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삼성바이오' 증선위 결정, 이래서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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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삼성바이오' 증선위 결정, 이래서 잘못됐다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8.11.2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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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옵션 행사 가능성'은 고의 분식회계 기준 될 수 없어
대부분 회계전문가 “2015년 로직스 회계처리는 적정”
로직스, 적자 상태에서도 상장 가능... 회계변경 근거 미약
삼성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증선위 결정을 쟁점별로 정리한 반박문이 올라와 있다. 화면 캡처.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금융감독원 내부 문건이 삼성을 삼켰다. '바이오 대장주'라고 불리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폐지 직전으로 내몰렸다. 8만명이 넘는 소액주주 보호와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을 때 상장폐지 가능성은 낮지만, 이미 국내 기업의 회계 신뢰도는 만신창이가 됐다.

적어도 지난해 초까지 금융감독원과 한국공인회계사협회, 국내 시장을 대표하는 회계법인 3곳은 일관되게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는 적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4일 증선위의 최종 의결로 이들 모두는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특히 1년 반 사이에 입장을 180도 바꾼 금융감독원은 꼴이 말이 아니다. 금감원은 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한 2016년, 참여연대 측이 회계처리 관련 의혹을 처음 제기했을 때만 해도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해 초에는 진웅섭 금감원장이 직접 나서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러던 금감원이 무엇이 쫓기듯 태도를 바꿨으니, 뒷말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증선위의 발표가 있은 지 한 주가 지났다. 회계전문가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지만, 증선위 발표를 전적으로 수긍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박용진 의원이 금감원 내부문건을 폭로하고, 1주일 뒤 증선위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일한 내용의 결론을 내면서, 삼성은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삼성바이오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해 조직적인 분식회계를 범했다'는 박용진 의원의 주장은 여과없이 전파를 탔다. 박용진 의원과 참여연대는 한발 더 나아가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론에는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증선위 의결의 결정적 변수가 된 금감원 내부 문건과 박용진 의원의 주장이 안고 있는 모순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면서, 증선위 의결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부 문건과 관련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박용진 의원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가 중시하는 것은 다음의 세 가지로 보인다.

①지배력 변경 사유가 없는데도 에피스의 지위를 자회사(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②3조원에 불과한 바이오로직스의 기업 가치를 8조원으로 '뻥튀기'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도움을 줬다. 
③에피스에 대한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현실화되면 부채 계상 및 평가손실 반영으로 바이오로직스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위험이 컸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했다.

이런 시각을 바탕으로 박용진 의원은 “삼성물산과 바이오로직스가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음이 내부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도 “내부 문건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변경 사유가 없음에도 바이오로직스가 자본 잠식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모의한 정황을 보여준다”며,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를 촉구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장은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처리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 적용했다. 고의로 회계기준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지배력의 변경' 부분이다.

박용진 의원과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변경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 방식을 바꿨다며, 이 사실을 고의 분식회계의 증거로 봤다.

증선위 역시 지배력 변경 사유가 없는데도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사실을 지적하며, 이 점이 고의 분식회계 판단의 결정적 단서가 됐음을 시사했다.

지난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을 내린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 사진=증권선물위원회

◆'지배력 행사 여부'는 고의 분식회계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미국 바이오젠(Biogen)은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바이오젠은 에피스 주식을 최대 '50%-1주'(행사 후 보유지분 비율 50:50)까지 보유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갖고 있었다. 즉 바이오젠이 실제로 콜옵션을 행사할지 여부와 관계없이 바이오젠은 에피스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2016년 1월 금융감독원의 위탁을 받은 한국공인회계사협회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적정한 회계처리'라는 결론을 내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회계법인들도 이런 점을 주목해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들의 판단은 '국제회계기준'(IFRS)의 원칙에 따른 것이었다.

오히려 국제회계기준을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의 회계처리가 문제될 수 있다. '콜옵션에 따른 지배력'을 고려했다면, 처음부터 에피스를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봤어야 한다는 것이다.

증선위의 최종 의결이 나오기 전 상당수의 회계전문가들이 “최종 의결은 과실 내지 중과실이 될 것”이란 견해를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2012~2014년 회계처리를 '과실'로 본다면, 2015년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은 오류를 바로잡은 것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의 유무는, 콜옵션의 '행사 여부'가 아니라 '보유 여부'와 관계가 있다. 당해 기업 입장에서는 콜옵션의 행사 여부가 더 중요하겠지만, 회계전문가의 입장에서는 권리의 행사 여부가 아니라 보유 여부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올해 5월 재감리에 나선 금감원의 입장은 이 부분에서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금감원은 대부분 회계전문가의 시각과는 다르게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기준으로 고의성 여부를 판단했다.

금융감독기구가 입장을 180도 바꿨는데도 이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힘들다. 코스피 시가총액 5위에 해당하는 대기업의 '고의 분식회계' 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 판단 기준을 바꿨으면, 그에 상응하는 설명이 있어야 했다.

금감원과 증선위가 '지배력 변경 사유'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면 오히려 결론은 '지배력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2015년 로직스의 회계처리는 적정했다'고 나와야 했다.

[편집자 주] 
국제회계기준(IFRS) 상 종속회사-관계사 구별 기준은 '지배력'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 의결이 나온 직후 입장문을 내고 행정소송 방침을 밝혔다.

