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배터리', 현대오일뱅크 '올레핀'... 활로 찾는 정유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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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 '배터리', 현대오일뱅크 '올레핀'... 활로 찾는 정유사들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0.11.1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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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마진 급락에 역대급 실적 악화
석화부문 투자 확대, 전기·수소차 충전시설 구축
기존 주유소 부지, 복합 상업시설로 리뉴얼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사업 강화
사진=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
사진=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

올해 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이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고사 위기에 놓인 국내 정유업계가 활로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코로나 대확산으로 해운·항공 수요가 급감하면서 정유업계는 올해 1분기부터 매출 절벽에 몰렸다.

위기는 사업 전환의 촉매제가 됐다. 정유업계는 기존 주유소 부지를 쇼핑과 문화, 물류서비스를 결합한 복합상업시설로 개발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섰다. 기업마다 올레핀 투자를 크게 늘리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올레핀은 플라스틱과 합성고무, 합성섬유 제조에 없어서는 안 될 기초 원료물질이다. 올레핀에 대한 중·단기 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코로나 대확산으로 세계 곳곳의 올레핀 생산라인이 가동을 멈추면서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조사기관의 분석이다. 올레핀 관련 투자 확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안정적 캐시카우가 될 것이란 업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파라자일렌(PX) 사업이,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낸 것처럼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파라자일렌은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시장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올레핀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업계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친환경·신재생 에너지에 방점이 찍힌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 기조도 정유업계엔 큰 부담이다. 

<시장경제>는 코로나 대확산을 계기로 혁신적 변화를 모색 중인 국내 정유업계의 움직임을 취재·정리했다.

 

GS칼텍스, 빠르고 다양하게 포트폴리오 확장

GS칼텍스는 다른 경쟁기업에 비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올해 2분기 매출 4조6374억원, 영업손익 13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9.52%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회사가 적극적인 사업다각화에 나서게 된 근본 이유는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정제마진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정유사의 현재와 미래 수익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이다.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 석유제품 판매가격에서 원유 구매비용, 물류 운송비 등 각종 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정제마진이라고 한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올해 1월, 1배럴당 0.4달러로 시작해 코로나의 전세계 확산이 시작된 5월, -1.5달러로 추락했다. 8월 들어 1배럴당 0.1 달러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수렁을 벗어났으나 이후 내리 8주간 0.1~1.6달러 수준을 맴돌고 있다. 손익분기점으로 평가되는 정제마진은 배럴당 4~5달러 수준. 업계 실적이 회복국면에 들어서려면 배럴당 정제마진은 현재보다 2.5배 이상 뛰어야 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진정세를 보이던 코로나는 4분기 들어 2차 대유행에 들어갔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백신 임상실험에 성공하더라도, 코로나 유행세가 꺾이려면 내년 3분기는 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회사의 사업다각화는 탄탄한 자본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GS칼텍스의 자본 총계는 9조7007억원이다.

GS칼텍스는 올레핀 생산시설(MFC)에 2조7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정유'보다는 '석유화학'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전남 여수 제2공장 인근에 위치한 MFC는 연간 에틸렌 70만톤, 폴리에틸렌 5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완공은 내년으로 예정됐으며 같은 해 상업 가동을 시작한다. GS칼텍스 측은 MFC를 통해 연간 4000억원 이상의 추가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기존 주유소 부지를 활용한 상업용 부동산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주유소의 간판도 '에너지플러스허브'로 바꿔 달고, 전기차 및 수소차 충전시설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회사는 2022년까지 100kW이상 초급속 전기차 충전기가 구축된 주유소를 160개로 확장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지난해 회사는 KST모빌리티, 소프트베리와 '전기택시 거점충전소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올해 5월에는 서울 강동구에 수도권 최초의 수소충전소를 준공, 영업을 시작했다. 'H 강동 수소충전소 GS칼텍스'는 휘발유·경유·LPG 주유, 전기 및 수소 충전시설을 모두 갖춘 융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이다.

