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 악순환... 롯데·이마트, '초저가 카드' 왜 못버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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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 악순환... 롯데·이마트, '초저가 카드' 왜 못버리나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4.01.12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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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3사, 연초부터 초저가 경쟁 돌입
사실상 1년 내내 할인... 고객몰이 효과적
이마트 올해 이익률 0.3% 전망... 몸집만 키웠다
매장 리뉴얼·유통구조·상품 소싱 등 다양한 노력
롯데마트 은평점에서 쇼핑을 하고있는 고객들의 모습. 사진= 롯데마트
롯데마트 은평점에서 쇼핑을 하고있는 고객들의 모습. 사진= 롯데마트

대형마트들이 연초부터 '초저가' 카드를 꺼내들고 고객 몰이에 나섰다. 고물가에 얼어붙은 지갑을 열겠다는 전략이다. 대대적인 할인행사에 고객은 몰리지만 행사 기간이 지나면 집객률은 현저히 낮아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1년 내내 초저가 행사를 진행하지만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며 기업 신용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마트는 지난 4일 필수 먹거리와 생필품을 최저가 수준으로 제공하겠다는 '2024 가격파격 선언'을 발표했다. 매달 식품 부문 핵심상품 3개를 초저가로 선보이며 1년 내내 초저가 제품을 내놓는다. 다음 달부터는 분기별로 총 네 차례 반값을 내세운 50개 이상의 '가격 역주행 1993' 기획상품도 내놓는다. 이마트가 처음 문을 연 1993년 가격에 버금가는 파격가 상품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다만, 경쟁업체 대비 10원이라도 싸게파는 '가격 경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홈플러스도 고물가에 맞서 4일부터 상품을 최대 반값 할인하는 '2024 홈플러스 물가안정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2022년 도입한 '인공지능(AI) 최저가격', '최저가 보상제'도 고도화했다. 이와 더불어 미래형 마트로 2022년 2월 첫선을 보인 초대형 식품 전문 매장 '메가푸드마켓'에 집중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활로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와 슈퍼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값진행사'를 진행했다. 행사 기간인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올해 1월 1일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상승했다. 

대형마트들이 수익성 악화를 감내하면서까지 초저가 행사를 펼치는 이유는 확실한 매출 상승이다. 온라인에게 뺏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으로 고객을 모아야 하고 그 방법으로 꺼낸 것이 초저가 카드이다. 

 

고객 지갑 여는 고육지책, 몸집은 키웠지만

이마트를 필두로 하는 초저가 정책은 일종의 고육지책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고객의 발길을 마트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초저가'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마트는 코로나 시기 '가격의 끝', '더 리미티드', '국민가격' 등 1년 내내 초저가 카드를 꺼내들고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2020년 22조였던 전체 매출은 2021년 24조9300억원, 2022년 29조3000억원까지 대폭 증가시켰다. 2023년은 29조7700억원으로 전년대비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러한 몸집 키우기는 초저가 정책에 의한 것으로 이익률은 꾸준히 하락세를 그렸다. 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1.27%에서 2022년 0.46%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2023년은 이보다 더 내려간 0.3%로 전망된다. 지난해 2분기는 영업이익률이 -0.73%를 기록하며 분기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몸집은 키웠지만 수익성은 크게 떨어졌다. 

이러한 고육지책에 가까운 초저가 정책은 기업 신용도에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달 한국신용평가는 이마트의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로 한 단계 내렸다. 2020년 'AA+'에서 'AA'로 강등된 데 이어 향후 'AA-'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마트가 이러한 위기를 타개할 마땅한 대책이 있어보이지도 않는다. 한국신용평가는 "유통업 내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부담과 부동산 개발관련 자금소요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 출점을 재개하고 핵심 영업자산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을 전환함에 따라 자산매각을 통한 대규모 자금 마련도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금흐름의 뚜렷한 개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영업현금규모를 상회하는 자금소요로 당분간 재무구조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른 대형마트들의 사정도 이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홈플러스도 2022년 회계연도 기준 매출은 전 회계연도 대비 1199억 원 증가한 6조6006억 원을 달성했지만, 260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대형마트들의 이익률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22 회계연도 기준으로 월마트의 영업이익률은 4.4%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 오프라인 유통 빅3(롯데·신세계·현대) 중 가장 높은 롯데쇼핑의 이익률은 그 절반인 2.4%에 불과하다. 롯데마트가 수퍼와 통합 소싱을 통해 이익률을 높였지만 여전히 3% 미만 수준에 그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와 경기 불황으로 연중 할인 행사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최근 업계도 매장 리뉴얼, 유통구조, 상품소싱 등 다양한 방면으로 수익성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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