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pick] 삼바 분식회계 증거라는 'DCF', 기업 96%가 적용 -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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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삼바 분식회계 증거라는 'DCF', 기업 96%가 적용'현금흐름할인법(DCF)' 논란으로 본 삼성바이오 사건
박용진 “회계법인에서 잘 안 써”... 전문가 “가장 보편적 방법”
지난해 '합병가액 적정성 평가' 25건 중 24건이 DCF 적용
바이오·IT기업 등 첨단업종 평가, DCF 말고 사실상 대안 없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사진=시장경제DB

지난달 7일 국회 정론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고의 분식회계' 의결을 내리기 일주일 전이었다.

이날 박용진 의원은 이른바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을 공개하면서 “삼성바이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중대 범죄', '사기' 등의 원색적인 표현을 쓰면서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의혹을 사실로 단정지었다.

현금흐름할인법(DCF)이란 낯선 용어는 박 의원이 고의 분식회계 주장의 근거를 설명하면서 나왔다.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바이오와 미국 바이오젠의 합작법인, 이하 에피스)에 대한 기업가치 평가, 삼성바이오가 보유한 에피스 지분 가치 평가, 통합삼성물산 합병 당시 주가 적정성 평가 등에 있어 실사를 맡은 회계법인들은 모두 DCF를 사용해 기업가치를 평가했다. 2015년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중 에피스를 연결종속회사(자회사)에서 지분법 상 관계회사로 변경하면서 기업가치를 재평가할 때도 이 방법이 사용됐다.


◆에피스 공정가격, DCF로 산출

삼성바이오는 2015 회계년도 결산 과정에서 에피스의 지위를 변경하면서 기업가치 평가 방법도 바꿨다. 종속회사로 있을 때는 에피스의  기업가치를 장부가격(취득원가)으로 평가했으나, 관계회사로 지위를 변경하면서 그 가치를 시장가격(공정가격)으로 평가한 것이다. 회계법인은 DCF를 사용해 에피스의 공정가격을 산출했다.

삼성바이오가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DCF를 통해 에피스의 미래 가치를 뻥튀기했고, 에피스의 지분을 절반 이상 보유한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도 자연스럽게 부풀려졌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 삼성바이오가 사업보고서를 거짓으로 작성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의 밑바탕에도 이런 논리구조가 깔려 있다.

참고로 참여연대와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를 외부감사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박용진 의원 “DCF, 회계법인에서 잘 안 써” 

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현급흐름할인법은 자의적 평가가 가능해 회계법인이 잘 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9월12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아래는 현금흐름할인법에 관한 박 의원의 당시 발언.

진행자 :  
어쨌든 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뻥튀기 시켜서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승계를 잘 할 수 있도록 한 거잖아요?
 
박용진 의원 :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김용범 부위원장한테 물어봤어요. 보통 회계법인이 어떤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합니까 했더니 현금흐름할인법 이런 것을 주로 씁니다, 그리고 두 가지 정도의 평상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런 방법이 있습니까 했더니 없지만 상대적으로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되게 황당한 거죠. 회계법인들을 관리·감독하고 엉뚱한짓 못하게 하고, 뻥튀기 시키고 이런 일을 못 하도록 하는 정부기관인 금융위원회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가능한 것처럼 얘기하고요. 그렇게 국회에 와서 얘기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실제로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을 듣고, 제가 회계법인에 있는 사람들한테 물어봤죠. 웃어요.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런 경우를 얘기한 분이 바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다 했더니 진짜 놀라더라고요.”


◆회계전문가들 “DCF, 기업 미래 가치 평가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방법”

이렇게 볼 때 '현금흐름할인법 사용의 적절성'은 이 사건의 숨은 열쇠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박 의원 등이 주장하는 것처럼 DCF를 사용한 기업가치 평가가 잘못된 것이고, 회계법인들이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제도라면, 삼성바이오의 2015년 회계처리 변경 및 그 이후 실시된 기업가치 평가는 신뢰하기 어렵다.

반면 DCF가 회계법인들이 통상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이고, 그 신뢰도에도 문제가 없다면 상황은 역전된다.