업계 관계자는 "GS칼텍스의 포트폴리오 확장 정책이 성공한다면, 한결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 올레핀 확장

'수소 노믹스'에도 관심 

원유정제 사업이 주력인 현대오일뱅크도 내년부터 올레핀 공장 가동을 시작한다. 그에 반해 전기차, 수소차 등 충전 시설 확충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3분기 매출 3조3277억원, 영업이익 352억원을 달성했다. 전분기보다 실적이 증가했지만,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액은 37%, 영업이익은 77%나 줄었다.

회사는 2조7000억원을 투자한 올레핀 HPC 공장을 내년 완공한다. 회사 측이 공장 가동에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HPC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매년 폴리에틸렌 75만톤, 폴리프로필렌 40만톤을 생산할 수 있다. HPC는 원유 찌꺼기인 중질유분을 주원료로 사용해 원가 절감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2030년에는 연간 1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이 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기존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추가 설치하는 작업도 진행 중에 있다. 현재 직영주유소 20곳에서 운영 중인 100kW급 전기차 충전소를 2023년에는 200곳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소차 충전소의 경우 구체적인 로드맵은 정해진 바 없지만 방대한 주유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 빠른 성장을 기대할만하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코람코자산신탁과 함께 SK네트웍스 주유소 302곳을 인수했다. 전국적으로 회사가 운영 중인 주유소는 약 2200곳. 시장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20.6%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석유화학부문은 단기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시장이지만 수소차는 시장이 안정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언제든 기회는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정유사들은 주유소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 수소차 사업 확장에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 석화부문 확장

'그린 수소' 경제성 검토 

에쓰오일은 2018년부터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석유화학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전기차,  수소차 충전소 확장은 정부 방침에 따라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에쓰오일은 올해 3분기 매출 3조8992억원 영업손실 9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7.45%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됐다.

에쓰오일의 '석유화학프로젝트'는 석유화학제품을 고도화하기 위해 2024년까지 7조원 규모의 복합석유화학시설을 건설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정유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프로젝트의 기본 목적이다. 

복합석유화학시설에는 에쓰오일 자회사 사우디아람코가 개발한 기술을 적용한다. 저부가가치의 잔사유를 휘발유와 프로필렌으로 전환하고 이를 다시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으로 변환하는 첨단 기술이다. 공사가 완료되면 연간 폴리프로필렌 40만5000톤, 산화프로필렌 30만톤을 생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코로나로 적자 규모가 커지며 프로젝트가 중단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에쓰오일은 계획대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충전 시설 확대와 관련해선 서울 시내에 수소충전소 도입을 위한 적극적인 검토가 진행 중이다. 정부 정책에 맞춰 내년까지 수소충전소 개수를 점차 늘려가겠다는 입장이다.

에쓰오일은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에 3000평 규모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을 리뉴얼했다. 셀프 주유기 10대와 액화석유가스(LPG) 충전기 4대, 터널식 자동 세차기 2대 등이 설치됐다. 전기차 충전설비·화물차 전용 대형 세차기·손 세차 서비스 등도 추가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수소 충전의 경제성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언제 충전소를 확장할지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한 박자 빠른 체질 개선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 확보  

SK이노베이션은 정유4사 가운데 가장 먼저 사업다각화에 성공했다. 올레핀은 물론이고 전기차용 배터리(2차 전지)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정제마진의 그늘에서 일찌감치 벗어났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분기 매출 8조4192억원 영업손실 29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31.5% 줄었고, 영업손익은 적자로 전환됐지만 전망은 밝다. 

회사는 전기차용 배터리 글로벌 시장 점유율 6위를 달리고 있다. 이달 4일에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 인력 채용공고를 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배터리, 리튬 2차전지 음극재 개발 등 선행기술 개발을 위한 전문인력 채용 확대이다. 

전고체배터리는 최근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제조에 사용되는 주요 부품이다. 현재 대부분 전기차에는 리튬배터리가 사용된다. 주행거리가 비교적 짧은 전기차는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것이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전고체배터리는 리튬배터리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2배 높아 차량 장착시 용량과 부피를 줄일 수 있다. 고체로 제작돼 온도변화, 외부충격 등에 따른 화제 위험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페루 E&P 사업을 매각하는 대신 미국, 중국 등 배터리 생산 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를 확정했다. 회사는 2017년 이후 배터리 관련 소재 사업에 1조원 이상을 지속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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