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경영' 천명 이재용, 탄소저감기술 초격차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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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경영' 천명 이재용, 탄소저감기술 초격차 나선다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2.09.1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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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新환경경영전략 간담회... 로드맵 발표
"폐수 처리 기술 극한까지 끌어올릴 것"
국내 전자기업 최초 'CCUS' 도전
7대 주력 제품에 '저전력 기술' 도입 예정
180개국서 폐제품 1천만톤 수거 계획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뉴삼성의 핵심 패러다임으로 '친환경 경영'에 박차를 가한다.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RE100 가입을 선언하고, 생산부터 폐자재 재활용에 이르는 '제품 전 생애 주기'에서 탄소를 획기적으로 저감하는 '초격차' 기술을 확보한다는 것이 목표다. 특히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휴대폰, 가전제품 등에 '저전력 기술'을 확대 적용, "삼성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탄소저감을 위한 환경보호와 기후위기 대응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결과를 만들겠다"며 사업부문별 로드맵을 제시했다.    

반도체 공정에는 막대한 용수가 쓰이는 만큼, 친환경 경영의 최우선 과제는 '물의 재사용'이라고 할 수 있다. 용수 사용량은 반도체 생산시설 규모가 커지는 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삼성전자는 용수 사용량 증가를 억제하고, 이미 사용한 용수도 자연 상태로 정화하는 기술을 2030년까지 개발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16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태평로 사옥 기자실에서 '신(新)환경경영전략 간담회'를 갖고 기후 위기 극복 등 지구환경 개선에 기여할 친환경 혁신기술 개발 청사진을 공개했다. 현장에는 송두근 DS부문 환경안전센터장 부사장, 김형남 DX부문 글로벌 CS센터장 부사장, 김수진 지속가능경영추진 센터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극한의 수자원 재활용이다. 전세계 32개국에서 방대한 생산거점을 거느리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만 1.64억톤에 이르는 물을 사용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제조공정 개선과 재활용 시스템 구축 등으로 매년 용수 재이용량을 늘리고 있다. 이를 최대한 늘려 ▲2030년 물 취수량 증가 제로화(반도체) ▲2030년 사용 물 100% 환원(DX부문)을 추진할 계획이다. 

송두근 부사장은 폐수처리 기술 개발을 통해 반도체 제조 과정에 사내 폐수, 공공 하수 등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에 사용하는 막대한 양의 용수를 팔당댐에서 취수하고 있다. 이를 재활용한 공공하수로 교체하면 수자원 재활용이 가능하다.

반도체는 지속적인 국내 라인 증설로 하루 취수 필요량이 2030년에는 현재의 2배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사내 폐수는 물론 인근 공공 하수처리장의 물도 재처리해 반도체용 용수로 재이용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제조에는 고순도의 물이 필요하다. 따라서 사내 폐수와 공공 하수를 자연상태의 물처럼 깨끗하게 만드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광촉매 산화, 염소 산화, 효소 분해 등 다양한 수처리 기술을 통해 공공하수를 최대한 재이용한다는 계획이다.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사용하고 버리는 폐수 역시 공정을 이용해 자연상태의 것처럼 재활용할 수 있다.

독자 저감 기술 개발을 고도화해 배출하는 대기 오염물질도 정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주로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사용하는 공정가스와 LNG 등이다. 이를 2040년에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자연상태' 수준으로 처리해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공정가스 처리는 통합처리시설 RCS(Regenerative Catalytic System)를 적용한다. 기존 처리시설 개선을 위해 고효율 촉매도 개발과정에 있다. LNG는 보일러 사용으로 인한 CO2 배출을 줄이기 위해 폐열 활용을 극대화하고, 보일러 전기 열원 검토 및 탄소 포집·활용 기술을 개발해 배출을 제로화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초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통해 사용하기만 해도 전력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전 세계 서버를 삼성전자의 최신 저전력 SSD, DDR5로 교체할 경우 데이터센터 발열을 식히기 위한 전력도 절약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출 온실가스를 제로로 만들기 위한 CCUS(탄소 포집, 활용 기술)도 활용할 예정이다. CCUS는 정유업계에서도 난도 높은 기술로 꼽힌다. 국내 기업 중에선 현대오일뱅크, SK이노베이션 등이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개발계획 등을 밝히진 않았지만, 중장기적 계획에 따라 꾸준히 진행시켜 나간다는 입장이다.  

김수진 부사장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것은 어려운 과제"라며 "RE100 가입은 긴 여정의 시작이며, 당장 어떻게 하겠다는 것보다 방향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DX부문에서도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형남 부사장은 7대 전자 제품(스마트폰,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PC, 모니터) 대표 모델에 저전력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 전력소비량을 2019년 동일 스펙 모델 대비 평균 30% 개선할 계획이다. 선제적으로 2025년까지 21% 저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저전력 제품을 만들기 위해 ▲스마트폰 화면 주사율 최적화 ▲TV 화면 픽셀 구조변경을 통한 백라이트 밝기 최적화 ▲냉장고 초고성능 진공 단열재 적용 ▲세탁기 유로저항 적은 설계를 통한 소비전력 저감 ▲에어컨 고효율 냉매 적용해 압축기 운전 최소화 ▲PC 디스플레이 구동 전압 최적화 ▲모니터 전압트랜스 효율 개선 등 기술 로드맵을 공개했다.

2030년까지 글로벌 180개국을 대상으로 폐전자제품, 폐배터리 등 1000만 톤 폐제품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체제도 갖출 예정이다. 국가마다 폐제품 회수 규제가 정해져 있다. 삼성전자는 선진국 중심으로 폐제품 회수를 시작해 점차 협업 국가를 확대할 방침이다.

폐제품 수거 후 글로벌 재활용 기업 등과 연계해 재활용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리사이클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목표다. 배터리 제품 수명은 10년 안팎으로 측정되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전기차 배터리가 대량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뒤 10여 년이 지났으며, 조만간 다량의 폐제품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폐배터리를 수거해 전문 재활용업체와 함께 코발트, 리튬 등 주요 금속을 회수할 계획이다. 코발트는 단가가 높은 금속으로 회수를 통해 단가 절감이 기대된다. 리튬은 국내에서 구할 수 없어 중국 등에서 수입해온 만큼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것 역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형남 부사장은 "아프리카 사막에는 폐제품이 함부로 버려지고 있다"며 "UN, NGO 등과 협업을 진행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로 삼성전자의 로드맵에 따라 구체적인 기술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관건으로 남는다. '친환경'을 위한 기술 개발 비용이 소비자들에 전가될 가능성에 대한 일각의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김형남 부사장은 "전자제품의 경우 재생 레진을 전 모델에 사용하게 된다면 최적화를 통해서 가격을 조정할 것"이라며 "2030년까지 장기간 로드맵을 통해 소비자들에 비용을 전가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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