'현금흐름할인법은 회계법인이 잘 사용하지 않는 제도'라는 주장은 사실일까? 

취재과정에서 만난 다수의 회계전문가들은 같은 답변을 했다.

“기업가치 평가를 할 때 가장 많이 통용되는 방법이 현금흐름할인법이다. 바이오나 IT 등 첨단 업종의 미래 가치를 평가할 때는 이 방법 말고 사실상 대안이 없다.” 

편집자 주 

<현금흐름할인법(DCF)>
특정 기업의 미래 가치를 평가할 때 자주 쓰이는 평가 방법으로, 기업의 미래 가치를 추산해 예상이익을 산출한 뒤, 다시 여기에 할인률을 적용해 현재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라는 기업의 현재 가치를 100, 해당 기업의 10년 후 예상이익을 200이라고 하면, 여기에 일정한 할인률을 적용해 해당 기업의 현재 가치를 역산한다. 이때 기업의 예상이익 산정에는 매출, 원가, 유사 기업과의 비교라는 3가지 요소가 반영된다.
DCF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평가하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자의성이 개입될 수 있다는 박용진 의원의 주장은 이런 단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계전문가들은 기업의 미래 가치를 평가하는 데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이 DCF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바이오기업, 첨단 IT기업에 대한 미래 가치 평가에 있어서는 DCF를 제외하고 사실상 대안이 없다고도 했다. 


◆지난해 '합병가액 적정성 평가' 25건 중 24건이 DCF 적용

금융감독원. 사진=시장경제DB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 합병가액 적정성 평가'는 모두 25건이 실시됐으며, 이 가운데 24건은 DCF를 기준으로 삼았다. 미래에셋과 PCA생명의 합병 평가만 이와 다른 이익할인법이 적용됐다.

올해 10~11월 사이 삼일회계법인이 실시한 코람코자산신탁 미래 가치 평가에서도 DCF가 쓰였다.

이런 사정은 박용진 의원 등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현금흐름할인법은 가장 보편적인 기업가치 평가 방법”  

익명을 요구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DCF 사용을 문제 삼는 것 자체가 회계를 잘 모른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기업회계를 처리할 때는 각 항목마다 산정하는 방식이 다양하다. 예를 들어 재고자산 평가를 할 때도 후입선출, 선입선출 등의 방법이 있고, 감가상각을 할 때도 방법이 3가지나 있다. 정상가격 산출의 경우도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기업은 자신들의 현실을 반영해 실적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고, 그것이 적정했는가를 회계법인 즉 외부 감사인이 평가한다.

회계법인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회계법인이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어떤 방식을 채택하든 그것은 자율이다.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없는 걸 있다고 하는 것처럼 명백하게 내용을 허위로 기재한다면 모르겠지만, DCF를 사용했다고 해서 그것이 고의 분식회계의 증거라고 말할 수는 없다.”

또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DCF는 회계학과 학생들이 공부하는 '재무관리' 기본서에도 나오는 방법”이라며, “첨단 업종의 미래 가치를 평가할 때 DCF말고는 사실상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말 그대로 미래가치를 현재 시점에서 예측하는 것으로 오차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기업가치, 주가지수처럼 수시로 바뀌는 것이 당연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진=시장경제DB

문제가 된 에피스의 기업가치는 평가 시점에 따라 3조5천억원에서 최대 8조원까지 편차가 있다. 기업가치는 주가지수처럼 수시로 바뀐다. ▲인수·합병 ▲투자 ▲설비 증설 ▲공장 신설 ▲사채 발행 ▲배당 ▲자사주 취득 혹은 소각 등 기업을 둘러싼 이슈는 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평가 시점에 따라 그 가액이 달라지는 것은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

삼성바이오의 시가 총액은 '거래 정지'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0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오히려 거래가 재개된 11일, 삼성바이오의 시가 총액은 무려 4조원이 증가했다.

삼성바이오에 대한 현재의 시장 평가는 역설적으로 이 회사에 대한 회계법인의 가치 평가가 정상적으로 이뤄졌음을 반증한다.

양원석 기자  wonseok@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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