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평일 휴업 확산... 업계는 '반색', 상인들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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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평일 휴업 확산... 업계는 '반색', 상인들 '울상'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4.01.3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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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유통산업발전법 따라 막혔던 일요일 영업
지난해 2월 대구시 이어 서울 서초구·동대문구도 폐지
노조, 서초구청 앞서 기자회견... 동대문구청서 집회
전통시장 상인들도 걱정... 상생위한 논의도 필요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은평점 농산매장 전경. 사진= 롯데마트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은평점 농산매장 전경. 사진= 롯데마트

11년간 막혀있던 대형마트의 공휴일 영업이 최근 지자체를 중심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초구는 28일부터 일요일에 오픈했고, 동대문구도 2월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이에 더해 새벽 영업시간 규제도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에 따른 노사간 갈등도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서초구청은 지난 17일 구내 대형마트·SSM의 의무휴업일을 기존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에서 같은 주 수요일로 변경한다고 행정 고시했다. 서초구에는 이마트 양재점, 롯데마트 서초점, 킴스클럽 강남점 등 대형마트 3곳과 SSM 31곳이 있다. 이번 제도 변경으로 해당 점포 34곳은 넷째 주 일요일인 지난 28일부터 문을 열었다. 

동대문구도 2월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두 번째, 네 번째 수요일로 변경한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앞서 구와 전통시장, 유통업계는 지난달 28일 상생협약을 맺고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변경하는데 합의했다. 구는 행정예고를 통해 이해관계인 의견수렴을 거쳤고, 지난 22일에는 '유통업 상생발전협의회'를 열어 2월부터 평일 전환을 확정했다.

지난해 2월 대구시가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을 폐지한데 이어 1년여 만에 서울시까지 번진 것이다. 업계는 향후 서울시 전체에 걸쳐 의무휴업이 폐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간 대형마트의 휴업일이 다르면 타 지역구로 소비 이탈이 일어날 수 있어 서초구와 인접한 ▲강남구 ▲동작구 ▲송파구 ▲관악구 등이 다음 조정 지역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대통령실도 지자체 결정을 반기고 있다. 여기 더해 이커머스와 역차별로 논란이 됐던 새벽시간 영업규제까지도 해제한다는 방침도 전했다.

대형마트는 2013년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공휴일 의무휴업이 제정된지 11년만에 일요일에도 영업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정책 변화로 주요 업체들의 실적 전망도 밝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행 월 2회의 의무휴업일이 폐지된다면 큰 폭의 증가이익(이마트 약 1000억원, 롯데쇼핑 약 400억원)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발하는 노조... 의무휴업 변경 중단 요구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반기는 업계와 달리 노조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앞서 17일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서초구청 앞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 추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의무휴업의 취지는 근로자의 건강과 중소 영세상인과의 상생을 위해 제한을 두는 것"이라며 "이같은 어떠한 고려도 없이 유통 재벌만의 입장만 대변하는 서초구청의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 마트노동자와 가족들 모두 총선에서 심판투쟁에 나설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마트노조는 이날 서초구청 기자회견에 이어 동대문구청에서도 규탄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구청장을 규탄하는 한편 면담요청 등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해 정책을 결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일부터는 동대문구청을 상대로 구청 앞 쟁의행동을 진행 중이다.

마트노조는 지난 18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에 따른 노동자의 건강과 삶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중 '한 달 일요일 근무 횟수가 3회 이상'이라는 비율은 변경 전 30%에서 변경 뒤 75%로 늘어났다. '워라밸(일·생활 균형) 만족도'를 묻자 변경 전 조사에선 70%가 부정적 답변을 했던 데서, 일요일 휴업이 사라진 뒤 무려 96%가 '불만족 한다'고 답했다. 휴무일 변경 전 54%가 ‘전반적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응답했지만, 변경 뒤에 이 비율은 66%로 늘었다.

전통시장 상인들도 걱정의 목소리다. 한 상인은 "일요일에 그나마 오던 손님들이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이 11년 만에 해제되면서 업계는 반기고 있다. 하지만 노조와 전통시장 상인들의 불만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서로간 상생을 위한 다양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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