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증선위 1차 제재 기각해야"... 法 "6월 변론 종결"
상태바
삼바 "증선위 1차 제재 기각해야"... 法 "6월 변론 종결"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5.12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바 제기, '임원해임(1차 제재) 취소 소송' 2차 변론기일
삼바 "2차 처분, 1차가 수정된 것... 1차 묵시적 철회로 봐야"
증선위 "1·2차 위반 서로 달라... 다음 기일서 입장 정리"
학계 "삼바 재무제표, K-JFRS 따라 적정하게 작성... 증선위 판단 의문"
금감원, 3년 새 세 차례 말바꾸기... 증선위에 불리하게 작용할 듯
사진=시장경제신문DB
사진=시장경제신문DB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1차 제재처분 당부를 심리 중인 법원이 다음 달 중 사실심 변론을 종결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 사건 원고(삼바)를 대리하고 있는 변호인단은 피고(증선위) 측 1차 제재처분에 대한 기각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장낙원 부장판사)는 7일 오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임원 해임 권고 등 처분'(1차 제재) 취소 소송 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 삼성바이오측 변호인은 재판부에 제출한 준비서면을 통해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에 내린 1차 처분과 2차 처분은 양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측은 “1차 처분의 논리가 수정돼 최종 처분된 것이 2차 처분인 만큼, 사실상 1차 처분은 ‘묵시적 철회’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증선위 1차 처분에 대한 기각을 재판부에 구했다. 

당초 재판부는 증선위측에서 의견서를 내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날을 마지막으로 변론을 종결지을 방침이었다. 재판부 방침에 증선위측은 “삼성바이오측 준비서면에 대한 반박을 위해 기일을 한 차례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다음달 11일 3차 변론기일을 끝으로 심리를 종결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증선위는 2018년 5월,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약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정황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삼성바이오가 2012~2014년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 보유 삼성바이오에피스 콜옵션 부채를 의도적으로 공시하지 않는 방법으로, 기업가치를 부풀렸다는 것이 증선위 판단의 요지다. 

이를 근거로 증선위는 같은 해 7월 김태한 삼바 대표이사 등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3년 등의 내용을 담은 1차 제재처분을 내렸다. 증선위는 같은 해 11월 14일 분식회계 최종 판단을 내리면서, 과징금 80억원 부과, 대표이사 해임권고, 재무제표 재작성, 감사인 지정 3년 등의 2차 제재처분을 의결했다.

삼성바이오는 증선위 처분에 반발해 1·2차 제재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두 건의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증선위 처분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분식회계 판단은 다툼의 여지가 상당하다”며 삼성바이오측 손을 들었다. 

사진=시장경제신문DB
사진=시장경제신문DB

◆집행정지 신청서 삼성바이오에 '완패'한 증선위... 본안소송도 수세 몰리나

임원 해임 권고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측과의 법리싸움에서 불리한 위치에 몰릴 가능성이 적잖아 보인다. 금융당국에서조차 삼성바이오 회계처리에 대한 판단을 세 차례나 달리한 전례가 있어서다. 

삼성바이오측은 이 사건 1차 변론기일에서 “처분의 위법성 판단에 앞서 1·2차 처분 관계에 대한 효력이 선결적으로 전제돼야 한다”며 “이미 서울고법과 대법원에서 1차 처분이 2차 처분으로 변경돼 소멸됐다는 취지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증선위측은 “1·2차 처분에 해당하는 위반사항이 서로 다르다"며 "1차 처분은 합작 콜옵션과 자금 조달 의무를 기재하지 않았다는 게 위반사항이고, 2차 처분은 15년도 재무제표 작성과정서 회계기준을 변경한 점이 위반사항”이라고 반박했다. 

관건은 삼성바이오가 미국 바이오젠과 2012년 합작 설립한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가 적법했는지 여부다. 의혹의 중심에는 ‘콜옵션’이 있다. 콜옵션은 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 바이오젠과 공동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합작·설립했다. 양사 합의에 따라 에피스 경영권은 삼성바이오가 단독 행사했다. 설립 당시 바이오젠의 에피스 보유지분은 15%에 불과했다. 바이오젠은 신생기업인 에피스의 경영권을 삼성바이오에 넘기는 대신, 추후 에피스 보유지분을 ‘최대 50%-1주’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보유하는 약정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에피스를 단독지배기업(종속기업, 자회사)으로 판단하고, 연결회계를 적용했다. 회사 측은 이 판단을 2014년까지 유지하다가 2015년 변경했다. 그해 9월과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2종의 판매를 허가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는 공동투자자인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2015 회계년도 재무제표에서 삼바는 에피스를 단독지배기업이 아닌 '공동지배기업'(삼바-바이오젠 공동지배)으로 보고, 지분법 회계를 적용했다. 지분법 회계를 적용하면서 에피스의 지위는 종속기업에서 관계사로 바뀌었다. 

이 사안에 대한 금융당국의 판단은 3년 사이 세 차례나 번복됐다. 

2015년 5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전후에 불거진 삼바 분식회계 의혹은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반기업 성향 시민단체가 처음 제기했다. 이후 민주당 박용진,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일부 정치인들이 동조하면서 의혹은 몸집을 키웠다.

이들은 2011년 설립 이후 적자를 이어오던 삼성바이오가 2015년 갑자기 1조원이 넘는 대규모 당기순이익을 낸 사실을 지적하며 금융당국에 조사를 촉구했다.

잡음이 계속되자 금융감독원은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위탁해 삼성바이오 재무제표 전반을 감리했다. 2016년 삼바 재무제표를 감리한 공인회계사회는 “중요성 관점에서 삼바의 회계처리는 적정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해 말 참여연대의 요구로 열린 IFRS 질의회신 연석회의도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는 적정했다’며 한국공인회계사회와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이 회의에는 금감원 관계자도 참석했다.

삼바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금융당국의 태도는 현 정부 출범 후 갑자기 바뀌었다. 2017년 4월 삼성바이오 감리에 다시 나선 금감원은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금감원은 삼바의 2012~2014년 회계처리는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나, 2015년 ‘지분법 회계를 적용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한 것은 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다시 한번 감리에 착수, ‘2012년 회사 설립 시점부터 에피스를 자회사가 아닌 관계사로 보는 것이 맞다’고 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사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금융당국의 판단은 3차례나 변경됐다. 이 시기 금감원의 감리 결과를 정리하면 이렇다.

[중요성 관점에서 적법하다]→[2012~2014년은 적법하지만 2015년 회계는 위법하다]→[2012년부터 2015년까지 모두 위법하다].

◆삼바 위탁 감리 참여 A 교수, "삼성바이오 재무제표, K-IFRS에 따라 적정하게 작성됐다"

금감원 특별감리 및 증선위 ‘분식회계’ 의결에 대해, 대부분의 회계학자와 공인회계사들은 강한 의문을 표시했다. 이들은 “삼성바이오 재무제표는 중요성 관점에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삼바 위탁 감리에 참여했던 수도권 모 대학 회계학 교수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삼바 재무제표는 K-IFRS에 따라 적정하게 작성됐으며, 중요성 관점에서 위반사항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대와 고려대 회계학 교수들도 재판부에 낸 의견서를 통해 동일한 견해를 밝혔다.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K-IFRS 도입과정을 잘 알고 있는 B교수는 “대형 회계법인 일부를 제외하면 공인회계사들조차 IFRS 개념을 이해하는 데 애를 먹었다”며 “삼바 분식회계 의혹은 K-IFRS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