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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이구동성 "삼바 분식회계 결론은 증선위 무리수"[바른사회 토론회] '삼성바이오·증선위 행정소송 쟁점과 전망' 종합
김영용 교수 사회, 조동근·최준선·전삼현·최승재 法 전문가 패널 참석
"시민단체 의혹 제기, 당국이 조사... 기업하기 힘든 환경 여실히 드러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를 상대로 낸 의결 취소 청구 소송의 쟁점과 전망을 짚는 전문가 토론회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렸다. ⓒ이기륭 기자

전문가들의 의견은 한결 같았다. '삼바 논란'을 잠재운 법원의 행정처분 집행 정지 인용(認容)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몰아붙이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결과물이라는 지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를 상대로 낸 의결 취소 청구 소송의 쟁점과 전망을 짚는 전문가 토론회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22일 서울행정법원이 집행 정지 인용 결정을 내린 직후 열려 산업계와 언론으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다.

패널로는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거시경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상법·회사법),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상법 일반), 최승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연수원29기, 경제법·기업법무)이 참석했다. 사회는 한국경제원구원장을 지낸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맡았다.

토론회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발제자와 토론자를 구분하지 않고 4명의 패널이 삼성바이오 행정소송의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각자가 준비한 원고를 발표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앞서 증선위는 지난해 11월 14일 "삼성바이오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사후 정당성 확보를 위해 회계를 분식했으며 그 규모는 4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의결했다. 증선위는 이에 따른 제재로 과징금 80억원, 감사인 지정 3년, 재무제표 재작성, 대표이사·담당임원 해임 권고 등의 처분을 부과했다.

그러자 삼성바이오는 같은 달 28일 증선위 의결 취소 소송과 함께 제재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신청을 냈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지난해 12월 19일 집행정지 신청 사건 심문기일을 열고, 신청인 삼성바이오와 피신청인 증선위 측 변호인단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했다.

이번 법정 다툼에서 행정법원은 삼성바이오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 심문기일 한 달여만인 지난 22일 재판부는 "신청인의 본인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하지 않고 신청인이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증선위 제재 처분의 효력을 사건 1심 판결 후 30일까지 정지시키는 인용 결정을 내렸다.

본안 판결 전 재무제표 재작성 등의 제재 처분이 효력을 발생하면 삼성바이오의 기업 가치와 신용·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 가능성도 인정된다고 재판부는 판시했다.

최승재 변호사가 24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열린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 삼성바이오 사건 쟁점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기륭 기자

#. 최승재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위법(違法) 판단 힘들어"

김영용 교수의 간략한 행사 소개가 끝나자 최승재 변호사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최승재 변호사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을 발제로 선정했다.

그는 삼성바이오 제재 효력정지를 결정한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의 판단을 조목조목 짚으며 "법령이나 회계기준 상 기업이나 회계법인에 재량의 여지가 있고, 기업 혹은 회계법인이 재량을 남용하거나 일탈했다고 볼만한 사항이 없다면 위법하다고 판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의 재무제표 작성 및 회계법인의 감사행위에 대해 행정청이 특별히 문제를 삼지 않았거나, 더 나아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이에 대한 신뢰는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삼성바이오 회계 이슈와 관련해 수차례에 걸쳐 판단을 번복한 금감원의 책임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참여연대를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들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처음 제기한 2015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판단을 바꿔왔다.

금융당국의 오락가락 행보는 2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가 삼성바이오에 대한 증선위의 재제 처분 효력을 1심 판결 때까지 정지하라는 결정을 내린 주요 근거 중 하나였다.

최승재 변호사는 사견를 전제로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분식회계 사건 관련해 기업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사례가 거의 없는데, 이번 재판부의 결정은 신청인(삼성바이오)의 본안 청구가 다퉈 볼 만한 여지가 있다는 시그널"이라고 평가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열린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 삼성바이오 사건 쟁점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기륭 기자

#. 조동근 "공격 받는 삼성바이오, 美 나스닥 상장했다면"

조동근 교수는 삼성바이오 사건에 불을 지핀 친여(親與) 세력의 개입을 우려하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증선위가 특정 시민단체의 논리를 서포트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동근 교수는 "이번 사태는 피해자는 없고 가해자만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바이오가 상장 전후로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면 이에 상응하는 이득이 있어야 하는데 금융당국은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분식회계는 금융사기인데 분식이라면 그에 따른 이익을 누가 가져갔는지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삼성바이오 주식을 구입한 투자자가 손해를 보지 않은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없는 이상한 분식회계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앞서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거래정지 처분을 받았던 삼성바이오 주식의 거래재개를 결정한 것 역시 암묵적으로 증선위의 처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조동근 교수는 "일부 시민단체의 의혹 제기로 이미 끝난 사안을 다시 조사하고 처벌한 것은 우리 사회가 기업활동에 대한 법규와 제도의 안정성을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개탄했다.