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 뿐만 아니라 금감원도 참석한 질의회신 연석회의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문제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회사는 “다수의 회계전문가들로부터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의견도 받았다”며 증선위 의결에 불복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2011년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년 뒤인 2012년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 전문 기업인 에피스를 설립했다. 에피스는 로직스가 미국 제약사인 바이오젠과 공동으로 설립했다. 설립 당시 에피스의 지분은 로직스가 85%, 바이오젠이 15%를 나눠 가졌다. 이후 로직스는 단독 유상증자를 계속해 지분율을 94.6%까지 올렸다. 로직스는 지분율을 근거로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분류했다.

에피스는 2014년까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바이오제약이란 업종의 특성상 초기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비용이 워낙 많아 적자 구조는 필연적이었다. 이 회사가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은 2015년 하반기였다. 에피스의 영업손익은 그대로 로직스의 재무제표에 영향을 줬다.

문제가 벌어진 것은 여기서부터다. 바이오젠은 콜옵션을 통해 에피스 주식을 최대 '50%-1주'까지 매수할 수 있었다. 

에피스가 연구개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로직스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로직스는 2015년 결산 시점에서 에피스의 지위를 변경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할 것으로 판단하고,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한 것이다.

로직스는 2014 회계년도까지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묶어 연결재무제표에 포함시켰으나, 2015 회계년도부터는 에피스를 관계사로 변경해, 연결재무제표에서 제외했다. 로직스는 대신 지분법을 적용했다. 

▶지분법(actual value method, 持分法) : 
자회사(투자를 받은 기업)의 이익 혹은 손실을 모회사(투자를 한 기업)의 경영실적에 반영하는 제도. 이 때 반영 기준은 모회사가 자회사에 대해 갖고 있는 보유지분이다. 

박용진 의원 등이 주장하는 '뻥튀기' 주장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2014년까지 에피스의 손실은 로직스 회계에 반영돼 적자를 기록했지만, 에피스가 본격적인 성과를 낸 2015년부터는 보유지분 상당의 이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2015년 결산 당시 로직스는 안진회계법인이 에피스를 평가한 공정가액(시가)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그 결과 로직스는 그해 1조9천억원의 흑자를 냈다.

감리에 나선 금감원과 증선위가 문제를 삼는 부분은 에피스에 대한 지위 변경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준'이다. 국제회계기준(IFRS)은 우리 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144개국이 채택한 회계기준이다. 한국은 IFRS를 2011년 도입했다.

IFRS의 대원칙은 '원칙 중심 회계'((principle based)’다. 전 세계 공통의 회계기준인만큼, 구체적인 회계처리는 전문가들의 판단에 맡기고, 대원칙만 제시해 기업의 자율성을 높였다. 문제는 바이오산업과 같이 새롭게 등장하는 기업에 적용하기에는 허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2011년 이전 국내 기업은 '규칙 중심 회계기준'인 일반 기업회계 기준을 따랐다. 일반 기업회계 기준은 보유지분이 과반을 넘으면 종속회사, 50% 미만이면 관계사로 판단했다. 기준이 명쾌했기 때문에 회계처리도 용이했다. 그러나 IFRS 체제 아래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IFRS는 종속회사와 관계사 구별의 기준을 지분율이 아닌 '지배력'으로 본다. 이 기준에 의하면, '콜옵션에 따른 지배력'을 근거로 에피스를 관계사로 판단한 로직스의 2015년 회계변경은 '적정'했다.

◆'기업 가치 뻥튀기' 주장의 모순...적자 상태에서도 상장할 수 있었다 
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방식 변경으로, 2천억원 대 적자에 허덕이던 바이오로직스를 1조9천억원 대 흑자기업으로 둔갑시켰다는 주장은 모순이다. 이 주장이 성립하려면, 바이오로직스는 흑자 회계처리를 통해 이익을 얻었어야 한다.

고의 분식회계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바이오로직스가 장부 상 '흑자 전환'되면서 상장이 가능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2015년 11월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및 시행세칙'을 개정했다. 개정된 규정을 보면 시가총액 6천억원 이상, 자기자본 2천억원 이상이면, 영업이익과 관계없이 상장을 허용했다.

이 규정에 따라 바이오로직스는 적자인 상태에서도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무리하게 회계방식을 변경할 이유가 없었다. 당시 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나스닥 상장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한다면, 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논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 2015년 5월 이미 결정... '시점의 오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할 목적으로,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주장도 모순을 안고 있다.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 비율(1:0.35)은 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하기 전 이미 정해졌다.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의 본래 목적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한 것이었다면, 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은 적어도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비율 결정 이전에 이뤄졌어야 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은 2015년 5월 결정됐다. 반면 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 금감원 내부 문건의 작성일자는 같은 해 8월이다. 이른바 '시간의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고의 분식회계'는 이재용 부회장을 위한 것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해, 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주장은 다음과 같은 중요 사실을 놓치고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이재용 부회장 뇌물 혐의 공판과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 혐의 공판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박영수 특검은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무리하게 합병을 추진했으며,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당시 정부가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특검의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이나 증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 직전 열린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에서, 합병에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전문가는 참석 인원 12명 중 1명 뿐이었다. 찬성표를 던진 전문가는 8명이었으며, 기권은 3명, 중립은 1명이었다.

참고로 2015년 7월,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한 국내 기관투자자 133곳 중, 합병 승인을 안건으로 한 임시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진 곳은 3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130곳은 합병에 찬성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은, 삼성 오너 일가의 보유 지분 실태를 봐도 알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 지분과 우호지분을 합치면,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전부터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지배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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