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만에 회장' 웃지 못하는 정용진... 신세계 칼바람 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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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만에 회장' 웃지 못하는 정용진... 신세계 칼바람 부나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4.03.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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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이래 30년만, 부회장 맡은지 18년만에 회장
창사이래 첫 적자 이마트, 고강도 구조조정 전망
신선식품까지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에 위기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 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 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이 2006년 부회장을 맡은지 18년만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경영 악화 속 '정용진 체제'를 강화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쿠팡에게 1위를 뺏기고, 알리가 대형마트 주력 품목인 신선식품까지 넘보면서 정 회장의 대응 전략에 관심이 모인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8일 회장으로 승진했다. 1995년 입사이래 30년만이고, 2006년 부회장에 오른지 18년만의 승진이다. 지난해 9월 대대적인 칼바람 인사를 단행한 이후 6개월만의 인사 발표라 업계 귀추가 모인다. 재계는 지난해 이마트가 창사이래 첫 연간 적자를 기록하며 부진인 상황에서 '책임 경영'을 강조한 의미로 보고 있다.

18년만에 회장에 올랐지만 산적한 숙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이 막중하다. 지난해 이마트는 2011년 신세계 대형마트 사업부문에서 분할해 별도 법인이 된 이후 12년만인 지난해 첫 469억원(연결기준) 적자를 냈다. 지난해 이마트의 매출·영업이익·순이익(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모두 전년보다 감소했고, 수익성도 내리막길이다. 

이마트와 신세계를 합친 총매출(35조8293억원)도 2022년 대비 1조원 이상 감소했다. 정 신임 회장이 위기상황에서 구원투수로 직접 등판하며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먼저 수익성 해결이 관건이다. 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0.22%로 전망된다. 2020년 1.08% 이후 2021년 1.27%로 소폭 신장했지만 이후 2022년 0.46%로 하락하더니 지난해 더 내려갔다. 순이익률 역시 2021년 6.37%였지만 지난해 0.22%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는 정 회장 체제에서 향후 고강도의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 승진이 담은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며 "과거 '1등 유통기업' 자리에 머물지 않고 도약의 갈림길에 서 있는 신세계그룹이 정 신임 회장에게 부여한 역할은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조직은 성과를 내기 위해 존재하고 기업은 수익을 내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며 "2024년에는 경영 의사 결정에 수익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신세계건설이 레저사업 부문을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매각해 재무건전성 개선에 나선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다만 신세계그룹은 "현재 추가 인사나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며 선을 긋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알리익스프레스의 신선식품 확대에 따른 대응도 정 회장의 숙제로 거론된다. 대형마트의 주력 상품인 신선식품에 C-커머스의 공세는 큰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0월 한국 상품 전문 코너 '케이베뉴'를 만들고 입점하는 한국 판매자에게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한국 시장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에는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한국피앤지 등이 입점했으며 최근에는 생활용품·가공식품 외에 과일과 채소, 수산물 등 신선식품까지 취급하기 시작했다. 특히 쿠팡과 결별한 CJ제일제당이 지난 7일 알리익스프레스에 입점한 이후 '그랜드 론칭 이벤트'를 열고 비비고, 햇반 등을 대폭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먼저 롯데마트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그로서리 부문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과 소싱통합 작업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1월 신선식품을 포함한 그로서리 부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식품과 비식품을 총괄하던 상품본부를 식품 중심의 그로서리본부로 일원화하고 비식품은 몰사업본부로 통합했다.

마트와 슈퍼 간 부문 단위 통합에 이어 팀 단위 통합까지 이뤄졌다. 한 예로 마트와 슈퍼 축산팀이 한 팀으로 합쳐졌다. 이러한 작업으로 비용절감과 수익성 향상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는 가격경쟁력을 제고하면서 계열사 소싱통합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매달 돌아가며 먹거리와 일상용품 50여개 상품을 초저가에 제공하는 '가격역주행'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한채양 대표가 적극 나서 농산물과 신선식품 직접 매입을 통해 유통단계 최소화로 가격을 대폭 낮췄다.

또한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의 소싱 통합작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12월 통합추진사무국을 신설하고 사별로 있던 상품본부도 하나로 합쳤다. 이를 통해 상품소싱부터 물류까지 모든 인프라를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유통명가 자존심 회복과 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기업으로부터 방어하는데 고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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