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뺀 檢 경제범죄형사부... 포스코 최정우·임원 '사익편취'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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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뺀 檢 경제범죄형사부... 포스코 최정우·임원 '사익편취' 정조준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04.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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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정보로 주식 매수" 고발에 포스코 초상집
임원64명, 자사주 평균 17만원대 매수... 100%↑
참여연대 "미공개 정보 이용... 자본시장법 위반"
철강株 상승 속 미실현 수익, 임원 1인당 1억
檢, 6대 중대범죄로 판단 인지수사부서에 배당
포스코 "자사주 취득 논의도 안 된 시점에 매입"
최정우 포스코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최정우 포스코 회장. 사진=시장경제DB

포스코가 1조원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을 결정한지 1년이 흘렀다. 글로벌 수요 시장은 코로나 백신 도입과 함께 안정을 되찾았고 증시는 가파르게 반등했다. 올해 들어 철강 시황이 회복세를 띄면서 포스코 주가도 크게 오르고 있다.

연일 상승세를 기록 중인 주가에도 최정우호(號)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시민단체가 "최 회장 등 임원 64명이 포스코 법인의 자기주식 매입 직전,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자사주(자기회사의 주식)를 대거 사들였다"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옛 특수4부)에 배당해 재계의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포스코는 “책임경영과 주가방어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최정우 회장은 지난해 3월 코로나 여파로 주가가 큰 폭으로 주저앉자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포스코가 같은 달 공시한 '임원·주요주주 특정증권 등 소유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최 회장 등 임원 64명은 포스코 주식 1만8909주, 총 26억원 상당을 매수했다. 각 임원들은 1주당 평균 17만원에 적게는 50주에서 많게는 1000주를 샀다.

임원진의 자사주 매입은 공교롭게도 52주 최저점 부근이자 포스코의 자기주식 매입 직전에 이뤄졌다. 포스코는 지난해 4월,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고, 주요사항 보고서(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 체결 결정)를 통해 이를 공시했다.

이후 포스코 주가는 크게 반등했다. 27일 종가 기준 이 회사의 1주당 가격은 37만7500원으로, 지난해 3월과 비교해 무려 100% 뛰어 올랐다. 27일 종가를 기준으로 할 때, 지난해 자사주를 매입한 임원들은 1년 만에 평균 약 1억원의 미실현 이익을 얻었다. 상법상 개인이 주식을 매수하고 매도하는데 있어 제약은 없다.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의 임원은 이를 공시해야 하지만, 6개월이 넘으면 언제든 보유한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

이 부분이 시민단체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고 의심하는 대목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지난달 최 회장 등 임원 64명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최 회장 등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저가에 주식을 매수했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경영진은 특정 시기 조직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했고 매수 수량도 공모한 것처럼 규모가 비슷하다"며 "사전에 동일한 정보를 전달받았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는 법인과 임원진의 주식 취득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주식을 매입해 시중 주식을 줄이는 방법으로 주가를 방어하는데, 이러한 결정은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되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에게 호재로 인식된다.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된다는 뜻이다. 기업이 '신탁'(금융기관에 일정 금액을 맡겨 놓고 한도 내에서 주식을 대신 사도록 하는 것) 방식으로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임원진의 자사주 취득과 공시는 ‘선한 의지’로 행해졌더라도 주가조작이라는 눈초리를 받을 수 있어 신중한 결정이 요구된다”면서 “주가 상승 요인은 매우 복합적이기 때문에 단순히 임원진의 자사주 취득이나 기업의 자기주식 매입만으로 주가가 상승했다는 것을 증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과도한 해석?... 檢 칼끝 위에 선 포스코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최 회장 등 임직원에 대한 시민단체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을 경제범죄형사부에 배당했다.

경제범죄형사부는 옛 중앙지검 특수4부가 간판을 바꿔 단 부서로, 반부패 수사 1·2부와 함께 중대 경제범죄를 직접 수사하는 검찰 내 대표적인 인지수사부서 중 한 곳이다. 시민단체 고발 사건이 조사부나 형사부가 아닌 경제범죄형사부에 배당됐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범죄 성립 여부 자체를 먼저 살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인지수사부서가 아닌 조사부나 형사부에 사건이 배당된다. 혐의 입증 여부가 모호한 대부분의 고소, 고발 사건이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 사안이 중대하고 검찰이 해당 사건에 대해 이미 일정한 '심증'을 갖고 있는 경우 또는 내사 등의 과정을 거쳐 혐의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발견된 경우 위에서 설명한 인지수사부서가 사건을 맡는다.

검찰은 내부적으로 위 사건이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해당한다고 판단, 경제범죄형사부 배당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수사팀은 포스코 각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시점과 수량 등 기초사실에 대한 확인을 끝내고, 구체적인 자사주 취득 경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고발장 작성을 자문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측은 오너기업이 아닌 포스코에서 그 임원들이, 주가 방어나 책임경영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해명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기업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대부분 오너가 있는 민간기업에서 볼 수 있는 사례이고, 포스코와 같은 주인 없는 기업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는 것이 민변 측 변호사의 지적이다.

대검 간부 출신의 변호사 A는 "주인없는 기업이라고 해서 그 이유만으로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을 의심스럽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결국은 취득 경위,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와 경로를 통해 결정이 났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정우 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코로나로 주가가 크게 내려 앉았던 만큼 주가 방어와 책임경영의 성격을 띄기는 하지만, 포스코의 자기주식 매입 직전 이뤄져 시기상 의심받을 점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해 자기주식 매입은 주주에 대한 책임경영 의지 피력, 기업의 기초체력에 대한 자신감 표명, 시장 신뢰도 제고 등을 위한 결정이었다”며 “임원진의 자사주 매입 당시 포스코의 자기주식 취득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산업안전 관련 지적을 정치적 공세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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