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판결 뒤집힐 수도"... 이재용 파기환송심 변수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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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法 판결 뒤집힐 수도"... 이재용 파기환송심 변수 '셋'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8.31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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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쟁점인 뇌물 성격-양형 입장 없어... 집유가능성 여전
주심 조희대 대법관 등 3인 '반대의견'... “마필 뇌물·횡령 판단, 다수의견과 달라”
파기환송판결 기속력 예외 인정... 새 증거 제출 땐 다른 판단 가능
파기심, 증거조사 길어지면 1년 이상 걸릴 수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퍼펙트 스톰’. 29일 오후 2시,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등 혐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상고심 선고 직후 삼성전자 측이 밝힌 첫 반응이다.

2016년부터 4년째 이어지고 있는 특검 및 검찰의 수사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구속 기소와 실형 선고, 집행유예 석방 뒤 다시 불거진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검찰의 거듭된 압수수색과 임직원 구속 등 이른바 ‘리걸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 상고심 선고를 마주한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참담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대법원은 이날 선고를 통해 박영수 특검이 제기한 상고의 대부분을 받아들였다. 일부 내용에서 원심 판결을 유지했지만 형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아니었다.

반면 대법원은 ‘승계 현안 및 부정한 청탁의 존재’, ‘34억원 상당의 마필 소유권 이전’(특경가법상 횡령 및 형법상 뇌물) 부분 원심 판단을 파기했다.

◆부정한 청탁 인정한 상고심... ‘대가관계’에 대한 논증 없어

대법원과 항소심, 특검 모두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을 긍정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의 내용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위 직무집행의 대가라는 공통의 인식 혹은 양해가 있어야 한다.’

변호인단은 “이들 조건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해도 좋을 만큼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특검의 상고를 대부분 그대로 받아들여 상반된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의 대상 또는 내용은 구체적일 필요가 없고, 공무원의 직무와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 사이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충분하다. 대가관계에 대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 충분하고 확정적일 필요가 없다”며 박영수 특검과 같은 시각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은, 위 ‘대가관계’를 인정한 근거 내지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승계 현안 및 부정한 청탁의 존재]가 인정되면서 ‘제3자 뇌물죄’를 무죄로 본 원심 판단도 뒤집혔다. 특검은 동계영재스포츠센터 후원금 16억2800만을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에 있는 뇌물로 보고, 이 점에 대해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다.

대법원이 마필 소유권 및 제3자 뇌물죄와 관련해 유죄 취지 파기 환송을 결정하면서, 이 사건 횡령액수는 86억여원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법원이 사실상 특검의 손을 들어주면서 빠르면 10월 초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파기환송심 심리 과정에 관심이 쏠린다.

◆환송판결의 기속력 문제... ‘새로운 증거’ 나오면 대법과 다른 판결 선고할 수도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시 이유에 따라 그 범위 안에서 사건을 재심리해야 한다. 다만 여기에는 예외가 있다. ‘파기환송판결 기속력의 제한’이 그것이다.

우리 대법원이 인정하는 기속력의 예외는, [환송 후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돼 (대법원이 행한)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생기는 경우]이다(대법원 1996. 12.10. 선고 95도830 판결 등). 

예를 들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한 경우, 파기심 심리과정에서 기존 사실관계를 배척할만한 새로운 진술 혹은 증거가 나온다면 상고심의 그것과 다르게 다시 유죄 판결을 선고할 수 있다.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 A는 “이 사건 대법원과 1심, 박근혜 전 대통령 항소심의 판단이 사실상 같고, 이 사건 항소심과 롯데 신동빈 회장 사건 항소심, 박 전 대통령 1심의 판단이 유사하다. 3대3이라서 파기환송심이 실제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지켜봐야 한다. 공판 과정에서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지금은 뭐라 말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는 파기심 재판부가 새로운 증거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대법관 3인 반대 의견 제시... 뇌물 성격 및 양형에 대한 판단도 없어

전원합의체에 참여한 대법관 가운데 3명이 다수의견과 다른 [반대 의견]을 제시한 점, 대법원이 부청한 청탁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뇌물의 성격’에 관한 원심 판단을 부인하지 않은 점, 양형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은 점 등도 파기환송심 심리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변수다.

이 사건 주심인 조희대 대법관을 비롯해 안철상, 이동원 대법관 등 3인은 마필 및 영재센터 후원금의 뇌물성을 인정한 다수의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 대법관은 “피고인 박상진이 최서원의 면담 요구를 거절하면서 ‘요구사항을 알려주면 지원해 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을 뿐, 살시도의 소유권 또는 실질적 처분권의 이전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관들은, 최서원이 박원오를 통해 황성수에 보낸 요구사항을 보더라도 “살시도의 소유권을 요구하는 내용은 없다”며 “막연한 사정들만으로 (위 두 사람 사이에) 살시도의 소유권 또는 실질적 처분권 이전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삼성이 최씨 측에 한 필당 10억원이 넘는 고가의 마필을 뇌물로 건넨 것이 사실이라면, 이보다 훨씬 소액인 운송차량 등을 최씨 측으로부터 돈을 받고 매각한 사실은 모순이다.

상고심 다수의견은 마필의 뇌물성을 인정하면서도, 삼성이 자기 명의로 구매해 최씨 측에 넘겨준 마필운송차량 및 선수이동차량 4대의 뇌물성은 부정했다.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들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

“만일 최서원과 피고인 박상진 사이에 2015. 11. 15.경 이후 최서원에게 살시도와 향후 구입할 말들의 소유권이나 실질적 처분권한을 이전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면, 이미 구입해 최서원이 사용하고 있던 차량 2대를 굳이 최서원의 코어스포츠가 삼성전자로부터 매수하고 삼성전자에 약 14만 유로라는 적지 않은 돈을 실제로 지급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피고인 박상진과 최서원이 고가의 말을 뇌물로 공여·수수하는 데 합의해 놓고, 그보다 훨씬 소액인 차량들은 뇌물로 공여·수수하지 않기로 했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은 어색해 받아들이기 어렵다.”

영재센터 후원금 부분에 대한 대법관 3인의 판단은 이 사건 항소심의 그것과 사실상 같다. 특검의 공소사실과 상고이유만으로는 승계현안이나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파기환송심, 증거조사 길어지면 1년 넘길 수도

파기환송심은 일반 항소심과 같기 때문에 그 기간을 예단할 수 없다.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서는 집중심리도 가능하다. 짧게는 6개월 안에 끝날 수도 있지만 증거조사가 길어지는 경우 심리기간이 1년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파기환송심이 마필 소유권이나 '제3자 뇌물죄'(영재센터 후원금 부분)에 대해 상고심과 다른 판단을 내린다면,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간은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다.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를 받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은 재상고심까지 열렸다. 강완묵 전 임실군수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파기환송심만 두 번을 거친 끝에, 재재상고심이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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