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마른 이마트, 'SSG닷컴' 통해 급한 불 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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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마른 이마트, 'SSG닷컴' 통해 급한 불 끌까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4.01.1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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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하락한 이마트, 올해 재무부담 늘어
GMV와 적자... 딜레마 빠진 SSG닷컴, 그래도 IPO
물적분할 5년 지나... 금융당국 규제 벗어나
사진= SSG닷컴
사진= SSG닷컴

이마트가 최근 공격적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재무안전성은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국내 신용평가 3사는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하면서 향후 금융 이자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SSG닷컴이 올해 본격적으로 상장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1일 국내 신용평가 3사는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신용등급 하향 이유로 이마트의 인수합병 및 SCK컴퍼니(스타벅스) 지분 추가 등 재무부담 급상승과 이커머스와 신세계 건설의 부진을 들었다. 

이마트는 2021년부터 이베이코리아, W컨셉, SK와이번스, SCK컴퍼니 지분 추가, 미국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 인수 등 총 4조2,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잇따른 대규모 투자는 재무악화로 이어졌다.

이마트의 순차입금은 2020년 말 4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9월 기준 9조5,000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이 기간 동안 부채비율 역시 112.8%에서 150.5%로 늘었고, 차입금 의존도는 27.7%에서 34.1%로 높아졌다. 여기에 오프라인 점포 리뉴얼 등의 투자와 조선호텔앤리조트 사업장 매입, SSG닷컴 물류센터 신설 등 자본 지출이 1조원대로 증가하면서 잉여현금 적자도 발생됐다. 빚이 늘자 이자도 증가됐다. 2020년 1680억원 수준의 연 이자 비용은 2023년 약 4,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SSG닷컴 상장, 이마트 구원투수 될까

업계는 올해 SSG닷컴 상장이 모기업인 이마트의 재무적 문제 해결에 중요한 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SG닷컴 기업가치는 약 10조원으로 재무부담이 커진 이마트에게 단비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SSG닷컴은 2018년 이마트에서 물적분할로 탄생할 당시 5년 내 상장이라는 조건이 있었다. 지난 2018년과 2022년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1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받아 2023년까지 거래액 요건 또는 상장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을 경우 2027년 FI 소유의 주식을 전량 매수하기로 했다. 다행히 SSG닷컴은 2021년 의무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SSG닷컴이 상장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상장하지 않은 것은 증시 상황과 관련이 있다. 지난해에는 고금리 여파와 국내외 정세 불안으로 IPO 시장 자체가 냉각된 상황이 이어졌다. SSG닷컴은 급하게 상장해 저평가 받는 것보다 적절한 시기를 찾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 

다만 SSG닷컴의 현 상황이 긍정적이지 못한 것이 변수다. SSG닷컴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GMV(총거래액)은 증가했지만 영업손실도 함께 늘어났다. 2020년 3조9236억원 수준이던 거래액 규모는 이듬해 5조7174억원을 거쳐 2022년 5조9555억원까지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적자 규모는 2020년 469억원에서 2021년 1079억원, 2022년 1112억원으로 지속적으로 불어났다. 

늘어나는 적자에 부담을 느낀 SSG닷컴은 2022년부터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로 운영했고, 그 결과 지난해 적자를 소폭 줄이는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GMV도 함께 줄어들었다.

GMV가 줄어들면 상장 시 제대로 된 가치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커머스는 매출보다 GMV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쿠팡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 당시에도 기업가치 근거로 거래액이 사용됐다. SSG닷컴은 주요 지표인 GMV를 늘리기 위해서는 적자를 부담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특히 이마트의 재무 악화로 추가적인 지원을 받기 힘든 상황에서 대규모 적자를 부담하기는 쉽지 않다. 또 최근 이마트가 온라인 통합 기조에서 오프라인으로 선회하면서 SSG닷컴의 입지도 좁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SSG닷컴이 올해 상장하기에 대외적 여건으로 인해 적기로 보기는 어렵다"며 "그래도 모기업인 이마트의 재무악화 해결을 위해서는 올해 상장이 꼭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올 하반기 상장 전망, 마침 규제도 벗어나

지난해 10월 이인영 SSG닷컴 대표는 한국거래소에 방문하고 재무적투자자(FI) 및 주관사와 함께 상장 시기를 논의했다. 아직 상장예비심사청구서 작성을 하지 않아 빨라야 올해 하반기에나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더불어 상장 업무를 담당해야 할 CFO가 공석이라 올해 상반기 진행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SSG닷컴이 물적분할 한 지 5년이 넘은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물적분할 자회사에 적용되는 모회사 주주보호노력에 대한 심사 대상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2021년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논란과 관련해 상장사의 물적분할 과정에서 소액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 등을 보장하도록 했다. 이미 물적분할 한 기업은 분할 후 5년 이내에 상장 추진 시 거래소의 상장심사에서 모회사 주주가치 보호노력에 대해 정성적 평가를 하도록 했다.

SSG닷컴은 2022년에 상장을 시도했지만 코로나와 증시침체 등의 악재로 인해 미뤄졌다. 하지만 올해 공교롭게 시기가 맞물리면서 규제 회피 논란도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신세계가 굴지의 대기업인만큼 규제 여부와 상관없이 주주친화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의 자금이 마른 상황에서 신용등급 하락까지 겹치며 올해 재무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SSG닷컴의 상장은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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