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무거워진 이마트 한채양 대표... 4분기 실적 회복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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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무거워진 이마트 한채양 대표... 4분기 실적 회복 '관건'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3.10.3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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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분기 실적도 부진... 4분기도 기대감↓
계열사 연결실적까지 떠안아 부담감↑
온·오프라인 통합서 오프라인으로 선회
통합 1년된 롯데마트 아직 진행중... 이마트는 언제?
이마트 한채양 대표. 사진= 신세계그룹
이마트 한채양 대표. 사진= 신세계그룹

이번 연말 임원 인사에서 이마트와 이마트24, 에브리데이 겸임 대표를 맡은 한채양 대표가 험난한 시기를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이마트의 올 3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은 4분기 실적 회복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의 7~9월 잠정 별도기준 총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4조4385억원이다. 사업부별 매출을 보면 할인점(이마트)은 마이너스 성장, 트레이더스와 전문점(노브랜드)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9월 추석 황금연휴 기간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이 많이 증가하며 국내 유통채널 소비가 감소한 게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4분기 전망도 어둡다. 업황이 하반기에도 뚜렷히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올해 상반기까지 연결기준 총매출액이 8조489억원, 영업이익 38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6%, 46%가 감소한 수치다. 주력 사업인 할인점 사업의 영업손실은 22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전환하며 부진에 빠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3개 계열사 대표를 맡은 한채양 대표의 부담은 높아져 가고 있다. 신세계는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지난해보다 이른 지난 9월에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여기서 이마트의 부진을 끊을 구원투수 역할로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선임했다. 

한 대표는 2001년 신세계그룹 과장으로 입사해 신세계에서만 22년 몸담은 인물로, 그룹 내에서는 '재무·기획통'으로 통한다. 2019년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맡으면서 코로나 시기에도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2020년 709억규모 영업손실을 개선하고 지난해 영업이익 222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번 신세계 임원인사에서 주목할 점은 한 대표가 이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에브리데이, 편의점인 이마트 24까지 함께 떠안았다는 점이다. 각기 다른 유통 채널에서 시너지를 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한 대표는 이마트뿐만 아니라 계열사를 포함한 연결실적까지 개선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온·오프라인에서 오프라인 통합 '선회'

신세계의 이번 인사는 기존의 사업 전략을 선회했다는 점에서 의외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전 강희석 대표 체제에서는 온·오프라인 통합이라는 명제 아래 여러 사업을 진행했다. SSG닷컴과 주요 계열사 간 시너지를 위해 연결고리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최근에는 '신세계 유니버스' 유료 멤버십까지 론칭하며 SSG닷컴·G마켓 등의 온라인 계열사와 이마트·백화점 등 오프라인 계열사 간 시너지를 노렸다. 하지만 계열사들의 연이은 실적 부진과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SSG닷컴의 느린 성장에 전면적인 계획 수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최근 롯데마트가 수퍼와 소싱 통합을 통한 시너지로 흑자를 달성한 것이 자극제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마트 강성현 대표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슈퍼까지 겸직하면서 오프라인 소싱 통합 작업에 착수했다. 양사의 상품본부를 합쳐 공동MD를 만들었으며 롯데슈퍼의 정기배송, 택배배송 서비스와 온라인몰(롯데슈퍼프레시) 서비스를 롯데마트와 통합했다. 온라인 소비가 주가 되는 시기에 오프라인 통합과 강화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강 대표의 통합 전략은 성과로 이어졌다. 롯데슈퍼는 올해 1분기 기준 롯데마트와의 통합 과정을 통해 제품 홍보와 마케팅에 쓰이는 판매비와 관리비를 전년 대비 115억원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롯데슈퍼는 올해 1분기 기준 매출 3260억원, 영업이익 80억원의 실적을 올리면서 흑자전환한 데 이어 올해 2분기 매출 3250억원 영업이익 50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의 오프라인 통합... 통할까?

한 대표는 지난 9월 인사 단행 이후 본격적으로 통합 전략을 추진 중이다. 먼저 이마트, 에브리데이, 이마트24의 상품 본부 조직을 통합했다. 이마트는 자체브랜드인 노브랜드와 피코크 사업부를 합쳐 'PL·글로벌사업부'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한 대표가 3사 통합대표가 되면서 각 사가 보유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업태별 상품 개발과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통합 소싱 전략은 장기적으로 상품 매입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여 가격 경쟁력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분석도 긍정적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이마트 분석 보고서에서 "이마트는 이번 상품 통합 구매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며 "경쟁업체 선례를 고려하면 사업 수익성은 2%포인트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통합 부문 매출 규모가 20조원에 육박하는 만큼 통합 상품기획(MD)을 통해 GPM(매출총이익률)이 1%만 개선돼도 약 2,000억원의 이익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의 성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먼저 오프라인 소싱 통합을 했던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했지만 본격적인 성과를 낸 것은 올해 하반기부터다. 롯데마트-슈퍼는 17만개 상품 코드 일원화 등 소싱 업무 통합에 1년여가 소요됐고 '완전한 통합'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마트가 소싱 통합의 시너지가 가시화 되려면 빠른 통합이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인사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부문을 나눠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가 신설되긴 했으나 구체적 조직개편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통합운영 관련 중장기 사업계획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가 오프라인 MD통합이라는 승부수로 부진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며 "이마트의 이번 전략은 통합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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