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내부문건' 유출 미스터리... 靑에 쏠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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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내부문건' 유출 미스터리... 靑에 쏠리는 눈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1.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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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내부 문건' 박용진 의원 폭로 6일전 한겨레도 보도
‘내부 문건' 최초 입수자로 제3의 인물 가능성 배제 못해
靑 내부교육서 삼성 콕 집어 “민정 중심으로 대기업 갑질 대응”
“靑에 퍼진 반기업 정서 우려... 조직적 '삼성 때리기' 의심”
더불어민주당의 박용진 의원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이 있기 일주일 전인 11월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부 문건 사본 일부를 공개했다. 박 의원은 “내부 문건을 보면 삼성이 고의로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명백하다”며 주장했다, 사진=이기륭 기자

삼성바오이로직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신청 인용 여부가 늦어도 다음 달 안에 나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의결'의 결정적 증거로 알려진 이른바 '내부 문건' 전달 과정이 새롭게 주목을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부 문건이 금융감독원에 전달된 일련의 과정에 현 여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런 시각은 내부 문건 입수자로 알려진 박용진 의원, 관련 보도를 최초 단독 보도하고 다수의 후속 기사를 낸 한겨레 외에 이 문건을 가장 먼저 손에 넣은 제3의 입수자가 있을 것이란 전제를 깔고 있다. 反기업 성향의 언론과 여당 의원에게 잇달아 문건을 제보한 인물 혹은 그룹이 존재하고, 이들이 고위 권력기관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현 정권 출범 후 3년 째 지속되고 있는 삼성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 및 수사, 금융당국이 입장을 번복하면서 이미 종결된 분식회계 의혹을 재감리한 과정 등을 볼 때, 이른바 '삼성 때리기'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심이 나온다.

◆ 내부 문건 최초 입수자, 박용진 의원 혹은 한겨레? 제3자 가능성도 배제 못해 

지난해 11월14일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4조5000억원대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내리고, 과징금 80억 부과, 감사인 지정 3년, 재무제표 재작성, 삼성바이오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등의 처분을 내렸다.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의결 직후 열린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에서, 내부 문건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을 종합하면 내부 문건 제보자는 삼성바이오 직원이며, 해당 문건을 처음 건네 받은 사람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박 의원은 증선위 의결이 있기 일주일 전인 11월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부 문건 사본 일부를 공개했다. 박 의원은 “내부 문건을 보면 삼성이 고의로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명백하다”며, 삼성바이오 지분을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 등 철저한 진상규명을 금융당국에 요구했다.

지난해 12월19일 열린 이 사건 집행정지신청 심문기일 당일 법정에 나온 금감원 직원도 내부 문건 입수 경위와 관련돼 언론보도를 전제로, “박용진 의원이 입수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러나 내부 문건의 존재를 처음 알린 이는 박용진 의원이 아니다. 박 의원이 폭로기자회견을 열기 6일 전인 11월1일, 한겨레는 단독 보도를 통해 내부 문건 발견 사실을 전했다. 한겨레는 1일과 2일 이틀 연속으로 내부 문건 내용을 분석한 단독 기사를 내보냈다.

한겨레는 기사에서 “내부 문건은 삼성바이오 재경팀이 2015년 11월 결산을 앞두고 작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 컨피덴셜(비밀)’이 적힌 문건을 확인한 결과,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 콜옵션 평가 이슈’를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보고한 사실, 고의적 분식회계 혐의를 벗기 위해 다른 해명을 한 정황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내부 문건의 구체적인 표현을 예로 들면서 그 내용을 상당히 자세하게 소개했다.

박용진 의원의 폭로기자회견이 있기 전 이미 그 문건의 존재는 물론 구체적인 내용까지 소개한 기사가 두 건이나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건의 최초 입수자가 박용진 의원이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만든다.

한겨레 단독 보도에도 불구하고 박 의원이 뒤늦게 기자회견을 연 사실을 감안하면, 박 의원과 한겨레 외에 문건을 처음 입수한 제3자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 정부를 지지하는 여권 성향의 제3자가 정치권과 언론에 정보를 흘리면서, 박 의원 및 한겨레와 접촉한 것 아니냐는 의심은 이런 과정에서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 문건 표지. 박용진 의원이 폭로기자회견을 열기 6일 전인 11월1일, 한겨레는 단독 보도를 통해 내부 문건 발견 사실을 전했다. 사진=시장경제DB

◆ 행정관 80여 명 대상, 靑 내부의 특별한 '경제교육' 눈길

여기서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사건이 있다.

