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자산 분석] 삼성SDI, 버는 족족 설비에 재투자... 회전율 '안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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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자산 분석] 삼성SDI, 버는 족족 설비에 재투자... 회전율 '안정적'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2.11.0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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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社 재고자산 ①] '실탄 두둑' 삼성SDI
작년 상반기~올해 상반기 핵심 지표 '견고'
회전일수 되레 2일 감소, 재고관리 '우수'
현금흐름 안정, 수익 대부분 설비투자 재사용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 개발 중... BMW 공급 여부 관심
2022년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차전지 등 배터리 전문 전시 '인터배터리 2022' 삼성SDI 부스를 찾은 지동섭 SK온 대표(왼쪽 두번째부터), 전영현 삼성SDI 부회장,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2년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차전지 등 배터리 전문 전시 '인터배터리 2022' 삼성SDI 부스를 찾은 지동섭 SK온 대표(왼쪽 두번째부터), 전영현 삼성SDI 부회장,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편집자 주> 주요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인상과 세계적 경기 위축 흐름이 맞물리면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을 대표하는 이차전지 기업의 기초체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이 국내 배터리 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등 시장 상황은 단시일 내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IRA 규제를 피하기 위해 핵심 소재의 대중국 의존도를 크게 줄이고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글로벌 경기 불황의 골이 예상보다 깊어 고심이 크다.  

다행히 배터리 대장주로 불리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역대급 3분기 실적을 기록하면서 시장 불안을 잠재웠다. 그러나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 실적은 북미와 유럽의 시장 상황과 직결돼 있다. 이들 지역의 경기 침체 국면이 길어지면 실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도 꺾일 수 있다. 미국 중간선거,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의 실업률 증가, 주요 완성차 기업의 배터리 내재화 등 국내 배터리 기업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부 변수도 많다.

<시장경제>는 국내 배터리 기업 중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재고자산 데이터를 분석, 두 기업의 기초체력을 점검했다. SK온은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분사한지 채 1년이 안 돼, 이번 분석에서는 제외했다. 1편에서는 삼성SDI의 재고자산을 살펴본다
 

기업의 기초체력을 살필 때 반드시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 재고자산 회전율과 회전일수이다. 재고자산의 증가는 기업의 영업활동현금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그 반대의 경우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투자와 재무 이외 기업활동으로 현금이 수반되는 모든 거래를 포괄한다. 제품의 판매, 용역 제공 대가로서의 현금 수취, 매출채권 회수, 이자수익, 배당 수익 등은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입'에 해당된다. 반대로 원부자재 구입, 용역 사용 대가로서의 현금 제공, 매입채무의 지급, 임직원 등에 대한 급여 지급은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의 대표적 예이다. 재고자산의 감소는 영업활동현금흐름상 '유입'(+), 재고자산의 증가는 '유출'(-)로 반영한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대체로 기업의 당기순이익과 같은 흐름을 보인다.

분석 결과 지난해 상·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삼성SDI의 재고자산 회전율은 1.58~2.00, 재고자산 회전일수는 같은 기간 57~59일 사이를 각각 기록해 안정적 기조를 유지했다.
 

삼성SDI, 재고자산 핵심 지표 '우수' 

재고자산은 부자집 곳간에 쌓여있는 곡식과 같다. 곡물이 좀 먹으면 상품가치가 하락하듯 원부자재 내지 완제품 재고의 급격한 증가는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경기가 좋을 때 일정 수준의 상품 재고는 흥행을 지속할 수 있는 중요한 마케팅 요소지만 불황기엔 사정이 다르다. 재고자산의 현저한 증가는 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에 현금이 묶이는 결과를 초래해 기업의 돈줄이 마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기업이 재고를 소진하는 속도를 수치화한 지표로, 값이 높을수록 긍정적이다. 재고자산 회전일수는 재고품을 처분하는데 걸린 기간을 '일'(日) 단위로 나타낸 값이다. 회전일수가 짧다는 것은 재고 소진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회전일수가 늘어나면 회전율은 낮아진다.

재고자산이 빠르게 증가하면 기업 현금유동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기업 실적 판단의 중요 지표 중 하나인 영업현금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올해 상반기 보고서 기준으로 삼성SDI의 재고자산 전체 규모는 크게 증가했으나 회전율과 회전일수는 지난해와 거의 변함이 없다. 

올해 8월 공시된 반기보고서 기준 삼성SDI 재고자산은 3조3579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4873억원) 대비 87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총자본 16조480억원 중 20.9%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지난해 상반기 1.71회 ▲지난해 말 2.00회 ▲올해 상반기 1.58회로 변동폭이 0.5를 넘지 않았다. 재고자산 회전일수는 ▲지난해 12월 59.69일 ▲올해 6월 57.63일로 2일 정도 줄었다. 재고관리가 안정화된 덕에 영업현금흐름도 준수하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 사진=삼성SDI

 

벌어들인 이익 대부분, 설비투자에 재사용

지난해 상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삼성SDI의 현금흐름표를 살피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의 대부분을 설비투자에 재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회사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6월 6272억원, 지난해 12월 5804억원, 올해 6월 5878억원이며 자본적 지출(설비투자·CAPEX)은 같은 기간 5779억원, 5886억원, 5871억원으로 집계됐다. 잉여현금흐름(FCF)는 같은 기난 494억원, -83억원, 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기업실적을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EBITDA(법인세 차감 전 영업이익)는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창출 능력, 즉 특정 기업이 영업을 통해 얼마나 많은 현금을 벌어들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서 그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지만 CAPEX는 반영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배터리와 같이 대규모 설비투자가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업종에서는 EBITDA 못지않게 잉여현금흐름(FCF)이 중요하다. 반도체와 자동차, 바이오와 석유화학 등 대규모 설비투자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기업의 실질 가치를 평가할 때도 EBITDA와 FCF(잉여현금흐름)를 같이 보는 것이 적절하다. 

특히 FCF는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CAPEX를 차감해 구하기 때문에 경영진의 설비투자 의지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위 지표들은 삼성SDI가 설비투자에 매우 적극적이란 사실을 잘 보여준다.
 

BMW,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 탑재... 삼성SDI에 '호재' 

삼성SDI는 BMW를 비롯한 완성차 기업과의 거래 관계가 돈독하다. 복수의 완성차 기업과 3~5년 사이 배터리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해 상당히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이다. 향후 삼성SDI의 전체 실적을 견인할 전략 제품군으로 평가된다. 

최근 BMW는 2025년부터 자사 전기차 모델에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삼성SDI가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 공급사 중 한 곳이 될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앞서 올해 6월 이재용 부회장은 유럽 출장 중 독일 BMW 본사를 방문해 이 회사 경영진과 의견을 나눴다.

삼성SDI 관계자는 "BMW와의 (추가) 계약은 구체적인 논의가 오고가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배터리는 공급량보다 수요가 높아 재고자산이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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