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쌓이고, 현금 마르고"... 진통 앓는 삼진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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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쌓이고, 현금 마르고"... 진통 앓는 삼진제약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3.11.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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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게보린' 국민 진통제 암흑기 언제까지?
최용주 첫 단독 체제에도... 첫 해 성적표 불안
오송공장 신축, 연구센터 준공 등 투자금 늘어
부채 악화, 재무 지표 빨간불... 실적반등 요원
오너 2세 경영 본격화... 헬스·펫케어 등 진출
삼진제약 사옥 전경. 사진= 삼진제약
삼진제약 사옥 전경. 사진= 삼진제약

'게보린'으로 대표되는 삼진제약이 악화된 재무상황과 꽉 막힌 영업활동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최용주 대표를 단독대표로 세웠지만 실적 반등을 이루지 못하는 모양새다. 특히 글로벌 경기 악화로 인한 원가 상승으로 마땅한 해결 방안도 보이지 않아 삼진제약의 암흑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창립 55주년을 맞은 삼진제약의 대표상품 '게보린'은 1979년 출시되고 6년만인 1985년에 국내 진통제 시장 1위에 오른 대표상품이다. 국민 진통제로 알려지며 삼진제약은 몰라도 게보린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삼진제약은 게보린으로 알려졌지만 전문의약품도 개발·제조하고 있다. 항생제 ‘클래리시드’, 항혈전제 ‘플래리스’, 뇌기능·치매 '뉴티린', 고지혈증 '뉴스타틴' 등 시장성 높은 제품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추락하는 실적... 쌓여가는 재무악재

삼진제약은 지난해 3월 장홍순 대표가 임기 만료로 물러나면서 처음으로 최용주 단독대표 체제가 들어섰다. 최용주 대표는 1982년 삼진제약에 입사해 2019년 대표이사에 선임, 영업마케팅 부문을 총괄해왔다. 4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킨 ‘삼진맨’으로 불린다.

구원투수 역할을 기대한 최용주 대표의 첫 해 성적표는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삼진제약 매출은 연결기준 전년대비 9.6% 증가한 274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32억원으로 전년 대비 31.6% 하락했다. 영업이익이 300억원 이하로 떨어진 건 10년 만에 처음이다. 영업이익률도 13.6%에서 8.5%로 떨어졌다. 

최용주 대표. 사진=삼진제약
최용주 대표. 사진=삼진제약

재무 악화 지표는 올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상승했지만, 전년동기 대비로는 17.8% 감소한 수치다. 

이익률이 감소하면서 현금보유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먼저 당좌비율이 2021년 141.7%에서 지난해 80%로 급격히 하락하더니 올 3분기 54%로 내려앉았다. 

당좌비율은 기업의 단기채무 지불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로 100%를 기준점으로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업활동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는 기업의 당좌비율은 대부분 100%를 웃돈다. 이 비율이 100% 아래로 내려가면, 기업이 현재 보유 중인 현금으로 만기 1년 이하의 유동부채를 전액 상환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 경우 기업은 대주주에 의한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부족한 현금을 충당한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지난해 3분기 184억원에서 올해 같은 시기 9억5521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부채 역시 2021년 983억원에서 지난해 1306억원, 올해 3분기 1564억원으로 증가 추세다.

특히 제품이 팔리지 않아 쌓이는 재고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재고자산은 730억원 수준이었는데 올 3분기 903억원으로 늘었다. 재고회전율은 0.5로 생산된 제품을 절반 수준밖에 못 팔고 있다.  

대출도 크게 늘었다. 삼진제약은 신한·농협·산업·하나·우리은행 등 5개 시중 은행들에게 단기차입금으로 총 670억원의 자금을 빌렸다. 지난해는 360억원의 자금을 빌렸다. 현재 삼진제약은 총 차입금 한도금액은 1503억원으로 이 중 1115억원을 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제품원가 상승으로 인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이익률 하락 원인으로 지목된다. 삼진제약의 올 3분기 취득원가는 902억원으로 작년 730억원에서 170억원 가량이 증가했다. 

삼진제약은 수익성 하락 배경으로 오송공장 신축과 연구센터 준공 등 투자금액 확대를 들고 있다. 삼진제약은 2021년 400억원을 투자해 기존 연구소와 연구개발실을 마곡연구센터로 확장 이전했다. 지난해에는 7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오송공장 내 주사제동을 신규로 구축하고 의료의약품 생산실을 증축했다. 

 

오너 2세 내세우며 신성장동력 모색

삼진제약은 최근 오너 2세를 내세우며 신성장동력 모색에 나섰다. 올해 초 회사의 공동창업주인 최승주 회장의 장녀 최지현 부사장, 조의환 회장의 장남인 조규석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며 본격 2세 경영에 나선 것이다.

최 부사장과 조 부사장은 신성장동력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애쓰는 모습이다. 올해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펫케어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며 이익률 끌어올리기에 힘쓰고 있다. 

특히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웰리시스'가 개발한 웨어러블 심전도기 ‘에스패치-EX’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며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삼진제약은 에스패치의 국내 판매를 맡았다. 에스패치-EX는 국내는 물론 유럽, 호주, 뉴질랜드에 의료기기 등록을 마치고 글로벌 14개국에 공급 중이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최근 연구개발 및 생산 관련 투자들과 다각화한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비용이 증가한 부분이 있으나 수익성 향상을 위해 내실경영에 힘쓰고 있다"며 "재고자산의 경우 원부자재 가격이 지속 상승하고 있고 제품들의 품절이슈를 막기 위한 안전재고 확보 차원에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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