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실사 방침 뜨자 돌연... 메디톡스, '뉴로녹스 철회' 미스테리 [시경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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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실사 방침 뜨자 돌연... 메디톡스, '뉴로녹스 철회' 미스테리 [시경pick]
  • 김호정 기자
  • 승인 2023.11.10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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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 5년 공들인 中시장 진출 포기하나
'메디톡신' 중국 수입의약품 등록 신청 철회
사측 "대량생산 가능 새 톡신제재 '뉴럭스' 신청"
"신제품 출시 따른 전략적 결정, 다른 이유 없어"
업계 "철회 후 다시 신청하면 5년 가까이 손해"
"글로벌 제약사와 더 격차... 손해액 1천억 추산"
국내 식약처와 법정공방서 1심 승소... 한숨 돌려
메디톡스사 사진.=연합뉴스
메디톡스사 사진.=연합뉴스

2018년부터 ‘보톡스 주사’ 원료 의약품 메디톡신(수출명 뉴로녹스)의 중국 내 판매를 추진한 제약기업 메디톡스가 사실상 그 계획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달 24일 회사는 메디톡신에 대한 중국 국가약품관리국(NMPA) 허가 신청을 철회했다. 대신 회사는 계열사에서 개발한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 ‘뉴럭스’의 중국 수입의약품 등록 신청을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하겠다고 부연했다.

회사는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으로 메디톡신의 생산량 부족과 공급 차질 우려를 꼽았다. 현재 메디톡신은 국내 오창1공장에서만 생산되는데 그 양이 제한적이라 중국 NMPA로부터 허가를 받더라도 제때 원하는 물량을 공급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 중국 시장의 향후 성장세를 감안할 때 최신 제조공정을 적용, 신속한 대량 생산이 가능한 뉴럭스의 수입의약품 등록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투 트랙 전략' 안쓰고 포기... 사측 "뉴럭스로 재신청"

회사의 해명에 대해서는 중국 NMPA의 심사 관행과 글로벌 시장 동향 등을 종합 고려할 때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존재한다. 중국 NMPA는 다른 해외 유사기관과 비교할 때 심사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외교적 문제로 특정 국가 내지 기업의 신청 건 심사가 무기한 보류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개발 기업 중 한 곳인 휴젤은 2019년 4월 품목허가신청서를 NMPA에 제출했지만 승인결정은 2021년 10월에나 나왔다. 신청부터 승인까지 약 30개월이 걸렸다. 때문에 중국 진출을 원하는 글로벌 제약사가 자진해 신청을 철회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것이 업계 일반의 견해이다.

기존 신청 건의 심사 도중 새 제품이 개발돼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이 경우에도 기존 신청 건은 그대로 두고 추가 신청을 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쓰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에 따르면 중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연평균 27%씩 성장해 2025년에는 그 규모가 2조1837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NMPA 문턱을 넘은 보틀리눔 톡신 제조 기업은 한국 휴젤, 미국 앨러간, 영국 입센, 중국 란저우바이오 등 4개사뿐이다. 중국 내수 시장의 광대한 규모와 성장 흐름을 볼 때, 진입은 빠를수록 유리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생산 약량’을 이유로 기존 신청을 자진 철회한다는 메디톡스의 설명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뉴럭스. 사진=메디톡스
뉴럭스. 사진=메디톡스

 

中 수입의약품 허가 '실사' 재개... 부담느꼈나

중국 당국의 ‘제조공정 실사 재개’ 움직임에서 그 원인을 찾는 이들도 있다. 중국 NMPA는 올해 8월, 코로나로 일시 중단한 현장 실사 재개 방침을 발표했다.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연내 NMPA의 ‘실사’가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NMPA는 코로나 확산기 동안 현장 실사를 자제했다. 중국 중앙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강행하면서 대면 접촉이 불가피한 현장 실사 대신 제출된 서류와 데이터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심사 절차를 일부 변경한 것이다. 중국 진출을 위해 NMPA에 수입의약품 등록 신청을 낸 제약사 입장에선 부담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세가 잦아들고, 제로 코로나 정책 시행이 중단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NMPA가 현장 실사를 재개키로 하자, 여기에 부담을 느낀 메디톡스가 기존 신청을 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중국 NMPA의 실사 재개 방침이 회사 결정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제품과 관련해 뭔가 얘기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메디톡스가) 기존 제품 신청을 철회해 원점으로 되돌리면 신제품이 허가를 받을 때까지 5~7년간 매출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인 다른 글로벌 제약사와의 격차가 벌어지면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그는 “메디톡신 신청 철회 결정으로 회사가 잃게 될 매출이 대략 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뉴럭스의 중국 진출 결정은 글로벌 톡신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결단”이라며 “생산 능력과 시장 규모 등을 비교해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외부에서 여러 다른 이유를 들고 있지만 우린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뉴럭스가 중국 시장에 하루 빨리 진출할 수 있도록 다수의 제약사와 논의 중”이라며 “업체가 정해진다면 보도자료나 공시를 통해 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톡스, 식약처 상대 취소소송 1심 승소 

한편 메디톡스는 3년 넘게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식약처는 2020년 4월 '메디톡신' 50·100·150단위의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회수 및 폐기를 명령했다. 메디톡스가 허가 내용과 다른 원액을 쓰고도 마치 허가된 원액으로 생산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고, 원액 및 제품의 역가시험 결과가 기준을 벗어났는데도 적합한 것으로 허위 기재했다는 혐의다. 이에 반발한 메디톡스는 즉각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대전지방법원 제3행정부(재판장 최병준)는 9일 오후, 메디톡스가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동 판결로 메디톡신 3개 품목 등에 대한 식약처의 제조·판매중지명령, 품목허가취소 처분은 그 효력을 잃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법원 판결은 약사법에 대한 명확한 법리 해석을 통해 식약처 처분의 위법함을 판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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