나아가 "회계평가 기준 변경이 가져온 일회성 이윤 반영을 분식회계로 몰고 간 증선위가 무리수를 뒀다"고 분석했다. 조동근 교수는 "삼성바이오가 똑같은 조건으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면 지금 같은 사태가 안 벌어졌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끝으로 조동근 교수는 "삼성바이오에 대한 분식회계 판정은 한국이 결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은 현재 사면초가 상황에 몰려 있고 거미줄 같은 규제에 둘러싸여 있는데 정치권이 미래의 먹거리를 걷어차고 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열린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 삼성바이오 사건 쟁점 토론회에 참석해 발표 준비를 하고 있다. ⓒ이기륭 기자

#. 최준선 "고의 분식회계 주장, 논리나 팩트 모두 근거 부족"

상법·회사법 전문가인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증선위의) 고의 분식회계 주장은 논리나 팩트 모두 근거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최준선 교수는 "(증선위가 내놓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의 근거 중 하나인 바이오젠 보유 동의권은 기업 경영 전반에 대한 포괄 동의권이 아니라 인수·합병, 신약 개발 등 투자자인 바이오젠의 이익 보호를 위해 부여된 방어권적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바이오와 자회사인 에피스의 종속 관계를 분석하며 문제점을 짚어나갔다. "2012~2013년은 삼성바이오가 에피스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고, 바이오젠은 겨우 15%의 지분만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종속회사로 처리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관계회사로 회계처리하면 그 자체가 분식회계일 것이다. 또한 증선위는 2013~2014년 중과실 판단을 했는데 이 기간 삼성바이오는 유상증자를 통해 에피스에 대한 지분을 91.2%까지 늘렸고, 바이오젠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지분율이 8.8%까지 떨어져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처리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고의 분식회계'라는 증선위의 표현에 대해서는 "수정하지 않은 것을 고의로 작성하지 않았다고 몰아붙인 인상이 짙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의 콜옵션 계약에 따라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한 것도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최준선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 간 합작 투자 계약서에 어느 한 쪽이 52% 이상을 가져야 단독 지배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50%+1주만으로는 단독 지배권 행사가 불가해 에피스는 삼성바이오의 관계회사가 맞다"고 덧붙였다.

최준선 교수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서도 "재판부의 집행정지 신청 인용은 일단 타당한 것으로 생각되며 본안 소송의 결말이 기대된다"고 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열린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 삼성바이오 사건 쟁점 토론회에 참석해 발표 준비를 하고 있다. ⓒ이기륭 기자

#. 전삼현 "금융당국, 의도적 결론 위해 法 집행 서두르나"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삼성바이오 측이 의도적으로 분식회계를 통한 허위공시를 해서 주주들에게 손해를 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역설했다.

삼성바이오 사건의 경우 회계 기준 변경 후 주가가 크게 상승해 전체적으로 봤을 때 주주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삼현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과 일부 시민단체들이 의도적으로 분식회계라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시장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법 집행을 서두르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식회계를 법으로 통제하는 이유는 시장에서의 사기 행위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방지하고 자본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사기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허위공시라는 기망행위를 통해 피해자가 착오를 일으켜 처분행위를 했어야 하며 그 처분행위로 인한 손해가 발생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전삼현 교수는 "오히려 금융당국이 법적 판단을 수시로 번복하면서 국민 신뢰가 하락하고 자본시장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원론적으로는 이번 사태가 회계기준 변경 과정에서 초래된 혼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종래 회계기준인 미국식 GAAP 방식에서 유럽식 회계기준인 IFRS 방식으로 변경해 우리 자본시장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명확한 회계기준을 정립하지 못했고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전삼현 교수는 마지막으로 "삼바 사건은 법원으로 그 공이 넘어갔는데 부디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사법부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행정법원이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粉飾)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행정 처분 집행정지를 결정하자 국회에서도 증선위와 금감원의 감리 과정을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규정 적용에 대한 다툼이 큰 상황에서 증선위가 감리위원회 심의도 생략해 버리고 분식회계 결정에 유리한 규정만 적용했다"고 비판했다. 증선위가 공동지배 해석을 놓고 국제회계기준(IFRS) 상 유리한 앞단 내용만 편파적으로 적용하고, 불리한 규정은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증선위가 삼성바이오) 회사 측에 유리한 규정은 배제해 공정성을 잃어버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6년 기업 상장심사와 금감원 조사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났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증선위가) 무리한 규정을 적용해 분식회계와 주식거래정지 결정까지 했다"고 꼬집었다.

김선동 의원은 "앞으로 국회에서 증선위 결정과 금감원 감리 과정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려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증선위는 법원 결정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서 즉시 항고 여부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를 본 김영용 교수 ⓒ이기륭 기자

 

오창균 기자  crack007@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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