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승진, '경영시계' 다시 돈다... '뉴삼성'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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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승진, '경영시계' 다시 돈다... '뉴삼성' 본격화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2.10.2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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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경영·경영 안정성 제고 기대
부회장직 이후 10년만에 회장 승진
국내 10대 그룹 중 회장 가장 늦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2012년 부회장에 오른 이후 10년만이다. 이에 따라, ‘뉴 삼성’의 비전 구현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책임경영이 강화되면서 대규모 투자와 M&A에 대한 의사결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재용 시대’를 열게 된 삼성은 그간 각자도생 체제였던 각 계열사들의 유기적 협력과 시너지 확대에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 책임 경영 강화 ▲ 경영 안정성 제고 ▲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재계의 ‘맡형’으로 불리지만, 국내 5대 그룹 중 회장 승진은 가장 늦다. LG는 구광모 회장이 2018년 45세의 나이로 회장에 올랐고, 현대차그룹도 2020년 정의선 회장이 53세로 회장으로 임명됐다.

반면, 이 회장은 부회장이던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의 동일인으로 지정하면서 ‘총수’ 역할을 해왔다. 이번 회장 승진은 그로부터 무려 4년만에 이뤄진 것이다. 

그 동안 재계에서는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회장직이 2년이나 공석에 놓인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회장직에 올라 삼성 경영 전반의 '사령탑'을 맡아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각 계열사들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번 이 회장의 승진을 기점으로 삼성의 ‘경영시계’는 본래의 속도를 빠르게 되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와 바이오, 전장,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등 신사업과 관련한 의사결정도 보다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이 구상해 온 ‘뉴 삼성’ 비전 구현에 눈길이 쏠린다.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 인수를 마지막으로 멈춘 대규모 M&A가 재개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영국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ARM을 비롯해,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독일 인피니온과 네덜란드 NXP 등이 물망에 오른 바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약 125조 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입금을 포함해 1년 내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을 감안하면, 현재 삼성전자가 M&A에 투입할 수 있는 자산은 최대 200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총알’은 충분한 만큼, 이 회장의 결심이 '방아쇠'인 셈이다. 

한편, 이 회장의 취임은 최고경영자로서 자신감의 표현이자, 과거 그릇된 구태와의 단절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선대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이재용만의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한 밑그림이 완성됐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은 이벤트라는 해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DX부문 MZ세대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지난 8월 26일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DX부문 MZ세대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모습. 사진=삼성전자

 

별도 취임식·취임사 없이 조용한 회장 임명
이재용, 사내 게시판에 "미래 기술에 생존 달렸다"

이 회장은 별도의 취임식이나 취임사 없이, 이날 사내 게시판에 소회와 각오를 올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해당 글은 25일 이 회장이 고 이건희 회장 2주기를 맞아 사장단 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으로,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됐다. 

이 글에서 이 회장은 “회장님의 치열했던 삶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기 때문”이라며 “안타깝게도 지난 몇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나마 경쟁의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은 것은 여기 계신 경영진 여러분과 세계 각지에서 혼신을 다해 애쓰신 임직원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최근 국내외를 누비며 현장경영 행보에 주력했던 이 회장은 “최근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들을 두루 살펴봤는데 절박하다.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면서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창업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다.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며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우리 삼성은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며 ESG 경영에 대한 자신의 경영철학 도 언급했다. 

그는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 이것이 여러분과 저의 하나된 비전, 미래의 삼성”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 제가 그 앞에 설 것”이라며 회장 취임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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