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大戰, 60일 골든타임... LG·SK 수싸움 시나리오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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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大戰, 60일 골든타임... LG·SK 수싸움 시나리오 '셋'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2.1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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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25시] LG vs SK 배터리戰 심층분석
하나, 바이든 거부권... '미국 내 여론' 변수
둘, 연방법원 항소.. '집행정지' 효력 없어 부담
셋, 협상.. 거부권 무산뒤 속도? '크로스 라이선스' 주목
지난해 6월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왼쪽 다섯번째)와 SK 배터리 아메리카 황준호 대표(왼쪽 네번째)가 전기차 배터리 제2 공장 설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모습. 사진=SK
지난해 6월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왼쪽 다섯번째)와 SK 배터리 아메리카 황준호 대표(왼쪽 네번째)가 전기차 배터리 제2 공장 설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모습. 사진=SK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2년여 간 이어온 ‘배터리 분쟁’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향후 전개될 ‘협상’ 시나리오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ITC 의결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SK측이 먼저 ‘협상’에 매달리는 모양새는 연출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ITC 의결이 나온 상황에서 향후 전개될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로 좁혀진다. 첫째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이고 둘째는 SK이노베이션이 미 연방고등법원에 항소하는 경우, 마지막으로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의에 이르는 경우다. 

바이든 대통령은 ITC 의결일로부터 60일 안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SK이노베이션에 대한 ITC의 '제한적 수입 금지 명령' 효력은 소멸된다. 미국 대통령이 ITC 의결에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1975년부터 2013년까지 총 6번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인 2013년 8월의 경우, 버락 오마바 대통령은 '삼성 vs 애플'의 특해침해사건에서, 애플의 패소를 결정한 ITC 의결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사안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만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으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AT&T와 버라이즌 등 미국 3대 통신사는 '미국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ITC의 재검토를 촉구하는 서면을 보내는 등 '공공의 이익'을 강조했다. 미국 유력 언론 역시 'ITC 결정이 자국 국민들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조의 기사를 내보냈다. 미국 내 여론의 이같은 움직임이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추론이 충분히 가능하다.

SK이노베이션이 미 연방고등법원에 항소하는 방안은 이른바 '집행정지의 효력'이 없다는 점에서 유력한 대안이라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 항소를 헤도 ITC의 수입 금지 효력은 그대로 유지된다. 2010년 이후 미 연방고등법원이 영업비밀 침해 소송 관련 ITC 의결을 뒤집은 사례가 없다는 점도 SK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소송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양 사 협상, 거부권 행사 여부 결정 뒤 속도낼 듯 

결국 '거부권 행사'를 제외한 사실상 유일한 대안은 협상이다. 두 기업 사이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합의금액의 규모는 물론이고 지불조건과 관련되서도 양 측의 입장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양 사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의 전언을 종합하면 합의금액의 차이는 최소 1조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불 조건을 둘러싼 시각차는 더 크다. LG 측은 현금 혹은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SK는 계열사 지분의 양도 등 데미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다만 양사 합의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판가름 나는 4월 중순 이후에나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플랜B'가 남아있는 SK 입장에서 처음부터 저자세로 협상을 서두를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크로스 라이선스' 활용 가능성... 부정적 전망도 있어  

합의의 돌파구 중 하나로 '크로스 라이선스' 제도가 활용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삼성전자는 퀄컴, 에릭슨 등과의 특허 갈등을 이 방식으로 풀어냈다. '교차 특허 사용'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이 제도는 분쟁 중인 두 기업이 각각 자사가 보유한 특허 사용권을 상대방에게 부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경우 양 사가 부담하는 기술사용료는 각사가 보유한 특허의 가치 및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크로스 라이선스는 분쟁의 신속한 해결은 물론이고 소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다만 두 기업 사이 감정의 골이 깊고, 이미 거액의 소송비용을 지출한 점, 쌍방 중 일방이 승기를 잡은 사실 등을 고려할 때 동 제도가 쓰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부정적 전망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SK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SK

 

ITC 패소 이후 SK이노의 '플랜B'... 바이든 '거부권'

앞서 ITC는 현지시간으로 10일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전기차용 2차 전지 영업비밀 침해 사건'과 관련돼 LG 측에 승소판결을 내렸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며 10년간 배터리 셀과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 등에 대한 수입금지를 명령했다. 

ITC의 의결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를 납품받기로 한 폭스바겐과 포드의 기대를 저버렸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는 폭스바겐의 전기차플랫폼인 MEB와 포드의 전기픽업트럭 F-150 등에 공급될 예정이다. 

ITC가 이들 기업에 대해 각각 2년과 4년의 유예기간을 허가하긴 했지만, 단기간에 배터리 공급처를 바꾸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배터리팩 제조사가 바뀌면 차량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 인증 과정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포드와 폭스바겐이 "미국 내 자동차 산업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SK 측 입장을 지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약 3조원을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주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ITC 의결이 확정될 경우, 배터리 공장 가동을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과 이에 터잡은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현지시간으로 12일,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공식 요청했다. 켐프 주지사는 "불행히도 ITC의 최근 결정은 코로나 대유행 기간 SK의 2600개 청정에너지 일자리와, 혁신 제조업에 대한 상당한 투자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도 켐프 주지사의 요청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지아주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 준 정치적 요충지 중 한 곳이다. 켐프 주지사는 공화당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재검표를 통해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선언했다. 바이든 행정부에게는 정권창출 ‘공신’ 중 한 명인 셈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 등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기조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SK이노베이션은 ITC 의결 직후 낸 입장문을 통해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앞으로 남은 절차(Presidential Review, 대통령 거부권)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전성 높은 품질의 SK배터리와 미국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 수 천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등 공공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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