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2012~2014년 에피스 회계처리'에 주목했다 -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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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2012~2014년 에피스 회계처리'에 주목했다[삼성바이오 결정문 분석] '집행정지 인용' 어떻게 났나
재판부 ‘금감원 잇따른 판단번복’ 지적... "위법 단정 못해”
서울대·고려대 교수 등 전문가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적정”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박성규 부장판사)는 22일 오전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사진=시장경제DB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조차 당초 참여연대가 이 사건 주식과 관련하여 신청인(삼성바이오)이 한 회계처리가 적법한지 여부를 질의하였을 때 '이 사건 주식과 관련하여 신청인이 한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던 점... (중략) ... 등을 종합하면 신청인이 2012~2014년까지 이 사건 주식과 관련하여 한 회계처리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 삼성바이오 집행정지 신청사건 인용 이유 中 일부)
 

금융감독원의 거듭된 입장 번복이 증권선물위원회의 발목을 잡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회사인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후, 그 합병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회계법인 및 법무법인 등과 짜고 재무제표를 조작하려 했다는 증선위 측 변호인단의 주장은 재판부의 심중을 흔들지 못했다.

반면 서울대와 고려대 교수 등 다수의 전문가들이 ‘회계처리는 적정했다’는 의견을 밝혔다며 삼성바이오 변호인단이 낸 증거는, ‘금감원의 말 바꾸기’와 함께 재판부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는데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이날 결정으로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에 부과한 제재 처분 중 감사인 지정 3년, 시정조치(재무제표 재작성),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등의 3가지는 즉시 효력이 정지됐다.

재판부의 결정으로 재계와 산업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은 삼성바이오 사건 1라운드는 삼성바이오 측의 완승으로 결론 났다.

앞서 지난해 11월14일 증선위는 금융감독원의 재감리 결과를 수용해, 삼성바이오 측에 ‘고의 분식회계’를 의결했다. 의결과 함께 증선위는 과징금 80억원 부과, 감사인 지정 3년, 재무제표 재작성,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처분을 내렸다. 삼성바이오는 같은 달 28일 서울행정법원에 증선위 의결 취소를 구하는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지난해 12월19일 집행정지 사건 심문기일을 열고 양측 변호인단으로부터 의견을 들었다.

◆어느 정도 예상된 ‘인용’ 결정...“금감원이 혼란 부추겨” 비판도

이날 인용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심문기일 당일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 사이에서는 ‘인용 결정이 날 것 같다’는 견해가 유력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사후 정당성 확보를 위해 삼성바이오가 조직적으로 나서 대규모 분식회계를 범했다는 증선위 측 시나리오보다는, ‘국내 3대 회계법인과 회계학자 10명의 조언을 받아 회계처리를 변경했다’는 삼성바이오 측 항변이 더 합리적이었다.

삼성바이오 회계 이슈를 지난해 초부터 취재해 온 기자는 1년 동안 다수의 회계전문가와 법조인을 만나 의견을 들었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삼성바이오가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증선위 의결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업과 회계법인에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한 한국 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의 정신과 원칙을 고려할 때,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변경은 적법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기업과 회계전문가들에게는 ‘원칙 중심’ K-IFRS 적용을 강제해 놓고, 정작 금융당국은 기존의 ‘규정 중심’ 관행에 사로잡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날 선 비판도 나왔다. 금감원의 말 바꾸기 이면에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본안 판결이 나오기 전에 제재 처분의 효력이 발생한다면 삼성바이오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한 반면, 처분의 효력을 잠정 중단시킨다고 해서 그 결정이 공공복리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염려는 없어 보인다는 기업법무 전문 변호사들의 견해도 이미 나온 터였다. 
 


◆재판부 “2012~2014년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적법 여부가 쟁점”   

따라서 이날 재판부의 결정에서 기자가 관심을 기울인 것은 ‘인용’이라는 사실보다, 그 근거였다. 기대한 대로 결정문에는 재판부가 ‘인용’이란 판단에 이르게 된 근거가 자세하게 포함돼 있었다.

결정문 가운데는 ‘신청인의 본안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재판부가 이 부분 판단을 놓고 상당한 고민을 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우선 이 사건 쟁점을 다음의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이 사건 쟁점은 2기(2012년)부터 4기(2014년)까지 이 사건 주식과 관련하여 한 회계처리가 적법한지 여부다.”

즉 삼성바이오가 미국 바이오젠사와 합작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위 기간 동안 연결종속회사(단독지배)로 회계처리한 것이 적법했는가를 따져 보면, 증선위 의결의 당부를 가늠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신청인의 본안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효력정지 요건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같은 입장에서 재판부는 삼성바이오의 ‘증선위 의결 취소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은 2018년 11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진=증권선물위원회


◆금감원, 의혹 제기한 참여연대에 ‘적법했다’ 답변 

그 결과 재판부는 “삼성바이오의 본안 청구는 이유 없음이 명백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재판부가 밝힌 근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⓵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조차, 참여연대가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적법 여부를 질의했을 때 ‘적법하다’는 취지로 답변한 사실.
 
⓶금융감독원은 1차 감리 결과 ‘2015회계년도 재무제표 중 에피스를 연결종속회사가 아닌 지분법 상 관계회사로 판단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에피스를 종속기업으로 봐야 함을 전제로 한 것이다(즉, 2012~2014년까지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는 적법했다).
 
⓷서울대 회계학연구센터 소속 교수들과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등 다수의 회계전문가는 2012~2014년 사이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와 관련해 ‘K-IFRS에 부합한다’는 취지의 소견을 제시했다.

증선위 의결은 금감원의 감리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삼성바이오 회계 이슈와 관련해 금감원은 지금까지 3번에 걸쳐 입장을 바꿨다.

2016년 말 참여연대의 요구로 열린 ‘IFRS 질의회신 연석회의’는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는 적정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회의에는 금감원 관계자가 참석했다.

2017년 4월 감리에 나선 금감원은 지난해 5월1일 이전과 다른 판단을 내놨다.

‘2012~2014년’ 회계처리는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사안으로 문제가 없지만, 2015년 지분법 상 관계사로의 변경은 위법하다는 것. 즉,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봤어야 한다는 것이 1차 감리 결론이었다.

지난해 8월 재감리에 착수한 금감원은 1차 감리 결과를 스스로 뒤집었다.

이번에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모두 지분법 상 관계사로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재판부는 금감원이 재감리에 나서기 전, 삼성바이오의 ‘2012~214년 회계처리’를 적법하다고 본 사실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런 이유로 “이 사건 주식과 관련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가 한 회계처리를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재판부는 “그 밖의 다른 쟁점들에 대한 신청인 측의 주장 역시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있으므로 본안에서 이를 심도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양원석 기자  wonseok@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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