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가 에피스 단독지배' 이미 공시... 증선위 전제부터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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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가 에피스 단독지배' 이미 공시... 증선위 전제부터 잘못”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7.1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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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교수 발제] ‘논란의 분식회계, 삼성바이오 재판을 말한다’ 토론회
바이오젠 2012년 사업보고서 인용... “삼바가 에피스 단독지배” 
“증선위 삼바 분식회계 의결, 사실관계 판단부터 잘못” 
에피스 단독지배 당부 판단 따라, 분식회계 의혹 결과 달라져 
에피스에 대한 삼바 단독지배 입증→‘증선위 의결 오류’ 강력 시사
이병태 KAIST 경영공학부 교수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논란의 분식회계, 삼성바이오 재판을 말한다'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병태 KAIST 경영공학부 교수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논란의 분식회계, 삼성바이오 재판을 말한다'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륭 기자

미국계 글로벌 제약사인 바이오젠이 2012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단독 지배하고 있음’을 공시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17일 열린 ‘논란의 분식회계, 삼성바이오 재판을 말한다’ 전문가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의 발제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바이오젠이 공시한 2012년 사업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Samsung will retain the contractual power to direct the activities of the entity which will most significantly and directly impact its economic performance.”

위 문장을 풀이하면 [삼성은 경제적 성과에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활동을 지시할 수 있는 계약상 권리(힘)을 보유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분식회계 논란의 정점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 설립 당시부터 해당 기업을 단독지배하고 있음을,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공시를 통해 분명하게 밝혀왔음을 보여주는 문건이다.

[편집자주]

<삼성바이오 사건 진행 경과> 

2011년 9월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는 이듬해인 2012년 2월 바이오젠의 투자를 받아 조인트벤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에피스 설립 당시 지분율은 삼성바이오 85%, 바이오젠 15%였으며 대표이사 및 이사 5명 중 4명에 대한 지명권은 삼성바이오가 행사키로 합의했다. 대신 바이오젠은 이 회사 발행 주식을 최대 ‘50%-1주’까지 살 수 있는 콜옵션을 가졌다.

이후 에피스는 2014년까지 두 차례 증자를 실시, 자본금을 늘렸다. 증자과정을 통해 삼성바이오의 보유지분은 91.2%까지 올랐다. 반면 두 차례 증자에 모두 불참한 바이오젠의 보유지분은 8.8%까지 떨어졌다.

삼성바이오는 이런 사정을 근거로 2014년까지 연결회계를 적용해 재무제표를 작성했다. 이 기간 에피스의 지위는 삼성바이오의 종속회사(자회사)였다.

그러나 회사는 2015년부터 연결회계가 아닌 지분회계를 적용, 에피스를 자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지분회계를 적용하면서 재무제표 중 자산 및 부채 항목이 변화가 나타났다. 에피스에 대한 기업가치는 공정가격(시가)으로 산정해 자산에 반영하고,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은 부채로 계상했다. 콜옵션 부채보다 자산 평가액이 훨씬 컸기 때문에 2015년 삼성바이오는 일회성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부분에서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졌다.

에피스는 2014년까지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던 회사가 갑자기 상당한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기업가치가 급등한 사실에 일각에서 “분식회계를 통해 기업가치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잡음이 커지면서 금융감독원은 한국공인회계사에 위탁해 감리를 실시하는 등 삼성바이오와 에피스 재무제표 작성 과정 전반을 여러 차례 살폈다.

2015년부터 2017년까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 재무제표는 적정하게 작성됐다”고 밝혔으나 지난해 1차 감리부터 입장을 바꿨다.

특히 금감원은 지난해 7월 재감리를 통해 “에피스를 삼성바이오의 단독지배라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며 “설립 당시부터 에피스는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이 공동지배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증선위는 그해 11월14일 금감원 재감리 결과를 받아들여 “삼성바이오가 4조5천억읜 규모의 대규모 분식회계를 했다”고 의결했다. 증선위는 의결 직후 삼성바이오를 자본시장법 및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2015년 이전 재무제표 재작성,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3년, 과징금 80억원 부과 등의 제재 처분을 내렸다. 

위 사건 진행 경과에서 알 수 있듯 에피스에 대한 지배구조(단독 혹은 공동)를 무엇으로 볼 지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오젠이 2012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에피스에 대한 경영권이 삼성바이오에 있음’을 공시했다는 사실은, 증선위 분식회계 의결이 잘못된 사실관계 판단에 기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단독지배(자회사 편입)한 것으로 보고 연결회계를 적용한 사실에 위법이 없다면, 증선위 분식회계 의결은 그 기초가 무너진다.

즉 이병태 교수의 이날 발제는 증선위 분식회계 의결의 신뢰도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이병태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증선위가 공동지배의 근거 중 하나로 제시한 바이오젠 보유 동의권의 성격에 대해 “개발제품 신규 추가 및 판권 매각에 대한 동의권은 일종의 방어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 권리는 공동지배권자가 갖는 포괄적 동의권이 아니라 소수지분 보유자를 위한 보호장치”라고 설명했다.

사단법인 시장경제제도연구소와 자유경제포럼은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에 대해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다음 날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검찰의 삼바 수사 및 증선위 분식회계 의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다수 나왔다.

토론회에는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자본시장법 전공), 이동기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국제경영), 이병태 KAIST 교수, 이헌 변호사(한변 공동대표)가 발제 겸 토론자로 참여했다. 토론회 사회는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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