청와대 내부 사정에 매우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을 전후로 청와대에서는 민정수석비서관실 소속 행정관들을 상대로 '경제 교육'이 진행됐다.

당시 경제 교육에는 민정수석 산하 4개 비서관실 소속 행정관 80명 가량이 참여했다고 한다. 

참고로 청와대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행정관들에게 바로 알리고, 그 이해를 도울 목적으로 '행정관 경제 교육'을 수 차례 실시했다. 수석 비서관실의 업무 특성에 맞춰 교육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주제는 공통됐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행정관 경제 교육의 공통 주제는 현 정부 경제정책의 3대 축인 혁신성장, 공정경제, 소득주도성장이었다.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이 특별한 교육을 시작한 배경을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현 정부 청와대에 들어온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가 진보라고 할 수는 없다. 정부 부처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 특히 그렇다. 이들을 데리고 경제 체질을 바꾸는 개혁작업, 적폐청산 작업을 해 나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경제정책 핵심 기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 청와대 고위 관계자, 삼성 콕 집어 “민정 중심으로 대기업 갑질 대응” 

민정 소속 행정관들에 대한 당시 교육 역시 혁신성장과 공정경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강사는 청와대 고위관계자 A씨. A의 강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과거에는 기업이 물건만 만들면 판매는 알아서 이뤄졌다. 공급자 중심 경제구조였다.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는 수요자가 경제의 중심이 됐다. 기업이 신제품을 출시한다고 해서 기존에 쓰던 것 버리고 새 제품으로 바로 바꾸는 시대는 지났다. 공급자인 기업에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수요자도 인식의 혁신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업의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이 이뤄지려면 기업이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혁신이 바로 공정경제다. 삼성 등 대기업의 갑질 기타 부조리를 근절하려면 공정경제가 우선돼야 한다. 공정경제는 민정이 앞장서야 한다. 민정이 중심이 돼 대기업 갑질 등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만 한다.”

문제는 교육 도중 '삼성'이란 이름이 콕 집어 나왔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전한 관계자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행정관을 대상으로 경제 교육을 시킨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 자리에서 특정 기업의 이름이 나왔다는 건 더욱 놀랍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대기업 갑질 프레임을 이야기하면서 특정 기업 이름을 언급하면, 교육을 받는 행정관들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청와대 내부에 광범위하게 반기업 정서가 퍼져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했다.

삼성바이오 이슈를 '삼성 때리기'의 하나로 보는 시각은, 속칭 진보진영에 폭 넓게 퍼진 반기업 정서가 '안티 삼성'으로 변질되면서 현재와 같은 전방위 압박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관련기사> 형식·시점·팩트도 틀려... 삼성바이오 내부문건 곳곳 '증거력' 의문

◆ 내부 문건, 스모킹 건으로 볼 수 있을까 

내부 문건의 내용도 문제다. 내부 문건과 관련해서는 시점이 맞지 않는다거나 내용이 모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무엇보다 내부 문건이 '삼성바이오 이슈'의 핵심 쟁점인 '회계처리 변경의 적정성'과 직접 관련이 있는지 의문이다.

삼성바이오 이슈의 기본 틀은, 이 회사가 2015 회계년도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미국 바이오젠과 공동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분법 상 관계회사'로 변경 처리한 것이 적정했는가에 있다.

내부 문건을 고의 분식회계의 '스모킹 건'으로 여기는 이들은, “문건을 보면 삼성바이오가 법무법인 및 회계법인과 함께 분식회계를 공모한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부 문건은 에피스 회계 처리와 관련돼 회계법인과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라든가 회계법인이 회사 측에 바이오젠 콜옵션 부채 계상을 요구했다든가 에피스 회계처리 변경과 관련돼 어떤 방법이 적정한지 검토한 사실 등을 담고 있다.

문건 어디에도 삼성바이오가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과 분식회계를 공모했다고 볼만한 내용은 없다.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공모했을 것'이란 전제를 깔고 내부 문건의 내용을 입맛에 맞게 재해석하지 않는 한, 내부 문건을 스모킹 건으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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