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용 진짜 시험대는 내년"... 휴젤 흔들 미국發 '양대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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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석용 진짜 시험대는 내년"... 휴젤 흔들 미국發 '양대 리스크'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3.12.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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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설립이래 첫 매출 3,000억원 돌파 가능성
美 진출 지지부진한 '레티보', 필러로 위기 극복
내년 하반기 메디톡스 분쟁 결론... 균주는 제외
LG생건 시절 M&A로 몸집 키운 차석용, 휴젤에서도?
사진= 휴젤
사진= 휴젤

휴젤이 올해 매출 3228억원, 영업익 1057억원 등 역대급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LG생활건강 출신 차석용 회장의 '매직'이 다시 한 번 통했다는 평가다. 다만 내년 '레티보'의 미국 식품의약품(FDA) 허가 여부와 메디톡스와의 ITC 분쟁 등으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휴젤은 올해 3분기 연결실적 2308억원의 매출액과 810억원의 영업익을 달성했다. 3분기 개별 영업이익은 34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0% 이상 성장했다. 최근 메디컬 에스테틱을 포함하는 미용 시장이 4분기 성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설립이후 첫 매출 3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휴젤의 매출 절반 이상은 보툴리눔 톡신으로 올해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여기에 필러와 코스메틱 부문이 각각 30.5%, 29.8%의 비중으로 성장하면서 전체 매출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이 같은 성장에는 올해 영입한 차석용 회장의 역량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휴젤의 보톡스 브랜드 '레티보'의 미국 진출이 답보상태에서 필러를 성장시키며 위기를 돌파하는 모양새다.

차 회장은 LG생활건강 부회장 시절 '차석용 매직'이란 말을 탄생시킬 만큼 입지적인 인물이다. 

휴젤은 바이오더마 브랜드인 '웰라쥬'를 중심으로 화장품 시장 재공략을 추진 중인데 차석용 매직이 통할지도 귀추가 모인다.

휴젤은 2022년 중국과 베트남에서 화장품 판매 등을 위한 법인을 운영하다가 모두 청산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싱가포르와 홍콩에 다시 화장품 도소매판매를 위한 법인을 설립했고, 올해 1월 19일에 중국에도 화장품 수출입 및 도소매업을 위한 법인을 설립하며 화장품 산업 재진출을 준비 중이다. 

차 회장은 2004년 12월 LG생활건강 사장으로 영입돼 2022년까지 18년 간 LG생활건강을 이끌었다. 이후 2021년까지 17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을 끌어올렸고, LG생활건강을 국내 화장품 1위 기업으로 키웠다. 

특히 그는 LG생활건강에서 '인수합병(M&A) 귀재'로 불린다. LG생활건강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 '후'를 중심으로 한 한방화장품뿐 아니라 인수합병을 통해 화장품 관련 영역을 넓혔다.

차 회장이 휴젤에 영입된 이후 화장품 부문 실적도 나쁘지 않다. 화장품 브랜드 '웰라쥬'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최근엔 웰라쥬를 현대백화점면세점에 입점시켰다.  

LG생건 시절 차석용 회장. 사진= LG생활건강
LG생건 시절 차석용 회장. 사진= LG생활건강

 

美 진출 놓고 잡음... 내년 관건

휴젤은 내년 1분기 레티보의 미국 FDA 허가 여부가 예정돼 있다. 지난 8월 FDA에 미간주름을 적응증으로 레티보 50유닛·100유닛에 대한 품목허가를 재신청했다. 이번이 세번째다. 

레티보는 2021년 3월 첫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이듬해 3월 FDA가 보완요구서한(CRL)을 요구하며 한 차례 허가가 연기됐다. 같은 해 10월 보완 이후 재신청을 완료했지만, 공장 관리 관련 내용 업데이트를 추가로 요구받으며 또 한번 연기된 바 있다. FDA 서류 제출 후 허가 획득까지는 약 6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레티보 미국 허가 여부는 내년 1분기 안에 결과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2조6,000억원 규모로 세계 최대다. 휴젤은 이미 중국과 유럽에 진출한 상황으로 미국까지 진출하게 되면 국내 기업 최초로 보툴리눔 톡신 글로벌 3대 시장에 모두 진출하게 된다. 

