. 변호인단은 원심을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삼성이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에게 지원한 말 3마리에 대한 뇌물 혐의를 다투는 것은 무리가 없다”고 했다. 이에 특검은 “심리 범위는 마필 3마리와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와 관련한 부정청탁 여부 등 두 가지”라며 “공판 절차도 여기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대법원이 승계작업 관련 포괄적인 판단을 했고, 부정한 청탁(에 대한 판단)도 포괄적 범위 안에서 규범적으로 이야기했다”며 “결국 (뇌물의 성격에 대한) 양형심리가 가장 중요하고, 재판의 본질을 전체 사건의 흐름에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의 법정 발언은 '삼성이 최순실씨 모녀에 제공한 마필 3마리의 소유권 이전 여부를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다투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대법원이 뇌물로 본 34억원의 성격을 두고 적극적인 방어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변호인단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근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한 문서촉탁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 뇌물의 성격을 '청탁없는 요구형 뇌물'로 볼 수 있을 지 다투기 위해서는, 신 회장 사건 상고심 사건 자료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입장이다.  

이날 공판은 오전 10시 10분부터 시작해 약 30여 분 동안 진행됐으며,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황성수 전 전무 등이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이 부회장이 다시 법정에 서게 된 것은 지난해 2월 5일 항소심 선고 이후 627일 만이다. 지난해 2월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돼 경영에 복귀했다. 그러나 올해 8월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심이 무죄로 본 마필 소유권, 동계영재스포츠센터 부분을 각각 유죄로 판단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심 재판부는 유무죄 판단에 대한 심리와 양형 판단에 대한 심리를 구분해, 기일을 별도 지정했다. 유무죄 심리 첫 기일은 11월 22일, 양형심리 첫 기일은 12월 6일 각각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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