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C-커머스 공세... 韓 이커머스, 생태계 '지각변동' 긴장
상태바
중국發 C-커머스 공세... 韓 이커머스, 생태계 '지각변동' 긴장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4.02.05 14: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알리·테무, 지난해 MAU 가장 많이 늘어난 쇼핑앱 1·2위
모기업 자금 투자 힘입어 공격적 마케팅 펼쳐
저가로 맞서기 보다 명품·버티컬 등 특화 콘텐츠 승부
알리익스프레스 이미지. 사진= 알리익스프레스
알리익스프레스 이미지. 사진= 알리익스프레스

"이제 경쟁상대가 바뀌었다. 쿠팡, 네이버가 아닌 알리바바와 테무가 될 것이다"

한 국내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지각변동이 거세지고 있다며 이같은 말을 했다.

알리, 테무 등 중국 커머스 플랫폼 기업이 국내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면서 쿠팡, 네이버 등 2강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200원에서 1만원까지 초특급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 이커머스, 이른바 C-커머스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강타하면서 이용자가 폭증했다.

모바일 인텍스에 따르면 지난해 월간 순사용자(MAU)가 가장 많이 늘어난 쇼핑앱 1, 2위를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가 차지했다. 2023년 4월 5788명으로 출발한 테무 MAU는 지난해 12월에는 328만명까지 급등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2023년 1월 227만명에서 12월 496만명으로 뛰었다.

반대로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은 대부분 MAU가 감소했다. 쿠팡은 2759만명에서 2728만명으로, 11번가는 862만명에서 744만명, 티몬 역시 357만명에서 321만명 등 주요 앱 사용자 수가 줄었다. 국내 이커머스가 C-커머스에 이용자를 뺏겼다고 볼 수 있다.

중국발 직구 구매 액수도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중국에서 출발한 온라인 직구 금액은 2023년 3분기 기준 8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전체 온라인 직구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8년 17%에서 지난해 3분기 50%까지 급증했다. 반면 지난해 3분기 국내 이커머스 거래액은 57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성장에 머물렀다. 

국내 소비자들이 알리와 테무에 열광하는 이유는 상식을 초월한 파격적인 가격이다. 이들은 DTC(direct-to-consumer)로 고객과 제조사를 직접 연결하면서 가격을 대폭 낮췄다.

2018년 국내에 진출한 알리는 2023년 3월 1000억원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한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인기 영화배우 마동석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친밀도를 높였다. 또, 상상을 초월하는 초저가 상품은 고객 몰이에 큰 힘으로 작용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를 운영하는 PDD홀딩스의 해외 쇼핑앱 테무는 알리의 한국 내 성공 진입을 목격하고 지난해 7월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각종 할인과 쿠폰, 무료 배송 이벤트 등 마케팅에 공격적이다.

두 기업 모두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대규모 자금 투입을 통해 마케팅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알리는 시총 240조의 알리바바그룹이 모기업이고, 테무는 시총 260조원의 판둬둬기업이 모기업이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걱정이 더 커지는 이유는 연내 C-커머스 기업들이 물류 경쟁력까지 갖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식 밖의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지만 아직 점유율이 주춤한 것은 직구로 인한 오랜 배송기간을 꼽을 수 있다"며 "향후 물류경쟁력마저 갖춘다면 국내 이커머스는 중국 기업들이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시장 1000억원 투자 계획을 공언하며 서비스 개선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직구 배송 기간은 앞으로 더 단축될 여지도 남아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내 물류센터를 확보한다면 5일 배송에서 나아가 익일 배송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C-커머스의 공세에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저가로 경쟁하기보다 해외 명품 브랜드 입점을 확장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한 품목에 특화된 '버티컬 플랫폼'으로 맞설 계획이다.

쿠팡은 지난해 약 6,500억원을 들여 '파페치'를 인수해 글로벌 명품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쿠팡은 "1인당 개인 명품 지출이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뽑히는 한국의 방대한 명품 시장에 파페치의 엄청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온라인 명품의 '짝퉁' 논란이 불거지는만큼 이를 보완할 정품 인증 시스템도 함께 구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무신사, 29CM 등 버티컬 플랫폼들이 꾸준한 성장세를 그리고 있어 향후 패션, 뷰티 등 특화된 콘텐츠로 제품 경쟁력과 가격경쟁력을 갖춘다면 C-커머스와 경쟁해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초가성비로 무장한 C-커머스의 공세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며 "자금력으로 밀어붙이는 글로벌 기업과 같은 전략으로 맞서기보다 특화된 경쟁력이 필요할 때"라고 제언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