이와 함께 메디톡스와의 ITC 분쟁도 내년 하반기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3월 휴젤이 자사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도용했다며 ITC에 제소했다. 이후 산업통산자원부가 양사 균주 염기서열 분석 자료 반출을 승인했다. 도용이 확인될 경우 제품 제조 및 판매 금지로 핵심 매출 품목을 잃을 수 있다. 레티보가 휴젤 매출 비중 50% 이상을 차지하는 품목으로 메디톡스와의 분쟁에서 패소하면 회사의 존폐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최근 메디톡스가 분쟁에서 균주 관련 내용을 제외하기로 하면서 휴젤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균주 도용이 아닌 제조공정 관련 내용만 다투면 패소하더라도 균주 사용은 가능하기 때문에 제품 생산에 큰 차질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휴젤이 메디톡스와의 분쟁에서 균주 관련 내용이 빠지면서 시간을 벌었지만 이 것만으로 승소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판단한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와의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합의금 1500억원이 나왔는데 휴젤은 이보다 높은 금액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차석용 영입, 플랜2 위한 복안?

한편, 작년 4월 ㈜GS와 국내 사모펀드(PEF) IMM인베스트먼트, 해외 헬스케어 전문 펀드 CBC그룹, 중동 국부펀드 무바달라 등 국내외 투자자는 글로벌 PEF 베인캐피탈로부터 휴젤 경영권을 인수했다. GS컨소시엄 당시 23만원이었던 휴젤의 주가는 최근 15만원선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는 휴젤 인수를 위해 545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에 대한 주식 담보 가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주식 담보 가치가 하락된 상황에서 자금상환 압박 가능성이 있는데, 메디톡스 분쟁 악재까지 겹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한 상황으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휴젤의 자진상폐설까지 돌았다. 업계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벗어나기 위해 국내 자진상폐 후 해외 재상장을 통해 더 많은 자금을 끌어오겠다는 의지로 봤다. 휴젤은 이와 관련 공시를 통해 "블룸버그의 보도내용과 관련해 최대주주에게 확인한 결과, 최대주주는 당사의 지배구조 등과 관련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미국 블룸버그는 중국 사모펀드 CBC그룹이 휴젤 인수를 검토한다고 전했지만 업계는 이를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CBC는 공개매수를 통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휴젤 지분을 매수해야하는데 약 1조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 거금을 들여서까지 인수를 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또한 국내에서 보툴리눔 독소제제 생산기술은 국가핵심기술인만큼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 절차도 넘겨야 한다. CBC그룹과 휴젤이 이런 쉽지 않은 단계를 거쳐서까지 진행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휴젤의 자진상폐설은 풍문으로 지나갔지만 그만큼 휴젤과 메디톡스와의 소송이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음을 반증한 것이기도 하다.

업계는 휴젤이 자진상폐 후 해외 재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막힐 가능성이 높자 국내에서 몸집과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차 회장을 영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휴젤의 순현금 보유량은 5000억원 가량으로 이를 활용할 적임자로 차 회장을 선택한 것이다.

차 회장은 LG생활건강 시절 약 20개의 M&A를 통해 회사 몸집을 키워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경험이 있다. 이미 '레티보'의 중국 직판을 추진하며 중국 진출을 본격화했다.

업계에 따르면 휴젤은 최근 보툴리눔 톡신 중국 직판에 관한 비용·수익 분석을 국내 대형 컨설팅펌에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젤의 보툴렉스 유통은 현재 중국 사환제약(Sihuan Pharmaceutical)이 담당하고 있다. 휴젤 내부적으로 중국 직판과 관련해 사환제약과 합작법인(JV)을 세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 회장은 미래사업실 산하에 10명 내외 규모로 신사업전략팀을 꾸리고, 에스테틱 분야 기업들을 중심으로 후보 기업들을 물색하고 M&A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 인수를 통해 에스테틱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휴젤이 승승장구 하고 있지만 해소되지 않은 리스크들이 있어 내년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차 회장의 영입으로 몸집을 키워 혹시 모를 위기를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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