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자산 분석] SK하이닉스 회전율·일수 악화... 삼성·LG는 '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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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자산 분석] SK하이닉스 회전율·일수 악화... 삼성·LG는 '견고'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2.09.2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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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IT 대표 기업 3사, 재고자산 현황 분석
재고자산 증가영향 제한적, 재정건전성 이상無
SK하이닉스, 재고자산회전율·회전일수 둔화
내년 반도체 성장률 전망 0%대... '위기론' 솔솔
메모리 편중구조 개편 필요, 사측 "재고관리 철저"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박정호 SK 하이닉스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LG전자, SK하이닉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박정호 SK 하이닉스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LG전자, SK하이닉스

한국 전자·IT산업을 대표하는 ‘빅3’의 재고자산 분석 결과, 급격한 기업 가치 하락 등 시장이 우려할 만한 위험요인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분석 대상 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3곳으로 이들 기업이 공시한 올해 상반기 재무제표상 현금흐름표 통계를 바탕으로 했다. 3개 기업 중 삼성전자, LG전자는 재고자산 증가액과 증가율, 재고자산 회전율·회전일수 등 중요 지표에서 견고한 흐름을 나타냈다. 다만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말과 비교할 때 ‘재고자산 회전율’, ‘재고자산 회전일수’ 지표에서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조사기관들이 발표한 내년도 메모리반도체 시장 전망이 상당히 부정적이고, 사업구조상 D램과 낸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재고 관리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전문가들은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부문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등 사업구조 개편에 적극 나설 것을 조언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재고자산회전일수 1년 새 18.7일 증가

SK하이닉스 재고자산 회전율은 지난해 상반기 1.66, 지난해 말 1.60, 올해 상반기 1.22로 조금씩 내려갔다. 회전일수는 지난해 6월 54.85일, 지난해 말 57.20일, 올해 상반기 73.57일로 1년 사이 18.72일 늘었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기업이 재고를 소진하는 속도를 수치화한 지표로 그 값이 높을수록 좋다. 재고자산 회전일수는 재고품을 처분하는데 걸린 기간을 ‘일(日)’ 단위로 나타낸 값이다. 일반적으로 재고 소진 속도가 빠를수록 회전일수는 감소한다. 반대의 경우 즉 재고가 쌓이는 속도가 소진되는 추세보다 더 빠르면 회전율은 낮아지고, 회전일수는 증가한다.

재고자산의 현저한 증가는 운전자본으로 묶이는 현금성 자산이 크게 늘었다는 뜻으로 기업 실적 판단의 중요 지표 중 하나인 영업현금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그러나 재고자산 증감만으로 그 기업의 현재와 미래 실적을 단정 짓는 태도는 위험하다.

재고자산은 완제품, 반제품, 재공품, 원자재 등으로 구분된다. 완제품과 반제품은 즉시 판매가 가능한 상태의 물품을 말한다. 판매를 위해 추가 가공이 필요한 중간재를 재공품이라고 한다. 기업은 상품의 판매 추세를 가늠해 재고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한다.

국내외 경기 흐름에 따라서도 재고자산 비중은 달라진다. 단순히 재고자산의 증감만을 잣대로 기업의 재무건전성이나 항후 실적을 판단해선 안 된다. 이때 함께 봐야 하는 지표가 재고자산회전율과 회전일수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재고자산회전율은 1.55회, 재고자산회전일수는 58.9일이다. 전년 동기 대비 회전율(1.98회)은 0.48 줄었고, 회전일수(46.01일)는 약 12일 늘었다. 총자본 규모가 크고 반도체부터 모바일, 가전에 이르는 상품군이 다양해 재고자산 증가가 재무건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LG전자의 기초체력도 탄탄하다. 상반기 재고자산회전율은 2.15회, 회전일수는 46.64일이다. 전년 동기 대비 회전율(2.14회) 변동 폭이 매우 적고 회전일수(43.52일) 관리도 잘 되고 있다. 하반기 실적도 안정적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두 기업과 달리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 관련 지표는 유심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내년도 시장 전망이 이례적일만큼 어둡기 때문이다.
 

