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절벽 몰린 정유 4사... '코로나+정부규제'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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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절벽 몰린 정유 4사... '코로나+정부규제' 이중고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0.12.0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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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후환경회의, 정부에 경유세 인상 공식 제안
산업부,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 비율 5%까지 높여
실적 악화하는데 정부 규제는 되레 강화... 업계, 해법 찾기 고심
사진=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
사진=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

정유업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정유사들은 올해 5조원에 가까운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적자 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에 먹구름이 걷힐 틈이 없다. 게다가 경유세 인상, 수도권 공기질 규제 강화 등 제도적 측면에서의 여건까지 악화되면서 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 등 정유 4사는 올해 5조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 이후 거리두기가 시작되며 휘발유 및 항공유 수요가 급감한 탓이 크다. 3분기 감염 확산이 잠시 주춤하면서 실적이 회복세를 보였지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4분기 전망을 어둡게 만들었다.
 

국가기후환경회의 '경유세 인상' 공식 제안
정유사·주유소 사업자, 매출 하락 불가피 

지난달 26일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경유세 인상안'을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앞서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같은 달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세먼지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을 발표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경유차를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경유세를 인상하면 수요가 줄고 결과적으로 미세먼지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인식이다. 

회의는 에너지전환포럼의 '수송용 에너지 가격체계·유가보조금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를 안상안의 근거로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유 가격을 휘발유의 120% 수준으로 인상할 경우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배출량이 2016년보다 최대 7.4% 감소한다. 반면 경유 세입은 2018년 대비 최대 10조2000억원 늘어난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유세 인상은 소비 감소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정유사들과 주유소를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의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경유는 나프타에 이어 내수 2위를 차지하는 석유 제품"이라며 "정부 정책에 따라 기름을 동력으로 하는 운송수단 운전자가 줄어들면, 정유사나 주유소의 매출에 긍정적 요인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석유협회는 정부의 경유세 인상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협회 관계자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경유세 인상은 일반 소비자나 영세 자영업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유세를 인상해도)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 비율도 상승
혼합비율 5%면 추가 비용만 6400억  

정유사들은 경유세 인상에 이어 '신재생에너지연료 의무혼합제도'와 '내연기관차 판매 제한' 등 쏟아지는 정부 규제에 신음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내년 7월 '신재생에너지 연료 의무혼합제도(RFS)'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는 2013년 7월 신재생에너지법을 개정하면서 자동차 등 수송용 연료에, 신재생에너지 연료를 일정 비율 이상 의무 혼합하도록 했다.

산업부는 내년부터 경유에 포함되는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비율을 3.0%에서 3.5%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혼합비율은 내년을 기점으로 점점 높아져 2030년에는 5%선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2015년 7월부터 2017년까지 바이오디젤 혼합 비율은 2.5%였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3.0%로 정해졌다.

바이오디젤은 경유에 비해 두 배 가량 비싸기 때문에 혼합비율이 증가하면 기름값이 인상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현재 세전 경유 가격은 ℓ당 약 450원이고, 바이오디젤은 약 950원이다. 업계에 따르면 혼합비율이 5%로 증가했을 때 바이오디젤 구입에 6400억원의 추가비용이 증가한다. 정유사들은 바이오디젤 저장 및 유통에 소요되는 비용만 1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추진하는 내연기관차 판매 제한 정책도 민감한 현안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035년 혹은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제한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해외의 경우 영국은 2030년, 중국은 2035년, 프랑스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정부가 위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2050년 탄소중립'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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