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보다 안정 택했다"... 非 롯데맨, '김상현·정준호' 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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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보다 안정 택했다"... 非 롯데맨, '김상현·정준호' 건재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3.12.0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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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사 칼바람에도 신뢰 보인 신동빈 회장
백화점·마트 내실 다진 점 긍정적 평가 작용
김 부회장, 롯데 유통 중장기 전략 이끌 적임자
(좌측부터) 김상현 부회장, 정준호 대표. 사진= 롯데그룹
(좌측부터) 김상현 부회장, 정준호 대표. 사진= 롯데그룹

유통 3사 중 가장 늦게 임원인사 발표를 앞둔 롯데가 쇄신보다 안정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6일 이사회를 소집하고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11월 말 정기 인사를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늦어졌다. 지난해에도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인해 12월 중순 경에 진행한 바 있다. 올해는 부산엑스포 유치 등의 이유로 지연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는 지난해 주요 계열사 10곳(롯데건설·롯데면세점·롯데자이언츠·롯데호텔·미래전략소장·롯데제과·롯데마트·롯데하이마트·롯데홈쇼핑·롯데멤버스)의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쇄신'을 선택했다. 당시 임원진 전체 연령대를 낮추고, 롯데제과 대표이사를 창사이래 첫 외부인사를 기용하는 등 파격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이 올해 대거 대표 이사를 물갈이 하면서 롯데도 이같은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특히 최근 부진한 실적으로 성과주의 인사가 부각되면서 이같은 관측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예상을 깨는 인사가 내용이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5일 김상현 롯데 유통군HQ 총괄대표 부회장 유임 확정과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부사장)는 사장으로 승진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내부 공지했다.

비(非) 롯데맨으로 지난해 파격인사의 중심에 있던 김상현 부회장은 올해도 롯데 유통사업 키를 잡게 됐다. 김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순혈주의를 버리고 첫 외부 인사로 롯데쇼핑 대표로 영입한 인물로 위기 타개를 위한 구원투수 역할이 강조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김 부회장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김 부회장이 선임된 2021년말 기준 롯데쇼핑 매출은 15조5736억원(연결기준)에서 지난해 15조476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 10조9230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줄어들었고, 영업이익은 3060억원으로 4.4% 증가했다. 백화점 부문은 같은 기간 매출 2조37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 268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7% 감소했다. 롯데온은 이 기간 매출 97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5.9%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640억원으로 적자폭을 개선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김 부회장이 체질개선을 통해 내실을 다진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은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꾸준히 증가세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신세계 출신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임에 성공했다. 특히 이번엔 사장으로 승진하며 신임을 얻었다는 평가다. 

2020년 11월부터 3년 간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를 이끌어 온 강성현 대표도 연임 및 승진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 대표는 마트와 수퍼의 소싱통합을 통한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로 적자에 허덕이던 롯데마트의 실적을 흑자로 돌려세웠다. 

롯데마트는 올 상반기 매출은 2조86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290억원을 기록하면서 200.8% 성장했다. 같은 기간 롯데슈퍼는 매출 6,510억원으로 전년보다 4.5%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13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한편, 부실한 실적 계열사 대표들의 퇴임도 주목된다.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둔 나영호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장(부사장)은 교체설에 무게가 실린다. 나 부사장은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 출신으로 2021년 4월부터 롯데쇼핑의 이커머스인 롯데온을 지휘해왔다. 롯데온은 적자 폭을 점차 줄이고는 있지만,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 640억원을 기록하며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최경호 코리아세븐 대표도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평사원 출신에서 2020년 대표에 오른 후 4년째 코리아세븐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 경쟁사인 CU와 GS25는 괄목할만한 성적을 보인데 반해 세븐일레븐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BGF리테일의 CU와 GS리테일의 GS25 등 경쟁사가 괄목할 만한 실적개선을 올린 반면 세븐일레븐의 성장세는 상대적으로 미진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업계 전반에 걸친 부진으로 인사 칼바람이 불었지만 롯데는 향후 도약을 위해 안정을 택했다"며 "신 회장이 김 부회장을 유통 계열사 중장기 전략을 이끌어 갈 적임자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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