내년 메모리 시장 성장률 0.6% 전망... 하이닉스 실적 악화 우려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 증감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하반기 데이터와 비교할 때 크게 악화됐다고 볼 수준은 아니지만 회사를 둘러싼 여건이 좋지 않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울한 시장 전망, 미국과 EU의 경기 위축 시그널, 중국의 내수시장 침체와 도시 봉쇄 등 극단적 방역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위협요인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모바일과 가전,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등 사업 채널이 다변화된 삼성전자와 달리 메모리반도체 의존도가 훨씬 높다는 점에서 이같은 대외 변수는 회사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지난달 23일,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3%에서 13.9%로 내렸다. WSTS가 집계한 지난해 반도체 시장 성장률은 26.2%였다. 올해 전망이 맞는다면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은 지난해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내년 반도체 시장 전망치는 더 암울하다. WSTS는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4.6%로 추정했다. 분야별로 보면 메모리 부문 낙폭이 가장 크다. 위 기관은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상반기 18.7%에서 지난달 8.2%로 대폭 낮춘데 이어 내년 성장률을 0.6%로 예측했다. 같은 기관 조사에서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성장률은 30.9%를 기록했다. 추정치이기는 하나 반도체 시장조사기관의 성장률 전망치가 1% 밑으로 떨어진 건 지극히 이례적이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글로벌 D램 가격이 직전 분기 대비 13~18%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전망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하반기 글로벌 D램 가격은 주요 기업의 재고 증가와 수요 감소가 겹치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PC용 D램은 물론이고 서버향 고성능 D램, 메모리카드와 USB향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도 하락 대열에 합류했다.
 

재고자산 증가 원인 같지만... '기초체력'에서 간극 존재 

올해 8월 반기보고서 기준 삼성전자 재고자산은 52조 922억원이다. 총자본 327조 9066억원 중 15%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전년 동기(33조5923억원) 대비 19조원 가량 늘었다. LG전자 재고자산은 올해 상반기 기준 9조6844억원이다. 총자본 23조2530억원 중 44%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8조3274억원) 1조3000여억원 증가했다. SK하이닉스 올해 상반기 재고자산은 11조8787억원으로 총 자본 중 17% 수준이다. 전년 동기(6조2266억원)와 비교할 때 증가액은 5조6000억원 정도이다.

삼성전자, LG전자의 재고자산 증가는 초대형TV 등 프리미엄 제품군 수요 둔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전 세계를 덮친 글로벌 인플레이션 공포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압박했다. 경기 하강 우려에 시민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두 기업이 창고에 쌓아둔 초대형TV 관련 재고자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삼성전자, LG전자 재고자산 증가 원인이 프리미엄 가전 수요 감소에 있는 것과 달리 SK하이닉스는 D램을 비롯한 메모리반도체 판매 부진에 발목이 잡혔다. 실업과 인플레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고성능 D램과 낸드를 탑재한 노트북, 스마트폰 등 고가 IT제품 수요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 증가 근본 원인은 같지만 이들 기업의 기초체력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실적을 방어할 수 있는 사업 채널이 다양할수록 위기를 견디기 수월하다. 기업들이 사업 채널을 다변화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SK하이닉스도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새로 설립하고, 키파운드리를 재인수하는 등 포트폴리오 개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나 속도가 더디다. 파운드리 사업부문이 전사 실적 방어에 충분히 기여할 정도의 이익을 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2분기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고객 재고가 높아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제품을 판매하는, 시장에 어려움을 주는 판매는 지양하고자 한다"며 재고자산 관리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이어 "재고가 증가한만큼 내년 카팩스(CAPEX·대규모 자본적 지출)에 대해 다양한 고민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하반기까지 재고자산 문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무리한 판매는 없을 것"이라며 "재고 수준을 봐서 향후 투자 축소도 고려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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